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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 충돌' 공소장 보니…"끌려나가자" 나경원이 지시

등록 2020.01.09 0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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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우리가 패스트트랙 막아야"

"엘리베이터보다 계단 이용하시고요"

채이배 의원 감금 상황 유지 지시도

"끌려 나가는 모습 비춰지도록 해야"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문희상 의장이 패스스트랙 법안 접수를 위해 국회 의안과에 경호권을 발동한 지난해 4월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헌법수호를 외치고 있다. 2019.04.27.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문희상 의장이 패스스트랙 법안 접수를 위해 국회 의안과에 경호권을 발동한 지난해 4월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헌법수호를 외치고 있다. 2019.04.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의 통과 과정에서 여야 간 발생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한국당) 원내대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9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22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 합의안이 발표되자 다음날 당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한국당이 반대해도 각 법률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우려한 것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때 의원총회에서 "저들이 좌파 장기집권 플랜을 드디어 시작했다"며 "우리가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저부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며 "하나의 대오로 일체단결해서 반드시 싸워 이깁시다"라고 했다.

이후 한국당은 당시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였던 김관영 대표가 당 소속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오신환 의원에서 찬성하는 채이배 의원으로 바꾼다는 걸 알고 24일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막기로 계획했다.

검찰은 다수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나 전 원내대표 등 다수의 한국당 의원들이 선거제 개편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4개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을 저지할 목적으로 수차례의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이 과정에서 나 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한국당 의원들을 위원회별 점거 및 비상대기조로 편성했다고 봤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황 대표, 나 전 원내대표 등은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를 막기 위한 계획 실행을 지시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및 단체 문자메시지를 통해 각 현장별 상황, 여야 4당 소속 사개특위 및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소재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당대표 및 원내지도부의 지시사항을 전달받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나 전 원내대표가 당시 채 의원의 감금에도 관여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공소장에는 "나 전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공모해 채 의원실로 찾아가 민주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과의 협의 및 사개특위 회의 등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돼 있다.

감금됐던 채 의원이 112에 직접 신고하자 경찰들이 출동했지만 의원들은 문을 열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진 지난해 4월26일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아침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의안과 문을 열려고 할때 사용한 쇠 지렛대(빠루)를 들고 있다 2019.04.26.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진 지난해 4월26일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아침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의안과 문을 열려고 할때 사용한 쇠 지렛대(빠루)를 들고 있다 2019.04.26. [email protected]

채 의원과 있던 한국당 의원들은 나 전 원내대표에게 전화해 내부 상황을 전달하면서 감금상황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집무실 문이나 창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자 나 전 원내대표는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든지 해서 끌려 나가는 모습이 비춰지게 해야 한다"며 감금상황을 유지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을 막기 위한 정개특위 회의장 내외부를 점거하고, 회의장 앞 복도에 대열을 갖춰 정개특위 위원들의 회의장 출입 방해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24일 정개특위 회의실 앞을 방문해 "의원님들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시고요. 운영위원장실은 한 층 아래 있고,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한다는 말도 있다"며 "민주당 원내대표실은 본관 들어오면서 좌측인 거 아시죠" 등의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

검찰은 나 전 원내대표가 다른 곳에서 정개특위 회의가 개최되더라도 즉시 그곳으로 이동해 이를 저지할 것을 독려했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 2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 13명, 민주당 의원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한국당 의원 10명과 민주당 의원 1명은 약식명령이 청구됐고, 한국당 의원 37명과 민주당 의원 28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불구속기소에 포함된 나 전 원내대표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감금 및 공동퇴거불응), 국회법 위반, 국회회의장소동 혐의가 적용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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