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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고용 겨우 개선됐는데…신종 코로나로 서비스업 타격 우려

등록 2020.02.12 11: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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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증가 폭 두달 연속 50만명 넘겨…고용률 역대 최고

기저효과+재정 일자리+설 특수…홍남기 "회복 흐름 견조"

제조업 취업자 22개월만에 증가 전환…40대는 51개월째↓

"신종 코로나, 서비스업 고용에 영향 미칠 소지…불확실성↑"

메르스때 도·소매업 타격…관광객 줄면 숙박음식점업 위태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11일 오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2.11.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11일 오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취업자 수가 두 달째 50만명대를 넘긴 데다 고용률도 사상 최고치를 찍자 정부에선 고용 상황의 개선 흐름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올해는 이른 명절 연휴로 특수를 누렸던 데다 작년 대비 기저효과가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40대 고용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가운데 우리 경제에 '블랙 스완'으로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로 당장 다음달부터 전망이 다소 어둡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6만8000명 늘었다. 2014년 8월(67만명) 이후 6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50만명을 넘긴 것은 2014년 7~9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만9000명에 불과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 간 상대적 수치에 따라 그 결괏값이 실제보다 왜곡돼 나타나는 현상)가 있었다.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이 지난해 2월에서 올해 1월로 앞당겨진 영향도 작용했다. 정부는 올해 중 74만개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지난해 말부터 공고를 내는 등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20.1% 증가한 25조5000억원으로 짜였다. 통계청은 이 같은 정부 정책이 지난달 중으로는 10만명 전후로 취업자 수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봤다. 실제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50만7000명 증가했는데, 1982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재정 일자리 사업이 반영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선 지난해 2월(23만7000명) 이후 집계 이래 두 번째로 많은 18만9000명의 취업자가 늘었다.
[서울=뉴시스]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0만명으로 1년 전보다 56만8000명(2.2%) 증가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0만명으로 1년 전보다 56만8000명(2.2%) 증가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경제활동인구 조사 주간이 1월12~18일로, 설 명절 연휴(24~27일) 직전이었던 점 역시 취업자 규모를 늘리는 요인이었다. 통상 연휴 직전 기간에 명절용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택배 등이 포함된 운수·창고업 분야 취업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운수·창고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9만2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2013년 1월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폭은 지난해 9월 -5000명, 10월 -1만3000명, 11월 -2만3000명, 12월 -3만1000명, 올해 1월 4만3000명으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늘면서 고용률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15세 이상 고용률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각각 60.0%, 66.7%로, 모두 작성 이래 최고치였다.
[서울=뉴시스]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0만명으로 1년 전보다 56만8000명(2.2%) 늘어났다.연령대로 보면 60대 이상이 1년 전보다 50만7000명 증가했다. 40대는 8만4000명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0만명으로 1년 전보다 56만8000명(2.2%) 늘어났다.연령대로 보면 60대 이상이 1년 전보다 50만7000명 증가했다. 40대는 8만4000명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경기 부진과 함께 내리막을 걷던 제조업 취업자도 1년 전보다 8000명이 늘었다. 2018년 3월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2016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2018년 중반 저점으로 떨어진 후 최근 바닥을 다지면서 전자 부품, 전기·통신 장비 등 분야에서 취업자 감소 폭이 축소됐고, 의료정밀, 금속가공 분야에서 증가 폭이 확대됐다"며 "지난해 중 신설법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제조업 증가세가 뚜렷했던 것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에 이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고용 회복 흐름이 더 견조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서도 제조업과 함께 40대 취업자의 감소세가 둔화된 점에 주목했다. 40대 취업자는 2015년 11월부터 51개월째 줄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8만4000명으로 2018년 5월 이후 20개월 만에 10만명대 아래로 내려갔다. 은 국장은 "지난해 1월 -16만6000명이 감소했던 걸 고려하면 8만명이 순증된 효과"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제5차 신종 CV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4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2.12.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제5차 신종 CV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4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2.12.            [email protected]

그러나 40대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 마땅한 이유 없이 노동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인구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40대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가사나 재학·수강, 심신장애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지난달 25만5000명으로,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이에 전 연령대를 포함한 '쉬었음' 인구도 233만6000명이라는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은 국장은 "여전히 40대 취업자가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는 부분이 반영됐다"며 "30~40대의 경우 비경제활동인구이더라도 노동 시장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경제 심리를 대폭 위축시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다음달부터 고용 지표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 이뤄진 탓에 1월 지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서비스업 등 고용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면서 "인구 등 구조적 둔화 요인이 계속 작용할 것인 만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라고 우려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월 고용동향을 공표하고 있다. 1월 취업자는 2680만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6만 8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02.12.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월 고용동향을 공표하고 있다. 1월 취업자는 2680만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6만 8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02.12. [email protected]

은 국장은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당시 산업별로 취업자 증가가 둔화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도·소매업에서 취업자 수 감소세가 뚜렷했다. 첫 환자가 발생한 5월 이후 도·소매업 취업자는 7월 -1000명, 8월 -8만6000명, 9월 -5만7000명, 10월 -10만3000명, 11월 -13만8000명, 12월 -9만7000명 등으로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지난해 5월을 제외하면 이미 2017년 12월부터 25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해당 산업에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호조세를 보였던 숙박·음식점업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해 2월부터 내리 증가세를 보여왔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월평균 외국인 관광객은 145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13만3000명 늘었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9만4000명 늘어난 51만명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집계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2015년 6~8월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월평균 46만6000명씩 급감했던 바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가 단기, 고령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는 점은 여전하지만, 제조업 취업자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 교수는 "올해 1월까지는 기저효과에 이른 설 명절로 인한 특수가 컸다고 봐야 한다"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다음달부터는 취업 규모가 쪼그라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 파트타임(part-time)을 중심으로 해고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다음달 취업자 수 규모가 20~30만명대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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