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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세종과 장영실 한석규와 최민식 브로맨스...영화 '천문'

등록 2019.12.27 10: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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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석규(왼쪽)·최민식,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2.27.

[서울=뉴시스]한석규(왼쪽)·최민식,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2.27.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세상의 모든 일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실패와 실수는 경험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안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모든 일에는 조력자가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하지 않나. 조선시대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도 그랬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해도 힘을 낼수 있었던 건 세종 덕분이었다. 장영실에게 세종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극 영화의 기시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으로 풀어냈다. 신분을 초월한 두 남자의 브로맨스를 선보이면서도 유머를 잊지 않았다. 진지한 신에서 갑자기 툭 터져 나오는 대사가 압권이다. 기분좋은 유머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고,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리뷰]세종과 장영실 한석규와 최민식 브로맨스...영화 '천문'


세종과 장영실은 신분 격차를 뛰어넘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조선의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장영실은 본래 부산 동래현 관청에 소속된 노비였으나 타고난 재주가 조정에 알려져 태종 집권시기에 발탁됐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세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파격적으로 벼슬에 올랐다.

역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발명품을 발명했으나, 세종 24년에 일어난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 사건 이후로 어떠한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했다. 두 사람의 업적이 아니라 세종과 장영실의 심리에 집중해 풍성하게 그려졌다. 특별한 우정을 나눈 이들의 관계가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주변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에도 밀도있게 접근하면서 당시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리뷰]세종과 장영실 한석규와 최민식 브로맨스...영화 '천문'

결국 영화가 그려내는 세계는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별을 보는 장면에 압축되어 있다. 누구나 크든 작든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꿈은 사람을 보다 높은 세계로 이끌고,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다. 세종의 칭찬은 장영실의 발명에 큰 동기부여가 됐고, 장영실의 지지는 세종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쳤다.

디테일한 미장센이 인상적이다. 두 사람이 같이 별을 보는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에 '문풍지 뒤로 빛을 비추어 별처럼 보이게 한다'고 써져 있었다. 그러나 창호지 뒤로 불빛을 밝히면 전체가 밝아질 뿐 별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를 현장에서 알게 된 촬영감독과 스태프들은 창호지에 검은 칠을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문풍지 전체를 먹칠한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빚을 비추면서 밤하늘의 별처럼 환하게 보이게 됐다.

선후배 사이인 두 배우의 호흡은 척척 맞는다. 혼자 등장할 때도 독보적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둘이서 함께 대화를 나눌 때의 장면은 멋지다 못해 낭만적이다. 주연을 맡은 최민식, 한석규는 역사 속 인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절제의 미학도 돋보인다. 감독도 배우도 오버하는 일이 없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세종과 장영실이 어떻게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꿈을 함께 하면서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는지에만 집중했다.

 "세종과 장영실이 신분의 차이를 떠나서 서로를 알아보고 각자의 꿈을 지지하며 친구처럼 의지하는 감정이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관계와 감정이 당시 어떤 것이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힌 허진호 감독의 내공이 빛난다. 132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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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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