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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도 척지고 독자 노선…조현아, '적과의 동침' 이유는?

등록 2020.02.05 0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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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한때 적군' KCGI와 연대하고

모친·동생과도 척지는 독자노선 이어가

'전문경영인' 강수 등으로 승산 기대한 듯

【인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 명품 등을 몰래 들여온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3일 오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백 80만원을 선고하고, 6천 3백여 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2019.06.13. photo@newsis.com

【인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 명품 등을 몰래 들여온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3일 오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날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백 80만원을 선고하고, 6천 3백여 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남매의 난'이 점입가경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중립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 고문과 조 전무마저 조 회장 손을 들어줬는데도 조 전 부사장은 여전히 동생인 조 회장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어머니 장남 차녀에 맞서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함께 대항하려는 형국이다.

이렇듯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 쪽에는 모친 이명희 고문과 동생 조현민 전무가 합류했고, 조 전 부사장 쪽에는 KCGI와 반도건설이 서 있다.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가족 동맹군 대 조 전 부사장을 위시한 외부연합군의 대결 구도다.

지분으로만 보면 양측은 표면적으로 팽팽하다. 조 회장 측이 33.45%, 조 전 부사장 측은 31.98%다.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1.47%P로 근소해, 결국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 모친과 동생까지 조 회장 쪽으로 돌아서면서 여론은 조 전 부사장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더구나 과거 적군이었던 사모펀드 KCGI와 손 잡고 가족 전체를 적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우리 정서상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들의 환심을 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전 부사장 측은 "입장 선회는 없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강경한 독자 노선을 시사했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 가능성까지 스스로 차단하면서 이번 '남매의 난'에서 배수진을 치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는 지난 2년 간 3월 셋째 주, 넷째 주 금요일에 개최됐던 것으로 미뤄보아 올해도 3월 20일 혹은 27일께 열릴 것으로 가늠된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린다. 남매간 1차 대전인 셈이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부터)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영정을 따라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2019.04.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부터)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영정을 따라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2019.04.16. [email protected]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갈등은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가 증폭제가 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돌아오지 못한 것은 물론, 측근들도 대거 배제되며 조 전 부사장이 크게 화를 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양측의 원만한 갈등 봉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3자 연합'으로 조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 전 부사장은 나아가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 '전문경영인 체제' 강수를 던졌다. 이들 3자 연합은 지난달 31일 입장 발표를 통해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한진그룹에 줄곧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잡으며 명분을 잃었지만, 경영에 참여 않겠다는 파격적 공약으로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들 설득에 나선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전문경영인 체제 외에는 확실한 묘수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승부수가 다른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주총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현재 가족과 척을 지게 된 주 배경 중 하나다. 

또다른 분석도 있다. 시간이 가면서 전세가 조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먼저 조 회장이협상 카드를 내밀 수도 있기에 조 전 부사장이 지금의 초강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총 전 까지 아직은 한달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과거 호텔사업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기내식 사업을 주도했단 평을 받았다. 따라서 조 회장이 먼저 협상에 나설 경우 이 부분을 조 전 부사장에게 떼어 주는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18년 3월 경영복귀를 시도했을 때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자리를 택했다.

나아가 가능성이 많지는 않지만 이 고문과 조 전무의 입장 선회에도 기대를 걸었을 수 있다. 만약 조 전 부사장이 여론전에서 앞서간다고 가정하면, 가족 등 주요 주주도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인가 철회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母도 척지고 독자 노선…조현아, '적과의 동침' 이유는?

이같은 이유에서 어머니와 동생이 조 회장 편에 섰는데도 조 전 부사장은 기존 계획을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모친, 동생의 입장 발표에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라며 "향후 표 대결에서 조 전 부사장 측이 승기를 잡아도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의 계획대로 이번 남매의 난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입장에선 주주가치 훼손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연합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무래도 조 전 부사장이 힘든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에다 조 회장이 일반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강도 높은 투명 경영안 등 쇄신책을 내놓는 다면 상황은 조 전 부사장에게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진그룹이 차기 총수 지정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족간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새 총수 지정이 늦어지면서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비롯한 재산과 경영권을 놓고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2019.05.0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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