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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참신한 연출력이 빛나는 블랙코미디···'조조 래빗'

등록 2020.02.02 15: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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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조조 래빗'(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1.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조조 래빗'(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1.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노골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 설득력있다.

'조조래빗'은 감독의 참신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시종 유쾌하고 경쾌한데, 나치로 인한 참상을 적나라하게 다룬 다큐멘터리보다 더 효과적으로 나치의 잔인함과 당시 이들에게 학대받던 유대인의 모습을 비춘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말 패망을 앞둔 독일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열 살 소년의 시선으로 전개한다.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둘이 살고 있는 10살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담대함을 보이기 위해 토끼를 죽이라는 선배의 말에 안쓰러운 토끼를 놓아준다. 그후 겁쟁이 토끼라는 의미의 '조조 래빗'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이후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몸이 불편해진 조조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그때 우연히 집에 몰래 숨어 있던 미스터리한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발견하고 변화를 맞는다.
[서울=뉴시스]영화 '조조 래빗'(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1.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조조 래빗'(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1.31 [email protected]

영화는 조조의 성장 이야기다. 그 성장 과정을 통해 나치의 실체를 고발한다. 극의 초반 10살 소년 조조는 나치의 실체를 모른다. 상상의 친구 '히틀러'는 외로운 그에게 가장 친한 친구다. 그런 그에게 나치는 정의 자체고 그의 세계관 전부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엘사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그의 신념은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그를 통해 상상 속의 세상, 환상 속의 나치에서 실제 세상, 현실의 나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에서 영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영화의 주제는 단순히 나치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혐오 문제까지 다룬다.

영화 속 조조가 엘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혐오에서 사랑으로 변모한다. 혐오 문제 대부분은 특정 집단에 대한 선입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혐오의 주체들은 대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꺼리고 싫어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몇 년 사이 난민, 이민자, 동성애자, 여성에 대한 혐오의 시선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들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조조를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보며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혐오의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뉴시스]영화 '조조 래빗'(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2.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조조 래빗'(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2.02 [email protected]

영화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재창조된 1940년 독일의 모습이다. 특이한 점은 어두운 전쟁의 시기를 다루지만 영화 전반을 흐르는 화면의 질감은 밝고 선명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프로덕션 디자이너 라 빈센트는 "10살 '조조'에게는 세상이 장밋빛이고 더 크게 보이기 마련"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또 1940년대 독일의 바로크 양식 건물을 볼 수 있다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의 출연으로 크게 화제가 됐지만 요한슨보다 더 빛나는 존재는 조조 역의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다. 그는 1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이 영화로 데뷔했다. 귀여운 외모의 이 소년은 108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유대인 소녀 엘사는 '흔적 없는 삶'(2018)에서 노숙자 소녀로 열연한 토마신 매켄지가 맡았다. 요한슨은 이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연출을 맡은 뉴질랜드 출신 배우·각본가·감독인 타이카 와이티티는 '토르: 라그나로크'(2017)의 감독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와이티티는 독일 나치 소년단 소년과 벽장 뒤 유대인 소녀의 심리를 중심으로 서술한 크리스틴 뢰넨스의 장편소설 '갇힌 하늘'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썼다. 그는 '히틀러' 역을 부담스러워 하는 배우들의 고사로 직접 '히틀러' 역을 맡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영화 '조조 래빗'(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1.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조조 래빗'(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1.31 [email protected]

영화는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제3회 할리우드 비평가 협회 각색상,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아역배우상 등을 수상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6개 부문 후보로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잘 만들어진 블랙코미디의 전형이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오는 5일 개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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