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롯데그룹 계열사 실적 부진에 울산 대규모 투자 차질우려

등록 2020.02.21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강동관광단지 핵심 강동리조트 조성사업 표류 중

신 명예회장 별세...울산 투자 회의적 분위기

롯데 "강동리조트 매각설은 사실무근, 울산 사업 계획대로 추진"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롯데건설이 추진 중인 강동리조트 조감도. 2020.02.20.(사진=울산시 제공)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롯데건설이 추진 중인 강동리조트 조감도. 2020.02.20.(사진=울산시 제공)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박수지 유재형 기자 =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생전에 자신의 고향인 울산에 약속한 투자사업들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건설이 추진 중인 강동리조트 사업권에 대한 매각설까지 흘려나오며 이 같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05년부터 북구 산하동과 정자동, 무룡동 일원 136만㎡에 문화와 힐링, 위락, 교육·체험이 결합한 사계절 관광휴양 공간을 조성하는 '강동관광단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업도시로만 치부됐던 울산을 새로운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킬 것으로 기대됐던 이 사업은 민간투자 업체들의 경기 불황 등으로 15년간 답보상태였다.
 
그러다 최근 ㈜재상이 강동관광단지 내에 총 3800억원을 들여 8만 7657㎡ 규모로 뽀로로·타요 테마파크 및 호텔 조성 사업을 3년만에 재개하면서 강동권 개발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토종 캐릭터인 뽀로로와 타요를 기반으로 한 국내 최대의 가족형 리조트 사업으로 최대 1만 1000여 명의 고용창출과 1조 60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 7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모처럼 대규모 문화관광시설 건립 움직임으로 강동이 울산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강동관광단지'의 핵심이라 할 강동리조트 조성사업은 구체적 건립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리조트 사업자인 롯데건설은 북구 정자동 10만 8985㎡ 부지에 3100억원을 투입, 지하 2층 지상 13층 규모로 리조트(객실 294실), 컨벤션, 실내·외 워터파크, 오토캠핑장, 복합상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2007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공정 37% 상태에서 2009년 6월 사업이 중단됐고 이후 공사 재개와 중단을 반복하며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강동 관광단지 조감도. 2020.02.20.(사진=울산시 제공)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강동 관광단지 조감도. 2020.02.20.(사진=울산시 제공) [email protected]


이에 울산시는 지난해 2월 롯데 측에 "울산 외곽순환도로 예타면제 확정, 강동관광단지 공영개발 지정 계획 등으로 사업여건이 개선됐다"며 "변화된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사업계획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롯데는 "콘도와 컨벤션, 실내·외 워터파크 등을 없애고, 대신 레지던스 건립을 검토 중"이라며 새로운 사업안을 제안해 논란이 됐다.

롯데가 지역 발전이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지나치게 수익성만 추구하는 거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지자 롯데는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며 현재 한발 물러선 상태다.
 
그런 가운데 최근 롯데가 강동리조트 사업권을 매각하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면서 모처럼의 개발 호재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역에선 '롯데가 지난해부터 사업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리조트 사업을 인수할 업체가 나타났다' 등 구체적인 시점과 인수 업체까지 언급되면서 매각설이 기정 사실화로 되는 분위기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업계에서는 롯데의 철수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는데, 만약 롯데가 강동리조트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강동관광단지 사업 전체가 균형을 잃게 된다"며 "대기업만 믿고 투자했던 시민들도 15년간 우롱한 행태"라며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강동리조트 매각설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롯데 관계자는 "강동리조트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며, 지역에서 돌고 있는 소문은 소설같은 이야기"라며 "현재 그룹차원에서 강동리조트를 현안사업으로 관리하며, 사업성이 높은 시설물로 사업 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10일 오전 고객들이 백화점을 드나들고 있다.2020.02.10.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10일 오전 고객들이 백화점을 드나들고 있다.2020.02.10.
 
 [email protected]


하지만 롯데 계열사들이 잇따라 경기 악화와 실적 부진 등을 겪으면서 강동리조트 사업뿐 아니라 롯데가 울산에서 진행 중인 다른 대규모 투자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의 화학 3사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비피화학은 울산지역에 2021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신·증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울산에 메타자일렌(MeX:Meta-Xylene) 제품 공장과 고순도이소프탈산(PIA:Purified Isophthalic Acid) 생산설비 증설, 롯데정밀화학은 메틸셀룰로스 공장 증설, 롯데비피화학은 초산 및 초산비닐 생산설비 증설을 추진 중이다.
 
또 롯데는 울주군 삼남면에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총 3125억원을 들여 연면적 15만㎡의 복합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롯데 계열 화학 3사의 맏형 격인 롯데케미칼과 그간 롯데 그룹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롯데유통의 실적 부진이 심상치 않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5조1235억원, 영업이익 1조1076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43.1% 급감했다.
 
영업이익·이익률·순이익 모두 국제유가 하락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던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올해도 대외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 1위의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전국의 오프라인 매장 700여곳 중에서 실적이 나지 않는 200여개 매장을 순차적으로 구조조정하기로 하면서 롯데의 울산지역 대규모 투자사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지난해 전반적인 국내 소비 경기 악화와 온·오프라인 경쟁 심화 여파로 영업익이 4279억원 기록, 28.3% 줄었다.

롯데가 주력사업인 유통부문에 칼날을 빼든 상황에서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벌여둔 사업까지 신경쓸 겨를까지 없다는게 지역 반응이다. 특히 강동리조트 등 관광사업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사업 추진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로 롯데와 울산의 마지막 남은 연결고리마저 사라지자 지역에서는 "롯데가 굳이 울산에 투자할 이유가 있느냐"는 회의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울산지역 내 그룹 지주사 소속 인력이 확보돼 있음에도 원활한 대외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오히려 지역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와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롯데쇼핑 구조조정 계획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울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며 "다만 현재까지 롯데가 울산에 추진 중인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며, 신격호 명예회장이 울산에 영면한 이후 롯데와 울산의 관계는 더 끈끈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