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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상규·윤나무 “1인극으로 여러 삶 존중합니다”

등록 2019.12.12 08: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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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13~21일 우란문화재단 국내 초연.. 티켓 매진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윤나무, 손상규(오른쪽)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윤나무, 손상규(오른쪽)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삶과 죽음의 경계를 뒤트는 연극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흐물흐물하게 만든다. 연극은 살아 있는 한 경험하지 못하는 죽음에 대한 복잡성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우란문화재단과 프로젝트그룹 일다가 13~21일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국내 초연하는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그 예다.

이번이 한국 초연 무대로 배우 손상규, 윤나무가 번갈아 오른다.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1인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2015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초연했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게 된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의 심장 이식 과정을 둘러싼 24시간의 기록을 그린다.

한 인간의 장기기증 과정이 맞닥뜨리게 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이를 통해 죽음을 진정으로 애도하고 생명의 의미를 시적으로 만들어내는 엄숙하고 경이로운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티켓은 예매 오픈 직후 단숨에 매진됐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윤나무, 손상규(오른쪽)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윤나무, 손상규(오른쪽)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email protected]

손상규는 연습을 해오면서 "죽음을 생각하니 일상을 다르게 감각하게 된다"고 했다. "삶이 물리적으로 정지됨에도 계속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었지만 누군가는 살아가게 되는 일들을 보면서 죽음이 바로 옆에서 인지가 되더라"는 얘기다.

윤나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사람의 몸, 생명, 존재가 더 고귀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1인극인 만큼 날을 달리해 무대에 오르는 두 배우는 각각 여러 배역을 연기한다. 환자, 환자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의사, 남겨진 가족들,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장기 이식 수혜자 등 홀로 16개씩 캐릭터를 연기한다.

하지만 기존 1인극 같이 '변검'처럼 보이는 화려한 연기 기술이 중요한 극이 아니다. 변신의 스펙터클보다 각각 인물이 얼마큼 보이는데 초점을 맞춘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손상규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손상규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email protected]

손상규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누구를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 없어요. 각자의 '라이프'가 존중 받는 느낌이 든다"면서 "한 사람의 몸이 다(多) 경험을 할 때 나올 수 있는 연극적 긴장감이 대단하다"고 했다. 윤나무도 "각자 캐릭터의 삶이 얼마만큼 살아 숨 쉬고 있나를 다루고 있다"고 동의했다.

이번 작품을 앞두고 일부 관객은 '장기 기증' 서약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잘 만들어진 연극은 '사회적 움직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예다. 

손상규는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와 이스라엘의 협정을 통해 (남북의) 평화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그린 연극 '오슬로', 윤나무는 성(性)·장애·안락사 등 한국사회에서 민감한 소재를 다룬 '킬미나우'에 출연하며 이런 흐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손상규는 감시와 검열 등을 다룬 연극 '폭스파인더'를 공연하던 2015년 '촛불집회'를 떠올리면서, 대중이 뉴스나 책을 통해 접하는 역사적 사실의 시공간을 연극은 체험하게 만든다고 여겼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윤나무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윤나무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email protected]

그는 "연극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장기 이식을 권유하거나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에요. 저 역시 마찬가지인데 평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1차적으로 우리에게 들어올 수 있게 만들죠. 삶에 그에 대한 선택지가 없었는데 생긴 거죠"라고 했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무엇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아닌, 어떤 의미를 체험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연극은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윤나무도 마치 이번 연극이 '캠페인처럼 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킬미나우' 같은 작품도 처음에 '관객들에게 어떤 인식을 심어줘야지'라며 시작한 작품이 아니었어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선택을 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에요. 연습을 하다 보니 '우리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은 다 비슷하며 '감정이라는 것이 다 연결이 되는구나'라고 느끼고 있어요."

손상규는 연극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소속 배우다. 단단한 이성을 통해 훈련된 사유의 감정 연기를 선보여왔다. 양손프로젝트는 손상규를 비롯 배우 양종욱, 양조아 그리고 연출 박지혜로 구성된 집단. 무대 디자이너 여신동, 음악감독 정재일 등 내로라하는 스태프와 협업하는 이 팀은 멤버들이 다양한 외부 활동을 통해 시너지를 내며 연극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우란문화재단과 프로젝트그룹 일다가 꾸린 이번 프로덕션 작업도 새롭고 도움이 많이 된다는 손상규는 "처음에는 유학을 가고 싶었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 이런 외부 작업들을 통해 시야나 관점이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모든 조건이 새로워서 제가 공부할 수 있는 것도 풍성해진다"며 긍정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윤나무, 손상규(오른쪽)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인 16역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윤나무, 손상규(오른쪽)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1. [email protected]

윤나무는 순간 집중력이 대단한 배우로 연극, 뮤지컬을 자유롭게 오가며 최근 TV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무대에서 평이한 작품보다 독특하고 새로운 장르에 출연하는 것을 즐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걸 즐겨요. 제 안의 것을 깨고 또 깨고 싶어하죠. 제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보시는 분들도 식상하잖아요. 이번에도 상규 형님의 연기를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고 있어요. 서른다섯의 제 삶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발견해나가고 싶어요."

한편, 이번 연극의 연출은 '아몬드' '요정의 왕' '미사여구없이'의 민새롬 연출이 맡는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월드뮤직그룹 '공명' 멤버 박승원이 음악을 담당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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