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금배지 꿈꾸는 판사들 중립 논란…'법복 정치인' 비판도

등록 2020.01.18 05:01: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전직 법관들, 총선 직전에 사표·정치권行 고려

법조계 '법관 정치권 직행' 우려…"문제 있다"

법원 내부 비판 목소리…"다른법관에도 오명"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가 열린 지난 2018년 10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통위에서 최기상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0.2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가 열린 지난 2018년 10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통위에서 최기상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나운채 기자 = 최근 판사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법복을 벗는 경우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법관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18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이수진(50·사법연수원 31기) 전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사표를 내고 법원을 떠났다. 이어 최기상(51·25기) 전 부장판사도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 지난 13일 퇴직 처리됐다.

이 전 부장판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 오는 4월 치러질 총선에 출마할 계획임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부장판사 영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부장판사 또한 정치권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두 전직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다. 이 전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당시 강제징용 사건 판결 지연 관련 의혹을 폭로했다.

최 전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에 판사들을 뒷조사한 파일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 당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그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을 맡기도 한 바 있다.

이들 외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을 맡았던 장동혁(51·33기) 전 부장판사도 사표를 냈다. 장 전 부장판사 또한 총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배지 꿈꾸는 판사들 중립 논란…'법복 정치인' 비판도

법조계에서는 법관들이 곧바로 정치권으로 향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기존에 맡고 있던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법원 및 재판의 중립성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관이 사직 후 곧바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각종 재판을 맡고 있는 법원의 판단에 국민이 의구심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돼야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법원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법복 정치인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법관들의 정치권 직행을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글에서 "법관의 정치성은 가급적 억제돼야 하고 불가피하게 드러낼 때조차 지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자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어떤 파국이 오는가를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안에서 똑똑히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어 "법관이 악덕을 체현하며 다른 국가기관의 통치에 참여하는 '삼권분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이미 월권이라고 생각한다"며 "법관은 통치에 대한 통제를 위임받았을지언정 통치에 대한 참여를 위임받은 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믿어줄 사람이 없다"며 "다른 법관들에게까지 법복 정치인의 혐의를 씌우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