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스위스 암호장비 회사 크립토, CIA 소유…각국 정보 빼내"

등록 2020.02.12 03:25:1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한국도 1980년대에 주요 고객 중 하나

암호화 기술 흔해지며 위상 떨어져

[랭글리=AP/뉴시스] 2016년 4월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위치한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에서 촬영한 사진. 2020.02.12.

[랭글리=AP/뉴시스] 2016년 4월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위치한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에서 촬영한 사진. 2020.02.12.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스위스 암호장비 회사로 알려진 크립토AG가 사실은 서독 정보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은 미 중앙정보국(CIA) 소유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1980년대에는 한국도 주요 고객이었다고 한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 공영 방송인 ZDF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입수한 CIA 기밀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처럼 보도했다.

CIA가 크립토를 세워 세계 2차 대전 이후 수십년 동안 각국에 암호 장비를 팔며 자금과 극비 정보를 빼돌려왔다는 게 문건의 핵심 내용이다. 크립토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하는 코드를 쉽게 해독할 수 있도록 기기를 조작해 정보를 입수했다.

이 작전은 처음에는 '시소러스'로 불렸다가 나중에는 '루비콘'이 됐다. 이는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으로 꼽힌다고 WP는 전했다.

크립토는 120개국에 수백만달러 규모의 암호 장비를 팔아치웠다. 이란, 라틴 아메리카의 군사정권뿐 아니라 바티칸도 크립토의 고객이었다.

1980년대에 크립토의 주요 고객들은 주로 정치, 국제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이었다. 1981년 가장 큰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이란,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 한국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던 중국과 소련은 크립토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 회사가 서방과 관계가 있다고 의심했다.

1970년부터 CIA와 미 국가안보국(NSA)은 크립토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통제했다. 서독 정보기관인 BND도 함께했다.

미국과 서독은 1979년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동안 물라(이슬람교 율법학자)들을 감시했고,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 군대에 대한 정보를 영국에 제공했다. 1986년 리비아 관리들이 베를린 디스코장 폭파 사건을 자축하는 현장도 포착했다.

BND는 노출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1990년대에 이 작전에서 빠졌다. CIA는 독일의 지분을 사들여 2018년까지 모든 스파이 행위와 관련한 정보를 쥐어짜 내다가 물러났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암호화 기술이 확산해 보안 시장에서 크립토의 위상이 떨어졌다고 WP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