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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회장, 임기 2년 앞두고 용퇴…'재계 맏형'으로 큰 역할

등록 2019.12.03 14: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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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신뢰의 리더십으로 100년 기업 토대 마련

허창수 회장, 임기 2년 앞두고 용퇴…'재계 맏형'으로 큰 역할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임기 2년을 앞두고 전격 용퇴했다.

GS그룹은 3일 오전 허창수 GS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임을 표명함에 따라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그룹의 새 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4년 LG그룹과의 그룹 분리 후 초대 회장을 맡아왔던 허창수 회장은 15년 만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GS그룹의 사령탑 교체는 허 회장이 2년 가까이 남긴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허 회장은 GS가 지금까지 쌓아온 토대를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대응하고 성공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과감히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회장은 내년부터 GS회장 대신 당분간 GS건설 회장직을 유지하며 신임 회장을 물밑 지원하기로 했다. 허회장은 신임 회장이 독자적이고 소신있는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GS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 놓는다. 다만 GS 명예회장으로서 든든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그룹 전반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40년 넘는 경영 활동으로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GS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도 도울 계획이다.

◇故구본무 회장과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장본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선생의 3남, 고 허준구 명예회장(2002년 작고)의 장남으로 1948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났다.

허 회장은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해 첫 근무를 시작했고 이후 LG상사, LG화학 등 계열사 현장에서 인사, 기획, 해외 영업·관리 업무 등을 거치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LG전선 회장과 LG건설(현 GS건설)의 회장을 역임했다.

1947년 허준구 명예회장이 LG그룹 창업 당시 고 구인회 LG 창업회장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이래, 구·허씨 양대 가문이 57년간 다져온 창업 동반체제를 이어오는 동안 실무경험을 쌓아 오면서 LG그룹 내 허씨 가문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허 회장은 LG시절, 고 구본무 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원만하게 이끌면서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고 충실하게 소임을 수행했다. 오랜 기간 해외 사업 현장에서 다져진 국제적 감각과 지식을 경영 전반에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등 LG가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 설 수 있도록 이끌었는 평을 받는다.

◇GS그룹 자산 63조로 키워내

허 회장은 2004년 LG 구씨 일가와 잡음 없이 동업관계를 정리한 후 2005년 3월 GS그룹 첫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대주주를 대표하면서 출자를 전담하는 지주회사인 ㈜GS의 이사회 의장 및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출자 포트폴리오 관리와 자회사 성과관리 등에 힘을 써왔다. 또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과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을 적극 실천해 세계 최고의 선진 지주회사의 체제를 정립하는데 기여했다.

GS그룹의 비약적인 성장과 100년 기업으로의 토대도 마련했다.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등 3대 핵심사업의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해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특히 허 회장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글로벌 경영으로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GS 계열사의 글로벌 시너지를 극대화시킨 결과, 출범 첫 해 7조1000억원이던 해외 매출을 2018년 36조8000억원까지 5배 이상 끌어올리며 비약적 성장을 이뤄냈다. 또 '뚝심경영'으로 일궈낸 발전사업으로 국내 민간 발전사 발전용량 1위의 위치를 다져놓았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시에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신념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실행했다. 과감한 인수합병(M&A)를 통해 GS글로벌, GS E&R 등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고 그룹의 외연을 넓힌 것이다.

2009년 5월 GS는 ㈜쌍용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사명 변경을 거쳐 현재의 GS글로벌을 탄생시켰고 GS글로벌이 가진 해외 네트워크와 트레이딩 역량을 활용해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3년에는 그룹의 발전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강화하고, 자원개발 및 해외사업 등에서 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STX에너지를 인수, 풍력 발전 및 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GS E&R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노력으로 허 회장은 출범 당시 매출액 23조원, 자산 18조원, 계열사 15개 규모의 GS그룹을 2018년 말 기준, 매출액 68조원, 자산 63조원, 계열사 64개 규모로 3배 이상 성장시키며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키워냈다.

◇2011년부터 전경련 회장으로 민간경제 외교수장 '톡톡'

허 회장은 2011년 전경련 회장에 취임 이후 4번째 연임을 결정했다.

어수선했던 조직의 안정화에 힘쓰는 한편 어려운 국내 경제 여건 속에서도 해외민간 경제외교 활성화와 국내 경제 활성화에 많은 업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단절됐던 민간 경제외교를 부활하거나 미개척 국가에 대한 경제협력을 추진한 것이 많았다.

허 회장은 북핵 및 사드 등으로 외교적 긴장감이 지속되던 2017년 10월, 한·미 재계회의와 한·일 재계 회의를 잇달아 성사시켰고 한·미 FTA 개정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서' 채택과 한·일 청년 인재 교류 협력에 나서며 다년 간 전경련이 전 세계를 상대로 쌓아온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민간 외교전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한국이 수출하는 자동차에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25%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미국 상원의원들에게 이 법의 남용 방지를 위한 법안 입법을 서한을 통해 촉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다보스포럼 코리아 나이트 개최, 세계 여러 나라들과 경제 협력위원회를 추진하는 등 취임 이후 지구 17바퀴를 돌며 국가브랜드 제고와 기업의 해외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데 앞장섰다.

지난 2월에는 위기에 빠진 전경련 수장의 공백을 외면하지 못하고 4번째 연임을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재계의 어른다운 연임이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책임의 무게를 안고 가는 '맏형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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