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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내한한 ‘록의 전설’...퀸 "BTS-K팝에서 영감”(종합)

등록 2020.01.16 17: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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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내한공연···18~19일 고척 스카이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확인할 것

[서울=뉴시스] 퀸.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퀸.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첫 내한공연은 즐거웠어요. 한국에서 '셀카봉'을 처음 봤어요. '이런 좋은 발명품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하. 한국에서 구입한 셀카봉을 가지고 투어를 다녀요. 우리 무대도 찍히고 뒷배경도 찍히죠. 이번 공연에서서는 저희가 많은 기술을 선보일 겁니다. 유럽에서도 이후 셀카봉이 등장했는데 한국의 개발품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하하."(브라이언 메이)

영국의 전설적 밴드 '퀸'이 5년5개월 만에 2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18, 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으로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난다. 축제 참여가 아닌 단독으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퀸의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73)는 16일 서울 오후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설 때 카메라 플래시가 잇따라 터지면서 환영의 분위기가 감돌자, 깜짝 놀라는 표정과 함께 내내 미소를 지었다.

다른 멤버들과 손가락 하트를 만든 메이는 "감사합니다. 저희가 왕족이 된 기분이네요. 이틀 후면 고척에서 좋은 시간을 2일 간 갖게 될 텐데 고마워요. 상당히 기대가 되는 공연입니다"라고 흡족해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메이, 드러머 로저 테일러(71)와 함께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애덤 램버트(38)가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를 대신해 보컬로 나선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비롯해 '위 아 더 챔피언스' '위 윌 록 유' 등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모든 밴드가 그렇듯 퀸의 시작도 미약했다. 1970년 메이와 테일러는 보컬 팀 스타펠과 함께 '스마일'이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꾸려가고 있었다. 스타펠이 다른 팀으로 떠나고 이들과 알고 지내던 파록 불사라, 즉 머큐리가 보컬로 합류했다. 그리고 존 디콘(69·베이스)까지 나중에 가세하면서 우리가 아는 퀸이 1971년 형성했다.

1973년 데뷔 앨범 '퀸'부터 머큐리의 사망 이후 발매된 '메이드 인 헤븐'까지 스튜디오 앨범 15장, 라이브 앨범과 베스트 앨범 여러 장을 발매했다. 현재까지 2억 장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퀸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3집에 실린 '킬러 퀸(Killer Queen)'이 성공하면서부터다. 록 음악보다 경쾌한 팝에 가깝다. 이후 음반사는 퀸에게 비슷한 스타일의 곡을 요구했다.

하지만 퀸 멤버들은 대중에 영합하기보다 밴드의 정체성 찾기에 골몰한다. 4집에 포함된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표적인 보기다. 오페라 록을 개척한 6분짜리 이 대곡은 겹녹음을 180차례나 해 웅장함을 만들어냈다. 녹음에만 3주가 소요했다. 1975년에 발표됐으나 엄마에게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하는 이 곡은 국내에서 1989년까지 금지곡이었다.

[서울=뉴시스] 퀸.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퀸.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email protected]

퀸은 멤버 네 명 모두가 히트곡을 보유한 작곡가다. 밴드가 결성된 당시로서는 드물게 넷 모두 대졸자인 '고학력 밴드'였다. 현재 천체물리학자이기도 한 메이는 지난해 미항공우주국(NASA) 프로젝트에 함께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자, 음악가 활동을 동시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 편견을 깨기 위해 평생 노력해왔죠. 지금은 양쪽 둘 다 열심히 한 사람으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는 것 같아 기뻐요"라고 뿌듯해했다.

"과학과 예술은 멀리 있지 않아요. 과학도 예술처럼 창의성을 동반한 영감, 예측이 상당히 중요하죠. 음악적 영감을 받는 것과 과학적 영감을 받는 것이 개인적 입장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최근에는 동물 행동학 쪽으로 많이 연구를 하고 있어요."
 
머큐리는 본래 디자인을 전공해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대영제국 왕실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퀸의 유명한 '불사조 로고'도 직접 그렸다.

그간 퀸은 한국에서 평가절하된 측면이 있다. '비틀스' '롤링스톤스' '레드제플린' '핑크플로이드' 등 다른 영국 출신 밴드들보다 덜 조명된 것이 사실이다. 퀸 노래는 록답기보다 멜로디컬했기 때문이다.

또 퀸은 비틀스처럼 음악 사용에 대해 비싸게 굴지도 않아 산발적으로 CF, 영화 등을 통해 언제나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을 좀 안다는 록 마니아들은 속으로는 퀸 노래를 따라부르면서도 겉으로는 애써 무관심한 척했다.

하지만 퀸 음악은 오래도록 남았다. 결국 좋은 음악은 모든 것을 이긴다. 퀸의 음악을 사용한 발레 '발레 포 라이프', 퀸의 음악만으로 구성한 뮤지컬 '위 윌 록 유' 그리고 국내에서 1000만 가까이 관객을 모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보기다.

[서울=뉴시스] 로저 테일러.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로저 테일러.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email protected]

앞서 퀸은 결성 43년 만인 지난 2014년 8월14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록 페스티벌 '슈퍼 소닉 2014'의 헤드라이너로 첫 내한공연했다.

당시에도 같은 구성이었다. 당시 멤버들이 "프레디를 기리기 위해 다 같이 부르자"면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를 부르는 순간 스크린 속 머큐리의 모습과 노래는 영원했다.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가 울려퍼지자 청중은 향수에 젖었다. 램버트의 목소리 위에 머큐리가 이 곡을 부르는 영상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이후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이 이어진 순간 공연장에 운집한 이들은 모두 챔피언이 됐다.

지난 공연은 첫 내한임에도 한국에서 마니아 위주로 인기를 누린 팀이라 대외적으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재작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상영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 열풍을 일으킨 뒤라 현재 상황은 다르다. 게다가 단독으로는 첫 공연인 만큼 퀸 열풍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국 성공 소식을 들어 잘 알고 있다면서 "입국할 때 공항에서도 깜짝 놀랐어요. 젊은 친구들이 공연장 관객처럼 저희흘 향해 소리를 질러줬죠"라고 했다. "그런 연령대로부터 함성을 들은지 오래됐거든요. 그래서 기분이 새로웠죠. 영화 덕에 저희 팬 연령대가 내려갔어요."

테일러도 "퀸의 공연 관객들이 영화 개봉 이후에 많이 젊어졌다"면서 "덕분에 저희 공연 내용도 젊어졌어요. 이번에 그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애덤 램버트와 작업하면서도 그런 변화가 있었어요. 영화의 파급력이 크다 보니 이번에는 더 젊어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 저희끼리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세계적인 환영을 받을지는 몰랐죠. 결과가 너무 좋아서 그 당시 고생과 노력이 보상 받는 시분이 들었습니다. 영화에 본 열기를 이번 공연으로 우리가 직접 확인하게 될 것 같아 기대가 커요."

사실 테일러가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80년대 베이시스트 디콘과 함께 였다. 당시 메이는 오지 않았고 공연을 하지는 않았다. 테일러는 "이렇게 빨리 변하는 도시가 없을 거 같아요. 인상적"이라고 놀라워했다.

[서울=뉴시스] 애덤 램버트.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애덤 램버트.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email protected]

퀸하면 1985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팝스타들의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를 빼놓을 수 없다.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총출동한 이 공연에서 주인공은 머큐리와 퀸이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도 해당 장면이 나왔다. 작년 6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할 당시 멤버 진이 웬블리에서 머큐리가 했던 '에~오!' 퍼포먼스를 재연, K팝 팬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가 됐다.

테일러는 K팝의 세계적인 광풍을 인정했다. 그는 "K팝이 세계를 지배했다는 것에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잘 됐으면 해요. 우리와는 세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영국에서도 크게 히트하고 있어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메이 역시 K팝에 대해 들어 익히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영향력으로 음악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할 만한 일이에요. 앞으로도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라는 얘기다.

"저희 때는 로큰롤이 전부였어요. 한 때 '로큰롤이 죽었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왔지만 관객들과 계속 성숙해왔죠. 그래서 K팝이 미래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어떤 변화를 겪을 지, 현재 맥락을 이어갈지 궁금합니다."

젊은 램버트는 K팝의 시각적인 요소를 특히했다. "BTS를 비롯 K팝의 비주얼적인 요소에서 저도 영감을 얻곤 해요. 너무나 멋지고 화려한 모습들이 인상깊어요."

브라이언과 테일러는 칠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투어를 돌며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이는 잠을 충분히 잔다며 운동뿐 아니라 식단조절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는 채식주의자 중 가장 엄격한 식단을 따르는 비건으로 살고 있다. "동물보호 활동을 많이 하기도 했고, 제 건강을 위해 비건 식단을 했어요. 전날 사찰음식을 먹었는데 좋더라고요."

[서울=뉴시스] 브라이언 메이.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브라이언 메이. (사진 = 현대카드 제공) 2020.01.16. [email protected]

움직임이 많은 드럼을 연주하는 테일러는 "드럼 연주만으로 충분이 운동이 충분히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과 함께 하던 머큐리는 세상을 일찌감치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머큐리를 대신해 거의 10년 째 퀸 멤버들과 함께 하고 있는 램버트에게 항상 관련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램버트는 "머큐리는 뮤지션으로서나 퍼포머로서나 제가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고 털어놓았다. "처음에 제가 퀸과 함께할 때 부담감이 지금보다 훨씬 컸어요. 제가 뭘 해도 분명히 비교당할 것이잖아요. 부정적인 이야기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 지 먼저 걱정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부담감은 떨치기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메이와 테일러가 램버트를 적극 도왔다. "단순히 머큐리를 흉내 내는 것은 소용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음악 자체의 해석을 통해 승부를 봐야한다고 생각했죠. 이제는 많이 나아졌어요. 존경해온 분들과 공연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쁘죠. 매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테일러는 "머큐리와 같은 전설적인 프런트맨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큰 행운이었어요. 근데 램버트처럼 가창력 등이 독보적인 가수와 함께 하는 것도 행운이죠"라고 램버트에게 힘을 실었다.

메이도 예전과 지금, 그룹을 유지하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머큐리와 램버트의 개성은 다르지만 서로 협력하면서 생활하는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공연 전에 아직도 사운드 체크를 많이 해요. 음악적으로 어떻게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우리 음악은 변화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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