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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덕분에 가능···한류연구, 민족문화→코즈모폴리터니즘(종합)

등록 2019.12.11 17: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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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연구회의 글로벌 특별 세미나

"아시아 남성 무성애적? 새로운 가능성의 시선"

방탄소년단 신드롬의 주요인은 '메시지-팬덤-디지털 미디어'

"K팝·한류 연구,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평가

[서울=뉴시스] 세미나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전경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세미나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전경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류와 K팝의 지형도를 동아시아에서 세계로 넓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는 11일 오전 연세대 백양누리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연구회의 글로벌 특별 세미나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에서 이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홍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 '한류 연구의 지형도: BTS 등장 이후의 새로운 지평'에서 방탄소년단이 한류 연구를 기존 민족문화 중심에서 코즈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 즉 세계적인 시야로 조명하는 데까지 넓혔다고 짚었다.

예컨대 한국의 K팝 팬과 글로벌 K팝 팝사이에서 벌어지는 인종주의 논의 등이 예다. 홍 교수는 "방탄소년단은 한류 현상과 한류 연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국경을 초월하는 '트랜스내셔널' 흐름에 있는 한류의 중심이 방탄소년단 덕에 K팝으로 옮겨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K라는 접두사가 붙은 모든 현상에 대해 "특별한 홍보 없이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특히 "(방탄소년단과 한류의 부상으로) 한글의 수요 증가는 계속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프랑스만 해도 대학에서 한국어를 담당하는 교수들의 자리가 여럿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들을 문화적으로 번역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2.0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2.08 [email protected]

미국에서도 권위 있는 대중음악 차트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방탄소년단이 3번 1위를 차지하면서 "한류가 이제 더 이상 동아시아 현상이 아닌 글로벌한 대중문화 현상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이 포함돼있지 않는 K팝 그룹이 생기는 것"이 예다.

홍 교수는 "방탄소년단 덕에 새롭고 대안적인 남성성이 등장한 것"에 대해서도 짚었다. 특히 서구 여성이 그간 아시아 남성에 대해 갖고 있었던 지배적이고 고정된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시선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이날 세션 3 '전지구화와 문화적 혼종성'에서 '방탄소년단의 상호 교환적 효과 : 방탄소년단의 흑인 여성 팬덤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한 서울대 이지원 연구원(언론정보학과 석사)도 방탄소년단을 통해 '아시아 남성'에 대한 시선이 진화했음을 분석했다.

흑인 여성 팬덤이 그간 주류 미디어에서 배제됐던 흑인 여성과 아시아 남성의 관계를 팬 실천을 통해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흑인 팬덤은 K팝이 자신의 문화를 차용하는 문제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 사이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문화적 혼종화를 보다 복합적, 순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기조연설 홍석경 교수(서울대)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기조연설 홍석경 교수(서울대)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email protected]

이 연구원은 "주로 K팝 남성 아티스트와 흑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팬픽이나 팬아트를 제작하고 공유하면서 팬들은 그동안 상상되지 않았던 인종 간의 이성애적 관계를 생산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 동안 흑인 여성은 하이퍼섹슈얼하지만 로맨스의대상은 아닌 모순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아시아 남성은 주로 무성애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흑인 여성과 아시아 남성의 관계를 상상하고 생산한다는 자체가 기존 미디어가 제시한 인종-젠더 질서 관계에 대항한다"면서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한 K팝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문화 현상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방탄소년단 현상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BTS 인사이트 포럼'이 열렸다. 올해 초에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에 방탄소년단 관련 강좌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 흐름에서도 한국언론학회의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처럼 한류에 대해 하루 종일 세미나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김춘식 한국언론학회 회장(한국외대 교수)은 말했다.

이날 홍석경 교수의 기조연설과 총 12편의 논문 발표, 토론을 통해 방탄소년단 신드롬의 주 요인을 거칠게 분석한 결과 '메시지', '팬덤', '디지털 미디어' 세 가지로 좁혀졌다.

[서울=뉴시스] 발제자 미셸 조 교수(캐나다 토론토대)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발제자 미셸 조 교수(캐나다 토론토대)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email protected]

이날 세미나의 첫 번째 세션은 'K팝의 정경'이 주제였다. 중국 시추안대 정아름 교수와 홍콩 침례대 루 티엔 박사과정, 캐나다 토론토대 미셸 조 교수가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ARMY)'의 현상들을 짚어냈다. 아미를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집단으로 보고, 매우 주체적으로 소통하고 행동하며 아티스트를 지지한다고 봤다.

'리액션 비디오' 같은 새 형태의 K팝 소비 방식과 '방탄 투어'로 불리는 방탄소년단 팬들의 관광 문화, 디지털 시대 새로운 형태의 팬 활동에 대한 발표도 나왔다.

중국 시추안대 정아름 교수와 홍콩 침례대 루 티엔 박사과정은 최근 K팝 팬덤이 대중문화 소비자로서 능동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점을 특기했다. 특히 방탄소년단 이후 이런 변화가 어떻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는지를 전했다. 또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다양한 팬들, 특히 소수 집단(마이너리티)의 열광을 이끌고 있음을 알렸다. 

이날 오후에 열린 두 번째 세션은 'BTS와 초국적 팬덤'을 다뤘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진달용 교수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베르비기에 마티유 박사과정, 서강대 원용진 교수팀이 국적을 초월한 팬덤 '아미'가 탄생한 과정, 그리고 팬덤 문화의 명암을 조명했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진달용 교수팀은 방탄소년단이 폭발적인 팬덤을 형성시킨 비결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꼽았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 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진 교수는 "많은 팬들이 '자신을 사랑하라'는 등 방탄소년단이 음악과 일상을 통해 전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에 위안받고 있었다. 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랑하도록 서로 소통하고 격려하는 관계"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발제자 진달용 교수(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발제자 진달용 교수(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email protected]

그는 "방탄소년단과 팬들은 짧은 시간에 세계 무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만들어 냈으며 이는 뉴미디어 시대에 경계 없는 문화 교류 현상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전지구화와 문화적 혼종성'을 주제로 한 세 번째 세션에서는 서울대 이지원 연구원 외에 미국 체이니대 김구용 교수와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 등이 발제를 맡았다. 방탄소년단이 탄생시킨 새로운 형태의 문화 현상, 특히 전통적인 K팝이 아닌, 제3의 문화를 형성하며 전 세계적 열광을 이끌어 내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논의했다.

이규탁 교수는 K팝의 글로벌 보편성에 대해 주목했다. 이 교수는 "지역 음악이자 글로벌 음악으로서의 K팝이 근본적으로 갖는 이중적인 속성으로 인해 K팝은 '세계 속의 보편적인 팝 음악'을 지향하며 '한국'이라는 국가로부터 벗어나려는 '탈국가화' 움직임을 보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한국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역 문화의 일종으로서 본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된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한국의 것으로 재정의되는 '재국가화' 경향을 가진다"고 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플랫폼과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 김주옥 교수와 영국 워릭대 이동준 박사과정, 서울과기대 이영주 교수팀이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가져온 산업 기술적 혁신과 문화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 분석했다.

텍사스 A&M 국제대학 김주옥 교수는 작은 기획사 출신으로 '주변부'에서 탄생한 방탄소년단이 열광적인 '방탄소년단 현상'(BTS Phenomenon)'을 일으켰으며, 이를 가능케한 것은 바로 '디지털 혁신'이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세미나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발제자들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세미나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발제자들 (사진 = 한국언론학회 제공) 2019.12.11 [email protected]

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일으킨 변화로 우리는 새로운 패턴의 문화 교류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것이 '유튜브 시대의 비틀스'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뒷받침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방탄소년단 현상의 글로벌 확산은 소셜미디어와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양한 논의가 오간 이날 홍석경 교수는 K팝과 한류 연구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특기했다. 그 과정 중에서 중요한 요소로 '새로운 연구자의 유입',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꼽았다. '새로운 감수성'을 가진 연구자들이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다.

홍 교수는 "80, 90년대 대학을 다닌 연구자들은 동아시아 중심으로 한류 연구의 기초를 닦았다"면서 "지금은 훨씬 더 젊고 아카데믹한 팬들이 아이돌 팬덤과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새로운 문제를 제시하고 연구 방법을 개척하고 있다"고 짚었다. "글로버 대중문화로서의 K팝 연구가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열린 행사에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 중국에서 5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학회 회원, 일반 대중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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