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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숨진 사매 터널 사고, 환기시설 없어 피해 컸다

등록 2020.02.18 17: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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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매 2터널은 제연시설·스프링클러 설치 대상 아냐

현행법엔 길이 1㎞ 이상·위험도 2등급일 때만 설치

사망자 5명 중 2명만 신원확인…3명은 국과수 의뢰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완주~순천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에서 발생한 다중추돌 사고 현장감식이 실시된 18일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02.18. pmkeul@newsis.com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완주~순천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에서 발생한 다중추돌 사고 현장감식이 실시된 18일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남원=뉴시스] 윤난슬 기자 = 순천~완주 고속도로 터널에서 발생한 다중추돌 화재 사고와 관련, 해당 터널에 환기시설과 물 분무시설(스프링클러)이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전북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23분께 순천~완주 고속도로 상행선 남원 사매 2터널에서 24t 탱크로리와 트레일러, 화물차량 등 30여대가 잇따라 부딪혔다.

이 사고로 이날 오후 4시 50분 기준 5명의 사망자와 43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터널에는 제연설비(제트팬) 등의 방재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길이 1㎞ 이상 터널, 위험도 2등급인 터널에 대해서만 제트팬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매 2터널은 길이가 710m에 불과한 데다 터널 등급이 3등급에 해당해 옥내 소화전 설비, 물 분무시설, 제연설비,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이에 소화기와 비상경보설비, 긴급전화 CCTV만 기본 시설에 해당된다.

이로 인해 사매 2터널은 화재 발생 이후 연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아 채 10분도 되지 않아 터널 내부가 대부분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로 가득찼다.

또 불이 난 터널 반대 쪽으로 대피한 운전자들은 길게는 수백 m를 뛰어 대피해야 했다.

특히 이 곳에는 조명, 유도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번 화재에는 무용지물이었다.

화재 초기에 터널 내 조명등이 꺼지면서 대피하는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 유도등도 함께 꺼졌기 때문이다.

불을 자동으로 꺼주는 물 분무시설 설치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소방시설 설치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 미만 터널은 환기시설인 제트팬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매 2터널의 경우 대형차 혼용률과 교통량이 많지 않아 위험도 3등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서울=뉴시스]18일 전북소방본부와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23분께 발생한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사매2터널에서 발생한 다중 추돌 사고의 사망자가 5명으로 늘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뉴시스]18일 전북소방본부와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23분께 발생한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사매2터널에서 발생한 다중 추돌 사고의 사망자가 5명으로 늘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사매 2터널에는 50m 간격으로 2대씩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만 워낙 사고가 크게 나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들로 사매 2터널에 갇혔던 운전자들은 연기 가득 찬 어두컴컴한 터널에서 겁에 질린 채 터널 끝에 보이는 빛을 보면서 탈출해야 했다.
   
도로공사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참고하면 이번 사고는 군 장갑차를 실은 수송차를 뒤따르던 대형 화물차량이 들이받으면서 시작됐다.
 
수송차에 올라탄 상태로 대형 화물차량이 터널 안으로 진입했고, 이후 분리되면서 터널 우측에 정차했다. 당시 뒤따르던 차량 11대는 서행했던 덕분에 큰 인명피해가 없었다.
 
이때까지는 경미한 접촉 사고였으나 속도를 줄이지 못한 탱크로리 화물차량들이 사고행렬을 덮치면서 피해가 커졌다.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완주~순천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에서 발생한 다중추돌 사고 현장감식이 실시된 18일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02.18. pmkeul@newsis.com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완주~순천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에서 발생한 다중추돌 사고 현장감식이 실시된 18일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먼저 질산을 담은 24t 탱크로리 화물차가 사고로 멈춰있던 차량들을 덮쳤고, 이어 PVC 탱크로리 곡물 트레일러가 연달아 부딪혔다.

특히 사고 충격으로 질산 1만8000ℓ를 실은 탱크로리 차량에 불이 붙으면서 터널 부근은 검은 유독가스로 뒤덮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환경당국은 탱크로리 차량에서 질산 등 유독물질을 빼내 다른 차량에 옮겨 담는 방식으로 방제작업을 벌였다. 현장오염도 검출은 없는 것으로 측정됐다고 전북환경청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찰과 소방, 도공,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아울러 경찰은 유류품 등을 확인한 결과 5명 가운데 탱크로리 운전자 김모(44)씨와 곡물을 실은 화물차량을 운전한 박모(58)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나머지 3명의 신원 확인을 위해 국과수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으며, 감식 결과는 2~3일 후에 나올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북남원IC~오수IC 구간을 전면 통제하고, 오가는 차량을 745번 국도 등으로 우회 조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하행선은 이날 오후 6시 이후부터 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행선은 이날 남아 있는 탱크로리 차량 2대를 모두 견인한 뒤 파손된 터널 시설 보완 및 수리, 종합안전진단을 거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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