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혹시 블랙스완?'...우한발 악재에 떠는 중기·소상공인들

등록 2020.01.24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시진핑 주석 상반기 방한 가능성으로 한한령 해제 기대 높았는데…"

[우한=신화/뉴시스]22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중기술과학대학 통지의학원 병설 유니온 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을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해당하는 '을류'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갑류' 수준의 대응을 하기로 했다. 2020.01.23.

[우한=신화/뉴시스]22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중기술과학대학 통지의학원 병설 유니온 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을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해당하는 '을류'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갑류' 수준의 대응을 하기로 했다. 2020.01.23.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다.(중소기업 관계자)' 

경자년 새해를 맞아 중국발 훈풍을 고대하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우한(武漢) 폐렴’ 확산에 초비상이 걸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올해 상반기 방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해제 가능성도 고개를 들던 차에 중국발 초대형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자칫 블랙스완(예기치 못한 악재)’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한국과 중국 우한 간 국제 항공노선 운항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검역을 강화한 데 이어 우한~인천간 하늘길을 차단해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 강력한 카드를 다시 뽑아 든 것이다. 우한 폐렴이 도로 봉쇄를 비롯해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수습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물론 주변국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하자 대책의 수위를 더 높였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수칙 등을 담은 메시지를 발송했다.

우한발 초대형 악재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고대하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다. 지난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냉랭해진 한중 양국관계가 올해 상반기 중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을 계기로 점차 개선되고, 가깝게는 중국 춘절 관광특수도 내심 기대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앞서 20일 중국 특파원들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설 연휴를 앞둔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인파로 인해 붐비고 있다. 2020.01.21. bjk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설 연휴를 앞둔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인파로 인해 붐비고 있다. 2020.01.21. [email protected]

유명 연예인이 등장한 광고가 현지에서 높은 호응을 얻으며 경자년 새해를 기분 좋게 출발한 A사가 대표적이다.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뚜렷해 중국 시장 공략의 고삐를 조여왔다”면서 “하지만 면세점 특수, 현지 판매 증가 등을 기대하던 오너 회장이 (이번 사태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우한발 악재에 전전긍긍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무엇보다, 작년 성장률 6%에 턱걸이한 중국경제가 이번 사태의 후폭풍으로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탓이 크다. 중국경제가 미중 무역 분쟁에 더해 성장의 한축인 소비마저 뒷걸음질하는 등 타격을 받으며, 이번 사태가 자칫 중국발 위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업 안전망과 자생력 강화를 위한 민생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1.2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업 안전망과 자생력 강화를 위한 민생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1.22. [email protected]

내수시장 침체의 골이 깊은 한국경제도 걱정거리다. 작년 4분기(10~12월) 반짝 회복 조짐을 보인 국내 소비가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관광객이 줄고, 국내 소비도 뒷걸음질하면 속절없이 무너지는 건 힘없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라고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진단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속보치)에 그쳤고, 민간소비도 1.9% 성장해 2013년(1.7%)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4분기 소비는 전기 대비 0.7%증가하며 수출감소를 상쇄하는 등 바닥론이 제기된 바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한숨 소리도 터져 나온다. 멀게는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3년 사스 사태부터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한중 사드 분쟁, 2019년 한일 무역 갈등을 비롯해 잊을만하면 악재들이 터져 나오면서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과 메르스 사태로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정말 힘들었다”고 회고한 뒤 "이번에는 주52시간제, 최저임금 문제까지 겹쳐 있어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