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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78.7% "학교 생활지도는 성차별적이다"

등록 2020.01.2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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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개교 4217명에게 받은 설문 결과

"성차별 피해 당해" 전체 14.1% 응답

피해자는 여학생 85% > 남학생 74%

64.7%는 '대처 않고 그냥 넘어갔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 전국 중·고등학생 78.7%가 학교의 복장지도, 생활규율이 '성차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학년 친구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듣거나 목격했음에도 "그냥 넘어갔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6명 이상인 64.7%다.

26일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개한 '초중등 성평등교육의 요구 현실과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실린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이처럼 학교 곳곳에 성차별적 문화와 혐오가 만연하다고 인식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2018년 '스쿨 미투'가 화두에 오르면서 이뤄졌다. 같은 해 1월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1만3219명이 동의했으며 정부도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연구책임자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윤정 부연구위원은 연구 취지에 대해 "당시에는 학교 내 성차별 문화에 대한 실태, 현안조사가 부족했다"며 "각급 학교의 성평등교육을 심도있게 들여다봐야 할 때가 왔고, 정책적 제언을 통해 교육을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7월9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초·중·고 190개교 학생 4217명에게 성차별적 학교문화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초등학교 6학년 1347명, 중학교 2학년 1476명, 고등학교 2학년 1394명이 인터넷 설문에 답변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성차별적인 발언 또는 행동을 당했거나, 다른 누군가가 당한 걸 본 학생은 전체 14.1%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은 9.4%, 고등학교 2학년은 18.1%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심해졌다.

연구진이 학생들에게 피해자가 누구인지 복수응답 형식으로 물은 결과, 여학생(85.1%)이 남학생(73.9%)보다 많았다. 남녀공학에서는 본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이 41.8%로, 전체 37%보다 많았다. 그러나 후속 대응 없이 '그냥 넘어갔다'에 응답한 학생이 64.7%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성차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학교 내 학생들이 성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담당자나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물은 학교의 복장지도, 생활규율에 대해서는 학생 78.7%가 '성차별적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남학생(83.3%)이 여학생(73.8%)보다, 또 남학교(85.7%)가 남녀공학(77.5%), 여학교(78.6%)보다 응답 비율이 높았다.

생활지도가 성차별적이라는 응답은 학교가 읍면(81.0%)에 위치했거나 국공립(80.1%), 소규모(300명 이하, 88.7%)일수록 더 많았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청소년페미니즘모임 회원들이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학교 안 성폭력을 고발한 '스쿨미투' 운동이 UN 아동권리위원회의 쟁점 질의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2.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청소년페미니즘모임 회원들이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학교 안 성폭력을 고발한 '스쿨미투' 운동이 UN 아동권리위원회의 쟁점 질의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2.25.  [email protected]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남학생들은 "'여자 또는 남자니까'라는 말", "남학생만 힘든 일을 시킨다"는 응답에서 성차별을 느꼈다. 반면 여학생은 "교복 치마 자체의 불편함"을 비롯해 "여학생만 대상으로 이뤄지는 화장 검사", "여학생은 셔츠 단추를 풀어서는 안 된다" 등이 꼽혔다.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온라인에서의 혐오 문화를 겪은 경험도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사이트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여성, 남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글을 봤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59.5%에 달했다. 여학생(64.8%)이 남학생(54.3%)보다 혐오 표현을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혐오표현을 접한 서비스로는 유튜브가 38.8%로 가장 많았고, 페이스북(33.2%), 트위터(15.0%), 인터넷게임(14.1%), 모바일게임(13.9%)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일대일 메시지 주고 받기 등의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어플이나, 개인정보가 노출되기 쉬운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혐오문화를 더 많이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현장은 여전히 학생들이 성차별과 성희롱을 경험하는 장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남학생들도 동성이나 이성에 의한 성희롱을 경험하고 있으며, 성희롱 경험은 여학생들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가 학생들의 인식을 제대로 수용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 공간 안에만 가두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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