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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법사의 주문 "현주엽 감독님, 힘내서 올라갑시다"

등록 2019.11.19 08: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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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프로농구단 박도경 책임, 예능 출연 후 인기몰이

2002년 선수 은퇴하고 프런트로 제2의 삶

현주엽 감독과 94학번·신인 드래프트·SK 입단 동기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LG 박도경 책임. 2019.11.18.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LG 박도경 책임. 2019.11.18.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박장법사님,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세요."

프로농구 창원 LG의 박도경(44) 책임은 요즘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선수단과 함께 출연한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효과다.

민머리에 202㎝의 큰 키, 특히 인상이 강하다. 과거 일본 전지훈련에서 조직폭력배 '야쿠자'로 오해받았을 만큼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다.

그러나 현주엽(44) 감독을 꼼꼼히 보좌하고, 선수단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진면목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면서 인기인이 됐다. 무서운 겉모습과 달리 귀엽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27일 홈구장인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있었던 박 책임의 포토타임 행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18일 만난 박 책임은 "과거에는 무서운 인상 때문에 사람들이 말을 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엘리베이터도 단둘이 타려고 하면 꺼리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요즘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알아보면 편하게 말을 걸어온다. 아이들은 '박장법사님'하고 부르면서 따라오는데 부끄러울 때가 많다"며 웃었다.

'박장법사'는 전파를 탄 후, 외모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어렸을 때, 별명은 '도마뱀'이라고 한다.

경기인 출신이다. 부산중앙고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농구공을 잡았다. 중앙대를 거쳐 199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0순위로 청주 SK(현 서울 SK) 유니폼을 입었다. 공교롭게 현 감독도 이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현역 시절에 빛을 보진 못했다. 1998~1999시즌부터 2001~2002시즌까지 네 시즌 동안 올린 정규리그 통산 기록은 평균 1.2점 1.6리바운드다.

그러나 박 책임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1999~2000시즌 SK가 우승할 때, 챔피언 반지를 꼈다. (앞서 트레이드된) 현 감독님은 우승 반지가 없지만 나는 있다. 이걸로 가끔 놀린다"고 했다.
[서울=뉴시스]프로농구 LG 박도경 책임의 1999년 현역 시절. (사진 = KBL 제공)

[서울=뉴시스]프로농구 LG 박도경 책임의 1999년 현역 시절. (사진 = KBL 제공)

당시 부상과 과부하로 힘들어했던 서장훈(방송인)의 백업으로 뛰면서 이상민(삼성 감독), 조성원(명지대 감독), 추승균(전 KCC 감독)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했던 대전 현대(현 전주 KCC)를 꺾는데 힘을 보탰다.

2000년 12월 LG로 트레이드됐고, 2002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후 매니저, 전력분석원으로 일하다가 2017년부터 프런트 업무를 시작했다. 박 책임은 홍보, 운영,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방송 때문에 내 얼굴이 알려졌지만 무엇보다 팬들이 농구와 LG 구단에 관심을 많이 가져줘 감사하고, 많이 놀랐다. 농구장을 떠났던 과거 농구대잔치 팬이었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며 "창원 홈경기에 광주, 인천처럼 멀리에서 오는 분들도 많다. 어떤 가족은 홈경기를 보겠다고 차까지 바꿨다"고 했다.

하지만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LG는 16경기를 치른 현재 5승11패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국가대표 김종규(DB)가 팀을 떠났고, 김시래 등 주축들의 부상과 오심으로 인한 피해까지 겹쳤다.

감독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이때마다 박 책임은 사석에서 친구인 현 감독의 말동무가 된다. 농구, 사는 얘기까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공유한다.

박 책임은 "아직 시즌 초반이고, 중상위권 팀들과 승차가 많이 벌어진 것도 아니다"며 "현 감독님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잘 뭉치고 있기 때문에 서서히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런트는 원래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내 자리로 돌아가 묵묵히 뒤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좌우명은 '중요한 건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로부터 무엇을 배우느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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