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한솔 "쌍꺼풀없는 눈이 매력, 시대 잘 타고났죠"
영화 '영하의 바람'으로 첫 주연
섬세한 연기 호평···충무로 기대주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영하의 바람' 주연 '19세 영하'역 배우 권한솔이 27일 서울 신사동 YG플러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03. [email protected]
'영하의 바람'은 지난해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받았다. 제25회 프랑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 우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소름이 끼쳤다. '내가 영화인이라니···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싶더라(웃음). 촬영할 때는 영하에게 온 시련을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영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보다 참는 아이니까. 근데 내 품을 떠나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니 눈물이 나더라. 부모님도 부산영화제 때 영화를 봤는데, 너무 마음 아프다며 울었다. 오랫동안 캐릭터를 분석해서 연기해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첫 주연을 맡은 영화라서 나중에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영하의 바람' 주연 '19세 영하'역 배우 권한솔이 27일 서울 신사동 YG플러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03. [email protected]
영하는 온갖 시련을 혼자 이겨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더 이상 버팀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하가 가장 바란 건 가족이 아니었을까. "영하가 바란 건 큰 게 아니다. 정말 자그마한 건데 가족을 원했을 것"이라며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버림 받았고, 가정 환경도 안 좋고, 엄마도 떠나고 사촌 '미진'과도 헤어지고···. 영하가 그토록 원한 건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권한솔에게도 가족과 친구가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다. 평소 엄마와 티격태격한다며 만날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싫은데 제일 좋아'라고 한다. "계속 혼자인 사람은 없다"면서 "누군가는 곁에 있는데, 힘들어서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나중에는 알게 되는 것 같다.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가장 힘이 되지 않느냐. 개인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다. 가족에게 말 못하는 건 친구한테 하고, 친구에게 못하는 걸 가족한테 말한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영하의 바람' 주연 '19세 영하'역 배우 권한솔이 27일 서울 신사동 YG플러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03. [email protected]
결국 엄마는 또 영하를 버렸지만 "영하가 찾아갔을 것"이라며 "엄마가 먼저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예전처럼 다 같이 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하가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용서한 게 아닐까. 다들 엔딩에서 영하의 손을 잡아끈 게 엄마 아니면 아빠일 거라고 생각하더라. 사실 영하는 엄마, 아빠에게 큰 상처를 받았지만 '꼭 의지해야 할 사람이 부모님일까?' 싶더라. 영하의 부모님은 똑같이 서툴렀으니까. 그냥 영하는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고, 아이라고 다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른도 아이일 수 있고, 아이도 어른일 수 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영하의 바람' 주연 '19세 영하'역 배우 권한솔이 27일 서울 신사동 YG플러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03. [email protected]
박종환(37)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신을 찍을 때는 힘들지 않았을까. 이 장면 자체가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감독님이 '어떤 점을 보완해줬으면 좋겠느냐'면서 의견을 물어봤다. 종환 선배도 '한솔이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며 많이 배려해줬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촬영해 편하게 임했다. 선배는 촬영하면서 잠이 들 정도였다"며 웃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영하의 바람' 주연 '19세 영하'역 배우 권한솔이 27일 서울 신사동 YG플러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03. [email protected]
"지금 '영하의 바람' 촬영을 하자고 했으면 못했을 것"이라며 "그 때 어린 소녀의 감정이 안 나올 것 같다. 15세 때 영하가 아빠한테 울면서 미진이 보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빠 딸도 데려와도 된다고 할 때 눈물이 나더라.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이 장면이 좋아서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영화제에서 주목 받았지만, 개봉관이 적어 아쉬움도 있을 터다. "이 영화를 많이 봐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처음에는 떨려서 관람평을 안 봤는데,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아무도 성장하지 않는 성장 드라마'라는 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캐릭터마다 목적성을 두지 않았다. 꼭 영화 하나가 끝난다고 '캐릭터가 성장해야 할까?' 싶었는데, 이런 점을 공감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영하의 바람' 주연 '19세 영하'역 배우 권한솔이 27일 서울 신사동 YG플러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03. [email protected]
롤모델로는 고현정(48)과 전여빈(30)을 꼽았다.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영화를 보고 혼자 따라하곤 했다며 "연기는 나에게 재미있는 놀이"라고 강조했다.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촬영장에 가면 '그래, 이 맛에 연기하지!'라며 에너지를 얻는다.
"'충무로 기대주'라고 불러주는데, 부끄러우면서 좋다. '예쁘다'는 칭찬보다 '연기 잘한다'를 얘기를 들을 때 더 행복하고, 내 미래가 궁금해진다. 쌍꺼풀 없는 내 눈을 좋아해서 성형을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시대를 잘 타고난 게 아닌가 싶더라. 동시에 유행은 돌고 돌아서 다시 화려한 외모의 배우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이제 미의 기준은 다양해졌으니까. 그래도 난 솔직한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하하."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영하의 바람' 주연 '19세 영하'역 배우 권한솔이 27일 서울 신사동 YG플러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03.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