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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미달사태 코앞인데…수도권 정원초과 손도 못대는 교육부

등록 2020.01.2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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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입부터 학생 수 급감…1만6천명 이상 미달

'알아서' 규모 줄여야 고득점…지방대 쏠림 예상 ↑

대학들 "충원율 배점 줄이고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서울 대학 정원외 비중 점점 커져…"관리감독 필요"

【서울=뉴시스】전국대학노동조합은 20일 오전 대전 유성 ICC호텔 앞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충원율 배점을 확대한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진행될 경우 학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대와 전문대가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08.20. (사진=전국대학노동조합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국대학노동조합은 20일 오전 대전 유성 ICC호텔 앞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충원율 배점을 확대한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진행될 경우 학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대와 전문대가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08.20. (사진=전국대학노동조합 제공)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올해부터 정원을 못채우는 대학이 속출하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예측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교육부는 정작 서울 등 수도권 대학 정원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다음달 초 오는 2021년 치러질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세부사항이 확정된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 원안대로 확정되면 지방대 고사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원 1만6000명 미달 예상"…충청권 40% 미달 전망

최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정리한 추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고3이 되는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입시 모집인원은 55만659명이며, 대학 진학 희망자 수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약 53만3000명이다. 고3 재학생 중 대학 진학을 택할 학생 수는 약 40만3000명, 재수생 13만명을 더한 수치다.

결국 대학이 모집하는 인원보다 대학에 갈 만한 인원 수가 1만6000명 이상 모자란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대 모집정원이 312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서울대 5개가 한 번에 사라지는 셈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은 2021학년도 대입에서도 133.6% 초과 충원이 가능하지만 부산·울산·경남권은 91.9%, 제주 98.4%, 호남권 78.2%, 대구·경북 69.1%, 강원 63%, 충청권 59.1%만을 충원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1주기(2014~2016년)와 2주기(2017~2019)에 걸쳐 진행된 대학구조개혁은 지방대 고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지만 결과적으로 지방대 정원이 더 많이 줄었다. 지난해 7월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개최한 '중장기적 대학구조개혁과 대학평가 혁신방안 '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지역은 4년제 대학 정원을 2~3% 감축했지만, 지방의 도지역은 17.5% 줄였다.

교육부가 2021년 실시할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도 지방대 위주로 정원을 줄이거나 운영난에 결국 문을 닫는 현상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주기 기본역량진단은 1~2주기와 달리 평가결과에 따라 정원감축을 강제하지 않는다. 자율적으로 정하되 평가에서 하위대학으로 분류되면 재정지원, 즉 '돈줄'을 끊는 형태다. 

진단에서는 학생충원율 지표가 100점 만점에 20점(신입생 12점·재학생 8점)이다. 신입생충원율 지표는 2주기에 100점 만점에서 4점이었으나 3주기는 3배 늘어난 12점이 됐다. 미달할 정원을 예측하고 그만큼 줄여야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정원감축은 지방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현상이 여전한 만큼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서울·수도권 대학이 학생을 줄일 이유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험생 입장에선 명문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다시 재수·삼수를 택하거나 편입학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 2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부산지역 사립대인 동서대 장제국 총장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학령인구가 줄면 지역의 학생들이 서울 학교에 진학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올라가다 보니 학생 수가 부족해진다"고 토로했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동신대 최일 총장 역시 "대학이 대책없이 문을 닫을 경우 그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해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중소도시에도 작지만 강한대학이 필요한 만큼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대학을 살려달라"고 말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지난해 12월27일 교육부의 3주기 기본역량진단 편람 시안에 대해 학생 충원율 점수를 20점에서 10점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신입생 충원율 관련해서는 "학생들의 일반대학의 선호에 의한 추가 모집으로 인한 입학 및 대도시 선호에 따른 이동 등으로 비수도권 전문대학에게는 매우 불리한 지표로 이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8.14.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8.14.  [email protected]

재학생 유지 충원율 지표에 대해서도 "지방대 재학생들이 수도권 대학 편입으로 유출이 가속화되기 때문에 지방 사립대에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도 정원을 감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본역량진단에서 학생충원율과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등 주요지표 만점기준을 비롯해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선정하기 때문에 권역별 경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수도권은 신입생 99.5%, 재학생 104.7%를 유지해야 만점이 가능하다. 비수도권은 신입생 98.8%, 재학생 97.7%를 받아야 만점을 받는다.

교육부는 권역별 경쟁으로 우수대학을 90% 선발하고 2차로 전국단위 경쟁으로 10%를 마저 뽑는 조치도 균형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상대평가라 무한경쟁 부추겨"…'정원외 모집' 개선 지적도

그러나 대학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4년제 대학 협의체인 대교협은 지난해 12월31일 교육부에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을 건의했다. 노력을 기울여 정해진 지표에 도달한 대학은 모두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대교협은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전임교원 확보율'과 '학생충원율' 등 정량지표 기준값을 대폭 상향조정함으로써 대학간 비용지출 위주의 무한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며 "교원 충원 확대, 입학정원 감축, 강사 및 강좌 수 유지·확대, 학생 지원 확대 등 노력을 했음에도 상대평가 순위에 밀려 탈락하는 대학들은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폐교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육부는 지역혁신플랫폼 사업 등 재정지원을 확대해 지방대가 정원을 줄이더라도 등록금 손실을 일부 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역사회와 산업 수요에 지자체 대학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은 올해 3개 지역을 선정해 1080억원을 투입한다. 교육부는 올해 시범사업이지만 매년 확대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이라도 정원외 모집제도나 편입학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들이 입학정원에 매이지 않은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부대수입을 누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7~2019년 대학 정원 외 특별전형 현황'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의 정원 외 입학생 비중은 2017년 13.3%, 2018년 14%, 지난해 14.1%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지역대학의 정원 외 입학생 비중은 8.3% 수준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정원 외 입학생 비중은 전국 대비 35%를 독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석 사교련 이사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 외 모집을 통해 다수의 외국인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실제 교육 질 관리는 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교육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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