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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Weekend] 엠넷·tvN, 오디션·드라마 왕국의 매너리즘

등록 2019.12.14 06:00:00수정 2019.12.27 14: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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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X1)'이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미니 앨범 '비상: 퀀텀 리프(QUANTUM LEAP)' 쇼케이스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도현, 이한결, 한승우, 조승연, 김우석, 김요한, 강민희, 송형준, 손동표, 차준호, 이은상. 2019.08.2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X1)'이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미니 앨범 '비상: 퀀텀 리프(QUANTUM LEAP)' 쇼케이스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도현, 이한결, 한승우, 조승연, 김우석, 김요한, 강민희, 송형준, 손동표, 차준호, 이은상.  2019.08.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CJ ENM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리즈 조작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즌2·4로 데뷔한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활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tvN 드라마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톱배우와 스타 작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1~4%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체면을 구겼다.

◇엠넷, 무너진 오디션 왕국

'프로듀스101' 사태는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국민 프로듀서가 직접 선택해 최고의 아티스트를 배출한다'는 슬로건이 무색해졌다. 2016년 첫 선을 보인 시즌1부터 지난 7월 막을 내린 '프로듀스X101'(시즌4)까지 전 시즌을 조작해 충격을 줬다.

이 시리즈를 기획·연출한 김용범 CP와 안준영 PD는 사기·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된 상태다. 김 CP와 안 PD는 시즌1·2 당시 1·4차 투표 일부만 조작했지만, 시즌3·4에선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를 아예 미리 선정했다. 경찰은 '프로듀스101'을 통해 배출된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총 4팀 45명 중 적어도 24명은 순위 조작으로 데뷔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서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안준영 PD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0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서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안준영 PD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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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들은 연습생 101명을 공평하게 촬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애초 안 PD는 기획사별 연습생 2명으로 제한했지만, 접대 받거나 친한 회사는 4명 이상 출연시키는 등 혜택을 줬다. 기획 단계부터 어느 정도 순위와 데뷔를 보장하며 섭외한다고 한다. 특정 기획사 연습생들은 '픽미' '나야 나' '내꺼야' '_지마' 등 단체곡을 미리 연습하거나, 미션곡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곡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이 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방송하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고 투표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워너원 멤버 1명도 조작에 의해 데뷔한 것으로 드러났다. CJ ENM은 제작진 개인의 문제로 치부, '꼬리 자르기' 하려는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 관련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한다. 엠넷은 "빠른 시일 내에 보상안과 쇄신 대책 및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만 했다.


【서울=뉴시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주인공. 왼쪽부터 윤시윤, 정인선, 박성훈(사진=tvN 제공) 2019.11.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주인공. 왼쪽부터 윤시윤, 정인선, 박성훈(사진=tvN 제공) 2019.11.13 [email protected]

◇tvN, 몰락한 드라마 제국

케이블채널 tvN은 지상파보다 위기가 빨리 찾아 왔다. 올해 '왕이 된 남자'와 '호텔 델루나'를 제외하면 흥행한 드라마를 꼽기 힘들다. 현재 방송중인 tvN 수목극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시청률 1~2%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유령을 잡아라' '쌉니다 천리마마트' '청일전자 미쓰리' '날 녹여주오' 모두 2~3%대에 그쳤다. '시청률 4%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계자 C는 "지난 9월 종방한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가 시청률 0%까지 떨어지지 않았느냐. 제작비도 초과해 타격이 컸다"면서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이후 내부 검열이 강화됐다. JTBC는 시청률이 조금 낮아도 작품성 등을 높게 평가하지만, CJ는 철저한 성과주의"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tvN은 총 제작비 540억원이 들어간 '아스달 연대기' 실패로 쓴 맛을 봤다.

김원석 PD는 '미생'(2014) '시그널'(2016) '나의 아저씨'에서 섬세하고 현실적인 연출로 호평 받았다. '아스달 연대기'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1~8(2011~2019)과 영화 '아바타'(감독 제임스 캐머런·2009) 등을 섞은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송중기의 출연료는 회당 2억원, 총 18부작 개런티는 36억원 정도다. 장동건은 회당 1억원, 총 18억원, 김지원은 회당 8000만원, 총 14억4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부족한 연기력과 늘어지는 스토리, 어설픈 CG, 청동기 시대 배경과 맞지 않는 소품과 의상 등은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역사 이전 시대인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해 내부 시사 때부터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막대한 제작비로 인해 수익이 나지 않아 애초부터 시즌제로 기획했지만 시청률 4~7%대에 머물러 시즌2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현빈, 손예진(오른쪽)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14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토,일 밤 9시 방송한다. 2019.12.0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현빈, 손예진(오른쪽)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14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토,일 밤 9시 방송한다. 2019.12.09. [email protected]

손예진·현빈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으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tvN 주말극 '사랑의 불시착'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와 그녀를 지키다 사랑에 빠진 장교 '리정혁'(현빈)의 로맨스다. 손예진과 현빈은 열애설이 두 번이나 난 만큼, 케미스트리는 '꿀잼'이다. 하지만 박지은 작가가 전작인 '별에서 온 그대'와 '푸른 바다의 전설'도 표절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기에 '사랑의 불시착'으로 오명을 벗을지 의문이다.

최영일 평론가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바라보면, 트렌드는 항상 변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그 동안 지상파는 대중들을 의식해 천편일률적인 드라마를 선보였다면, tvN은 스릴러, 수사물 등 미드에서 볼법한 다양한 소재로 신선함을 줬다. '우리나라도 가능하구나'라는 인식을 좋고, 많은 마나아들을 보유하게 됐다. 도전적인 측면에서는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너무 잘 돼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진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성공을 하면 공식이 생기는게 문제다. 기존의 공식을 깨서 주목 받았는데, 본인들이 공식을 만들어서 무리수를 두다가 '프로듀스101'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공식이 아예 조작이 된 거다. 초기에는 소심한 조작을 하다가 점점 센 조작으로 바뀌었는데, 조직적인 측면에서는 빠른 몰락을 자초했다"며 "CJ는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진의 역할을 넘어 앨범 제작, 유통, 공연, 매니지먼트까지 모든 것을 쥐고 흔들어댔다. 문화시장에서 독과점을 해 소비자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문화산업에서도 윤리성의 준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해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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