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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공시 준비하며 알바하면 취업자?…'위장'된 청년들

등록 2020.01.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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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확장 실업률 매년 올라 작년 역대 최고인데

취업자수, 고용률만 보고 "회복세 주도" 평가한 정부

[세쓸통]공시 준비하며 알바하면 취업자?…'위장'된 청년들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업 취약 계층인 청년·여성·고령층이 지난해 고용 회복을 주도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고용 상황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고용이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인 '일자리 반등의 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30만1000명 늘었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9만7000명에 그치며 '고용 참사'라는 평가가 나온 지 1년 만의 성과에 정부는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다. 홍 부총리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매우 뜻깊은 성과"라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 시장은 고령층에서 주도하고 있는 것이 자명하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들어 낸 노인 일자리로 60세 이상 취업자가 역대 최대 폭인 37만7000명 늘었다. 고용률(취업자 수/15세 이상 인구)도 1년 전 40.1%에서 41.5%로 1.4포인트(p) 상승했다. 노인 인구보다 취업자의 증가 속도가 빨랐다는 얘기다. 상승 폭은 60~64세(0.4p)에서보다 65세 이상(1.6p)에서 더 높았다. 여성 고용률 역시 2000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51.6%를 나타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도 2006년(43.8%)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43.5%를 기록했다. 지난해 청년층 인구가 1년 전 대비 8만8000명 줄어드는 동안 취업자는 4만1000명 늘었다. 실업률(실업자/경제활동인구)은 8.9%로, 2013년(8.0%) 이후 6년 만에 8%대로 내렸다. 1년 전(9.5%) 대비 하락 폭은 -0.6%p로, 2002년(-0.9%p)과 2007년(-0.7%p)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컸다.

고용 통계에서 실업자를 정의하는 방식을 보면 체감 실업률과 공식 실업률 간에는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수행한 사람이어야만 실업자로 묶인다.

취업준비생이나 공무원·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임시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 등은 주관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실업자로 생각할 수 있지만, ILO 기준을 적용하면 실업자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통계청은 이 같은 경우까지 포함한 보다 현실적인 실업률을 '고용보조지표'라는 이름으로 2014년부터 발표해 오고 있다. 이 지표에는 실제 취업 시간이 36시간에 미치지 못하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이것이 가능한 경우와 함께 '잠재취업가능자'(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4주간 구직 활동을 했지만, 조사 대상 주간에 취업이 불가능했던 자), '잠재구직자'(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4주간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조사 대상 주간에 취업을 희망하고 이것이 가능한 자) 등이 반영된다. 주관적인 상태에서의 실업까지 반영한다는 점에서 '체감 실업률'이라고도 한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공무원 준비생이 오가고 있는 모습.2019.08.13.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공무원 준비생이 오가고 있는 모습.2019.08.13.  [email protected]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와 잠재 경제활동인구(잠재취업가능자+잠재구직자)를 모두 포괄하는 가장 큰 범위의 고용보조지표3(다른 말로 '확장 실업률')은 지난해 11.8%로 3년째 올라 역대 가장 높았다. 공식 실업률(3.8%)의 3배를 넘는다.

청년층에 한정해 보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지난해 22.9%를 기록한 청년층 확장 실업률은 역시 역대 최고 수치였다.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100명 중 22.9명은 공식 실업자이거나 자신이 실업 상태에 있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이 지표는 2015년 집계 이래 매년 높아져 왔다.

ILO는 조사 대상 주간 기준 일주일 동안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정의하고 있으며 통계청 역시 이를 따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도 취업자로 묶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본인을 취업자라고 인식할 가능성은 적다.

결국 이 청년은 확장 실업률에 포함되는, 큰 의미에서 실업자이기도 하다. 이런 유형의 청년들은 고용률도 높이고, 확장 실업률도 높인다. 단순히 고용률만 보고 청년들의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 섣부른 이유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초 '경제 내 상대적 격차에 따른 체감 경기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펴낸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세대 간 실업률 격차는 지표상 경기와 실제 체감 경기 간 격차를 벌리는 주된 요인이다. 2013년부터 확대되기 시작한 청년층 실업률과 전체 실업률 간 격차가 체감 경기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실업률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한은 조사국의 김형석 차장과 심연정 조사역은 "체감 경기 하락은 단순히 경기적 요인만이 아니라 경제 내에 누적된 다양한 구조적 요인들에 기인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현실과 다소 거리감이 있는 통계 수치에만 주목하고 정작 들여다봐야 할 수치는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지낸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위한 여러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들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업자이면서도 실업 상태인 것으로 판명되지 않는 위장된(disguised) 취업자를 낳을 뿐"이라며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으로 질 낮은 일자리만 늘렸지, 실제 실업률은 집계된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란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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