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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의 언성 히어로, 골키퍼 안찬기·안준수

등록 2020.01.23 0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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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 활발하지만 둘만 출전無…골키퍼 포지션의 특성

김학범 감독, 도쿄행 확정하고 안타까움 드러내

[서울=뉴시스]김학범호의 골키퍼 안찬기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김학범호의 골키퍼 안찬기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방콕=뉴시스] 박지혁 기자 = 한국 축구가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지만 단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2일 오후 10시15분(한국시간) 태국 랑싯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김대원(대구), 이동경(울산)의 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3장 걸린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쥐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김 감독의 변화무쌍한 로테이션이 화제인 이번 대회에서 아직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가 둘 있다. 골키퍼 안준수(22)와 안찬기(22)다.

필드플레이어 20명이 선발이나 벤치 자원으로 모두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둘은 그러지 못했다. 한국의 골문은 조별리그(3경기)부터 8강, 준결승까지 5경기 모두 송범근(23·전북)이 책임졌다.

조커 활용을 위해 교체 카드를 모두 필드플레이어에 사용한 면도 있지만 대회의 중요도, 포지션의 특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부분도 있다. 주전 골키퍼는 극도의 부진이나 부상이 아니라면 잘 바꾸지 않는다.

김학범 감독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챙기고, 제일 먼저 이들을 챙겼다. 그는 "사실 지금까지 경기장에 못 나간 골키퍼가 2명이다. 바꾸기가 너무 어렵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골키퍼라는 포지션은 바꾸기 쉽지 않다. 올림픽 출전이 걸린 경기였기에 선수들도 이해할 것이다. 선수 모두 팀에 녹아 하나가 되서 지내고 있다"며 이들이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고 강조했다.

언성 히어로는 '보이지 않는, 이름 없는 영웅'이라는 의미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잘 수행하는 이들을 칭한다.

[서울=뉴시스]김학범호의 골키퍼 안준수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김학범호의 골키퍼 안준수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안준수(가고시마 유나이티드)는 일본 J리그에서 활동 중이고, 안찬기(인천대)는 23명 중 유일한 대학생이다. 안준수는 U-23 대표팀 소속으로 3경기에 출전해 6실점했다. 안찬기는 2경기에서 2실점이다.

아시안게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고, K리그1(1부리그) 3연패를 달성한 전북 현대의 주전 골키퍼 송범근의 자리를 넘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훈련 때, 항상 송범근과 조를 이루며 골키퍼 특별 훈련을 성실히 수행한다.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팀에 공헌하는 장면이다. 믹스트존을 빠져나갈 때도 결코 표정이 어둡지 않다. '원팀'에 어울리게 늘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함께 한다.

이동경(울산)은 "이 선수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내색하지 않는다. 동료들을 북돋아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준다"며 "고맙고, 이 팀이 좋은 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26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에서 두 선수 중 누군가가 골문을 지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1차 목표는 달성했고, 이제 첫 우승이라는 2차 목표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준수, 안찬기는 함께 땀 흘리고, 응원하며 첫 우승에 힘을 보탤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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