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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불기소→무고죄 역공…"허위 단정 안돼" 무죄

등록 2019.12.12 11: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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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가 추행했다며 무고 혐의

1·2심 "성적 수치심 안 느꼈다" 집유

대법 "무혐의→무고 성립 아냐" 무죄

파기환송심 "추행 허위라 단정 안돼"

성추행 불기소→무고죄 역공…"허위 단정 안돼" 무죄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직장 동료가 강제추행했다며 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성폭행 고소 사건이 불기소 처분됐다고 해서 무고가 인정되는 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12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A(34)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제 A씨가 고소한 것은 강제추행으로 한정된다는 점 ▲고소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거나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강제추행이 있을 수 있는 장소적·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무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무고죄에서 신고는 자발적이어야 하고 수사기관에서 추궁해 이끌어낸 진술은 성립 안 한다"며 "당시 경찰이 구체적 행위를 진술하는 질문에 A씨가 신체접촉 부분도 진술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 고소 범위는 한 가지 강제추행 부분으로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고 피해자 B씨가 사과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춰 A씨가 신고한 내용은 자신이 인식한 내용을 나름의 주관적 법적 평가를 달리해 신고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A씨의 고소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거나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A씨 주장대로 기습 추행할 시간적·장소적 여유가 없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습 추행을 당했다는 게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4년 같은 직장 동료 B씨가 강제추행했다고 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에게 기습 입맞춤 등 강제추행 당했다며 신고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했다. 이후 B씨는 A씨가 자신을 무고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은 A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보이지 않고, 성추행 전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무고를 유죄로 인정했다.

B씨가 유형력 행사나 협박성 발언도 하지 않았고, 성추행 후 두려움을 느꼈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을 텐데 A씨가 그대로 귀가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도 1심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 취지를 따라 유죄로 판단,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가해자와 관계나 구체적 상황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개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을 달리했다.

이어 "이런 법리는 무고죄 판단에도 마찬가지며,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면서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우면 안 된다"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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