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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 줍는 노인 “하루종일 거리 헤매며 생계유지"

등록 2020.01.27 12: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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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값 떨어져 어려움 가중…자식 얘기엔 눈물만

파지 줍는 노인 “하루종일 거리 헤매며 생계유지"

[안양=뉴시스]박석희 기자 = 예년보다 기온이 높다지만 그래도 차가운 바람과 함께 쌀쌀한 날씨를 보인 27일 오전 7시50분 경기 안양시 관양시장 인근 부근 도로. 왜소한 할머니가 종이 상자 몇 개를 손수레에 싣고 있었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추워 보였다. 명절 연휴인데 왜 이리 일찍 나왔느냐고 묻자 “종이 상자를 모으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나이가 78살"이라고 밝힌 이 할머니는 "오전 7시께 집을 나와 동네를 돌고 있지만 명절 끝이라서 그런지 종이 상자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집으로 발길을 돌릴까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내내 골목 이곳 저곳을 살피는 눈치였다. 할머니는 "젊어서 이런 저런 일을 해 봤지만 여의치 않았고, 이젠 나이가 많아 받아 주는데가 단 한곳도 없어 10여년 전부터 파지와 고물을 줍고 있다"고 했다.

자식들은 없냐고 묻자 "없는 건 아니지만, 다들 제 밥벌이 하기 힘든 형편이라 손을 내밀 처지가 안 된다"고 했다. 더욱이 할머니는 "아직은 수족이 멀쩡한데 자식들한테 기대기는 싫다"고 했다.

"아침, 저녁 하루 두번씩 동네 주변을 돌며 폐 종이상자와 헌옷, 고물 등을 줍지만 같은 일을 하는 노인들이 갈수록 많아져 생각만큼 차지'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파지값이 1㎏에 100원도 안되는 것 같다"며 "손수레를 가득 채워도 손에 쥘 수 있는 건 1000원~2000원에 불과 하다“고 했다. ”리어카로 하나 가득 싣어도 돈 만원 만지기가 쉽지 않다“고도 했다.

 ”지난해에만 파지 값이 두 번이나 떨어졌다“며 ”고물상 주인이 가격을 쳐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돈 만원 받으려면 냄비조각이나 쇠붙이 조각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푸념아닌 푸념을 늘어 놓았다.

 할머니는 "시청과 이웃들이 조금씩 도와줘서 살지 그나마 도움이 없었으면 벌써 어떻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골목길에서 만난 김철수(80·가명) 할아버지는 조금 큰 손수레에 파지를 싣고 고물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침 6시에 나왔다"는 할아버지는 "시집간 딸이 기름 보일러를 놓아 줬지만 기름값이 비싸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보낸다"고 했다. "파지 등을 주워 전기세에 보태고 있지만 파지 값이 떨어지면서 여간 힘겨운 게 아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자식 모두를 출가시키고, 운동 삼아 파지를 모으고 있다"고 하면서도 자식 얘기를 꺼내자 “지들 새끼 키우며, 먹기 살기도 바쁜데 뭘···” 하면서 말끝을 잇지 않았다.

사회복지사 A씨는 "파지를 줍는 노인들이 많이 늘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생활지도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독거 노인들을 방문하는 등 보살피고 있으나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한편 안양시는 지난해, 돌봄기본, 종합서비스, 단기가사서비스, 독거노인 사회관계활성화, 초기독거 자립지원, 지역사회 자원연계 등 6개 분야의 노인돌봄을 하나로 통합했으며, 올해부터는 하나의 맞춤형으로 개편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노인정책 기조가 새롭게 추진되면 혜택을 받는 노인은 현재 2000여명에서 30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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