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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40주년 '5·18' 조명···한강 '소년이 온다' 토대

등록 2020.01.2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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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즌 라인업 공개

[서울=뉴시스] 휴먼푸가. (사진 = 남산예술센터 제공) 2019.12.0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휴먼푸가. (사진 = 남산예술센터 제공) 2019.12.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40주년을 맞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억한다. 21일 오후 공개한 올해 시즌 라인업에 5·18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두 개의 작품이 포함됐다.

지난해 시즌 프로그램이었던 '휴먼 푸가'(원작 한강·연출 배요섭)(5월 13~24일)와 '더 보이 이즈 커밍(The boy is coming)'(원작 한강·연출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5월 29~31일)에 잇따라 선보인다.

두 작품은 모두 5·18를 다룬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토대로 제작된다.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던 '휴먼푸가'는 파격적인 무대연출과 공연전개로 주목 받았다. 그해 연말에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주관한 '2019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됐다.

'더 보이 이즈 커밍'은 폴란드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의 작품이다. 작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초연했다. 남산예술센터는 그동안 베를린 샤우뷔네 '햄릿'(2010), '고골의 꿈'(2010), '델루즈(DELUGE): 물의 기억'(2015) 등 몇 편의 해외 작품들을 초청한 적이 있다. '동시대 창작초연 중심의 제작극장'이라는 목표 아래 대부분 국내 초연들로 채웠다.

이번 '더 보이 이즈 커밍'은 국내 창작초연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폴란드의 시선으로 5월의 광주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5월 '휴먼 푸가'와 함께 극장의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남산예술센터는 판단했다.

남산예술센터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광주의 아픔을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는 미래를 고민하는 것에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남산예술센터는 이 두 작품을 비롯 올해의 시즌 프로그램 5편을 공개했다. 이번에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의 작품이 30대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2020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사진 = 서울문화재단 제공) 2020.01.2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2020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사진 = 서울문화재단 제공) 2020.01.21. [email protected]

1930년대부터 1950년까지의 만주를 그린 '왕서개 이야기'(작 김도영·연출 이준우), 198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의 아픔을 이야기한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작·연출 김지나), 기독교의 역사를 바라본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공동창작·연출 임성현)가 있다.

'왕서개 이야기'(4월 15~26일)는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로 시작해 제작 전 콘텐츠를 사전에 공유하는 작가 발굴 프로젝트인 '서치라이트(Searchwright)'를 거쳐 시즌 프로그램으로 안착된 작품이다. '왕서개'라는 인물의 복수를 통해 1930년대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세계사 아픔을 이야기한다. 가해의 역사가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마주했을 때에 대해 질문한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6월24일~7월5일)은 1980년대부터 우리 사회가 낳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기억을 무대화했다.

시즌을 마감하는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9월 2~13일)는 형식에 잠재돼 오랫동안 잠들어 있는 예배의 제의성과 연극성을 부활시키기 위해 제사장의 위치에 기독교가 배제해온 '퀴어'(Queer·성소수자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남산예술센터는 "주류 기독교가 독점해온 사랑, 공동체, 믿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퀴어를 둘러싼 불안과 혐오, 기독교의 위기와 분열을 한곳에 담아내 극장과 연극의 공공성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부터 잠재력 있는 작품을 발견하고, 완성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공유한 '사치라이트'를 올해도 이어간다. 3월에 극장, 관객, 기획자,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서로 공유한다.

【서울=뉴시스】 남산예술센터. 2018.10.12. (사진 =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뉴시스】 남산예술센터. 2018.10.12. (사진 = 서울문화재단 제공)

또 격년으로 진행한 일본과 중국의 낭독공연을 처음으로 동시에 추진한다. '일본희곡 낭독공연'(2월 21~23일), '중국희곡 낭독공연'(3월 24~29일)을 차례로 선보인다. 작년 한 해 동안 추진해온 특정 회차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공연' 역시 올해도 이어간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2009년부터 서울시가 서울예술대학교(학교법인 동랑예술원)로부터 연간 10억원에 임대해 오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을 걸고 위탁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서울예술대학이 2018년 초 2019년 6월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연극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서울예대가 사립학교재단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드라마센터 건축과정과 토지확보 과정을 들여다볼 때, 태생적으로 공공교육기관이라는 주장이 불거지고 유치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등 다방면에서 쟁점이 불거지고 있다. 2020년까지 계약이 연장됐지만 논쟁은 여전하다.
 
남산예술센터는 아직 극장의 미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날 올해의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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