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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출가 김동연 "광대, 연극하는 사람들 같죠"

등록 2019.11.28 10: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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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출연 화제작 '환상동화' 연출

2003년 김 연출 데뷔작

김동연 연출

김동연 연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사실 '광대'는 억울할 법하다. 영화 '조커'로 인해 공포의 대상, 심리적 병을 앓는 이들의 대변자처럼 됐지만 원래 낭만과 순수의 상징이었다.

대학로의 블루칩 연출가 김동연(44)은 일찌감치 이런 광대의 모습을 조명했다. 그가 쓰고 연출해 2003년 '제6회 변방연극제'에서 초연한 연극 '환상동화'를 통해서다. 

이후 여러번 공연됐던 '환상동화'가 6년 만인 12월21일부터 2020년 3월1일까지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 무대에 오른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킨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용식'을 연기한 스타 배우 강하늘이 출연한다는 소식으로 대학로를 들썩인 작품이다.

사랑광대, 예술광대, 전쟁광대가 한스와 마리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삶에 대한 다른 관점, 예술적 사상을 지닌 이들은 자신의 얘기가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아옹다옹하며 이야기를 오밀조밀 만들어 나간다.

극에는 철학적인 내용이 곳곳에 숨어 있다. 연극에서 만날 사랑 타령하지만 말고 예술, 전쟁 같은 진중한 소재도 다루자가 의기투합한 이들은 결국 사랑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강하늘은 사랑광대를 연기한다.

최근 성북구에서 만난 김 연출은 "광대를 원래 좋아했어요. 요즘에는 무서운 이미지가 됐는데 슬픔과 웃음이 공존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면이, 연극하는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놓은 것 같았죠"라고 말했다. 그가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했던 1990년대 후반 만든 한메일 주소에도 '새드 클라운'(sad clown·슬픈 광대)'이 포함돼 있다.

PMC프러덕션 '난타' 연출부에 2년 동안 몸 담은 김 연출은 '환상동화'를 통해 데뷔했다. 처음부터 연출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20대이던 그 때 자신에게 '재능이 있을까'라고 고민하다 나온 산물이었다. 

"무용, 음악, 연극을 같이 올리고 사랑, 예술, 전쟁 세 가지 속성을 광대에 부여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세상이 전쟁 같아도 꿈꾸고 사랑하는 이야기에요. 그런 면이 힘든 일인 줄 알면서도 연극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제 이야기 같았죠."

'환상동화'는 초연 이후 3년 만인 2006년 재연했고 2007년 3월 이다엔터테인먼트와 공동제작 형태로 선보이면서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후 마니아 층이 생겼고 2013년까지 꾸준히 공연됐다.

강하늘도 이 작품을 보고, 출연을 꿈 꿔왔다. 김 연출은 그의 중앙대 연극과 선배이기도 하다. 작년 강하늘이 군 복무 당시 출연한 군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를 통해 만났던 두 사람은 '환상동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하늘은 사랑 광대를 맡고 싶어했다.

김동연 연출

김동연 연출

김 연출은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연출가다. 연극, 뮤지컬을 아우르며 완성도와 흥행성을 갖춘 작품들을 두루 만들었다. 

연극 '프라이드' '알앤제이', 뮤지컬 '심야식당' '구텐버그' '킹키부츠' '어쩌면 해피엔딩' '젠틀맨스 가이드' '무한동력' '신과 함께' '시라노' 등을 연출했다. '신흥무관학교', 올해 그룹 '엑소' 시우민과 그룹 '샤이니' 온유 등이 출연한 '귀환' 등 군뮤지컬을 세련되게 만드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첫 작품인 '환상동화'를 다시 공연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전까지 '환상동화' 대부분의 프로덕션은 본인이 제작까지 맡아 연출 개런티를 받지 않기도 했다. 공연 기획·홍보·제작사 '스토리피(StoryP)'가 함께 하는 이번에는 제작적 부담을 덜고 연출적인 것에 힘을 싣는다. 새로운 배우들도 합류해 좀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시즌2를 열 것을 예고했다.

"작품의 톤앤매너는 크게 바뀌지 않아요. 다만 연출이나 기법들이 경험과 배움을 통해서 발전된 부분이 있어요. 그걸 접목시키는 거죠. 다만 그렇게 새로 바뀌는 부분이 중요하기보다 그런 점들로 인해 사라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술, 제작비가 부족해서 포기했던 부분에 신경을 썼어요.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넘었으니 지금 이 시대의 언어로 만들어가자는 생각이죠. 공연을 보시는 분들도 늘어났으니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자는 마음이었죠."

사실 '환상동화'는 동화적인 내용을 다뤘지만 김 연출을 현실과 부딪히게 한 작품이다. 유료 관객 점유율이라는 숫자, 어두운 면이 많은 세상에서 이렇게 착하고 예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괜찮을까라는 고민 등에 휩싸였다.

"그런데 눈물을 흘리는 것도 우리 모습이잖아요. 논리적으로 이야기가 안 되는 사랑의 속성도 있고요. 익살스러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복합적인 것들도 있고. 그런 막연한 감정 덩어리를 잘 표현하는 것이 광대 같아요. 피에로에서 발전된 형태로 우리 삶에 들어왔는데 현대사회에서는 좀 더 다양한 해석이 되고 있죠."

음악을 잘 다루는 연출가라는 평도 듣는 김 연출은 "전문가의 이야기에 잘 귀 기울이기 때문인 것 같다"며 웃었다. "음악을 먼저 이해하려고 하거나 쉽게 재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김 연출은 연극에서도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데뷔작인 '환상동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라이드' '알앤제이'처럼 극을 상징하는 엔딩곡도 있다.

"뮤지컬은 음악이 모든 감정을 끌어내잖아요. 연극은 배우의 목소리와 톤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맞고 그게 묘미죠. 그럼에도 음악과 함께 스며드는 순간을 잘 찾고 그것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연극 '환상동화' 2010년 공연 장면. (사진 = 뉴시스 DB) 2019.11.2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환상동화' 2010년 공연 장면. (사진 = 뉴시스 DB) 2019.11.28 [email protected]


'신흥무관학교', '귀환'처럼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는 육군 본부 제작 군 뮤지컬을 세련되게 만드는 비법도 갖췄다. 김 연출, 이희준 작가, 박정아 작곡가는 두 작품으로 호평을 듣고 있다.   

"'신흥무관학교' '귀환'의 주제가 뭐든 청춘의 이야기를 넣고자 했어요. 젊은 친구들 이야기니 다른 주제로 옮겨갈 수 없죠. 배우들에게도 말했어요. '너희들의 이야기'라고요."

김 연출은 '한류 연출가'이기도 하다. 중국의 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뮤지컬계 중국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 뮤지컬 산업에 관심이 많아 스태프 위주로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는데 김 연출이 대표적이다. 내년 '심야식당' 작업이 예정돼 있고 '어쩌면 해피엔딩'의 중국 라이선스가 체결이 되면서 현지에서 한국 창작진의 도움을 구했다. 한국 버전으로 각색된 뮤지컬 '구텐버그'를 중국 버전으로 만드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연출은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환상동화'를 작업하면서 만든 자신의 1인 극단 '시인과 무사'가 증명한다. '햄릿 더 플레이', '환상동화'처럼 자신의 색깔이 더 들어간 작업을 할 때 크레디트에 '시인과 무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펜을 쓰는 시인, 칼을 쓰는 무사. 상반된 성격의 직업군을 함께 넣어 극단 이름을 지은 것은 김 연출이 연극에 임하는 태도를 함축한 것이다.

"연극하는 것 자체는 시인의 일처럼 낭만적이죠. 하지만 주변에 연극만 사랑하다,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했고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칼도 빼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죠. 계속 낭만적이면서 치열하게, 오래 연극할 고민을 하고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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