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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초저금리 시대, 제2 DLF 사태 막으려면

등록 2019.12.13 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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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금융.증권부 조현아 기자

【서울=뉴시스】금융.증권부 조현아 기자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수익률이 많아봤자 4%인데, 100% 손실이 나는 그런게 있을 수 있나?" 대규모 손실 논란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가 터지고 나서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그도 그럴게 '고위험·고수익'이라는 경제학적 기본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얘기도 한결같았다. 원금 손실 위험을 전혀 몰랐거나 알았어도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상품을 판 은행원들 조차도 '원금손실 위험은 0%다', '독일(독일 국채금리)이 망할리가 있겠느냐'고 홍보했다. 그들도 위험성을 제대로 몰랐거나 알았어도 크게 문제삼지 않고 판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얼토당토않은 상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몇몇 은행 창구를 통해 팔려나가게 됐다. DLF 사태는 그저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했던 은행들이 빚어낸 결과인 셈이다.

어찌보면 문제가 된 DLF가 8000억원 가량 팔려 나간 건 초저금리 시대의 쓴 단면이기도 하다. "투자할 데가 워낙 없으니 DLF 같은 상품에 저렇게 몰린 것 아니겠느냐"는 한 금융권 인사의 말에 깊은 수긍이 간다. 1%대 예·적금 금리에 만족하기 힘든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인기를 끌었고 DLF도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한 상품'쯤으로 포장돼 팔렸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이번 DLF 투자에 집중된 것도 노후자금을 예·적금으로 굴려봤자 이자가 연 1% 남짓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더 받아 자금을 불리려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은행 이자가 10%를 훌쩍 뛰어 넘었던 시절을 겪어본 이들에게 연 1%대의 금리는 더 납득하기가 더 어려웠을 수 있겠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건 큰 문제다. 주머니 사정은 여유롭지 못한데 이자소득은 변변치 않고, 투자상품에 눈을 돌려봐도 난해한 상품 구조에 진입 문턱이 높고 수익도 별로다보니 자금이 결국 부동산으로만 몰린다. 차라리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게 가계 형편에 더 보탬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 쏠림이 지속되면 향후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커진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고,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확산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정부와 당국이 나서 개인들에게 금융자산을 늘릴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사들이 제대로 된 상품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개인들이 괜찮은 금융상품에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식이다. 저금리의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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