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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높아지는 북미대립…막장까지 갈까

등록 2019.12.09 10: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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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엔진시험 통한 '전략적 지위' 변화 예고는

미 전역 사거리로 두는 ICBM 시험발사 위협이나

실제 발사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겨 둔 상태

트럼프 '모든 것 잃을 것' 경고하면서도

'똑똑한 김정은'이라며 넌지시 자제 요청

2년전 북미 충돌 위기 재연 예상하긴 일러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로 향하기 위해 전용 헬기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비핵화 문제가 협상 테이블 위에서 치워졌다"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에 대해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발언의 중요성을 폄하했다. 2019.12.8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로 향하기 위해 전용 헬기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비핵화 문제가 협상 테이블 위에서 치워졌다"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에 대해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발언의 중요성을 폄하했다. 2019.12.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긴장감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아직 정면충돌을 향해 마구잡이로 달려나가지는 않고 있다. 기싸움을 벌이되 미묘하게 절제하는 모습이어서 극적인 상황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 7일 오후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8일발표하면서 이번 시험 결과가 머지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한번 변화시키는' 중요한 작용을 하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직접 나섰다. 그는 트윗에서 "김정은은 너무 똑똑하고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다"며 "그가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정말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나와 강력한 비핵화 협정에 서명했다"며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만들고 싶지도, (내년) 11월 미 대선에 개입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표 내용은 위협과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반면 어느 정도 상대방에게 여지를 주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북한의 발표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다시 한번 변화시키는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말은 이번 시험으로 북한의 군사력이 강화될 있게 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이 더 발전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는 미국이 연말시한 안에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새로운 형태의 ICBM을 시험발사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의 발표는 딱 거기까지만이다. 다음 행동이 무엇이 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다만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변화할 것이라고만 밝히는데 그쳤다. '전략적 지위의 변화'를 최대치로 해석하면 미국 전역을 사거리로 하는 다탄두 핵미사일 보유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같은 전략적 지위의 변화를 드러내 놓고 과시할 것인지, 즉 새로 개발한 ICBM을 시험발사할 지는 미국의 행동에 달렸다고 여지를 남긴 것이다.  

즉흥적인 트윗과 발언으로 말실수가 많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절제돼 있다.

그는 "똑똑한 김정은"이라고 상대를 치켜올리면서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만들거나 내년 11월 미 대선에 개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김정은이 똑똑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김정은에게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함으로써 자신과 관계를 망치고 내년 대선에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모양새지만 한편으로는 넌지시 부탁하는 낌새마저 느껴진다. 

이처럼 어제 오늘 벌어진 일들에도 불구하고 북미간 대립이 아직은 막바지에 도달하진 않은 상황이다. '연말시한'이 아직 3주 정도 남았기 때문일 수 있다.

현재로선 이런 '속도 조절'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더 위기를 심화시켜 충돌 직전까지 이를지, 아니면 중간에 극적인 상황 전환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연말까지 남아 있는 변수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의회의 탄핵논의가 있다. 탄핵논의는 지금 마무리 단계며 연내로 하원에서 의결될 전망이지만 최종적으로 탄핵여부를 결정하는 상원은 내년 1월에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탄핵안이 의회에서 표결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연말시한'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처지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의 조바심을 자극해 양보를 얻어낼 유리한 시점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지난주 외무성 미국국장의 담화에서 '연말시한'보다 일주일 빠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한 것도 이런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한편 북미 정상간 의사소통은 완전히 차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빈번했던 김정은-트럼프 사이의 친서교환이 10월초 스웨덴 북미실무협상을 전후해 중단됐다고 한다. 이후 북한과 미국은 공식 발표를 통한 설전만 거듭하고 있다.

소통의 부재는 상대방 행동의 의미를 잘못 해석할 위험성을 크게 만든다. 이에 따라 북미간 현재 진행중인 '절제된 대립'이 한순간에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이에 따라 많은 관측통들이 충돌 직전까지 갔던 2017년의 북미간 긴장이 재연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긴장이 순식간에 해소되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그런 전환이 없을 것이라고 비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북미 양측이 지난 2년 가까이 세차례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점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지금 당장 소통이 차단됐을지라도 상대방 행동에 대한 예측가능성은 역설적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북미간 대립이 어느 선까지 이어질 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지만 머지않아 핵전쟁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 시점은 아직 아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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