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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살인혐의 무죄…'스모킹건 부재'에 충북 경찰 충격

등록 2020.02.20 16: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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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감정 등 정황 증거 토대로 고씨 송치

재판부 "부친 다리에 눌려 숨졌을 가능성도"

경찰 "결정적 증거 없을 땐 재수사 어렵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온 고유정(37·여)이 1심에서 의붓아들(4)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자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충북 경찰이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수사 단계부터 약점으로 지목돼온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부재'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고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의붓아들 살인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선고 형량은 무기징역에 그쳤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20일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 남편 사건의 경우 전례 없는 참혹한 방법으로 사체를 훼손하고 숨기는 등 범행이 계획적으로 판단된다"며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는 등 고씨를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의붓아들 살해 건은 모든 의심을 배제할 만큼 엄격히 증명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경험칙과 과학적 법칙 등으로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헌법상 원칙이며, 대법원의 일관된 법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옆에서 잠을 자던 친아버지의 다리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고씨는 지난 10일 12차 공판에서 "의붓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유산을 겪으며 불화가 생기자 의붓아들 살인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냐'는 재판부 질문에도 "그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제주=뉴시스]강경태 기자 = 전 남편·의붓아들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7·구속기소) 선고 공판 방청객들이 20일 오후 제주지방검찰청 후문 주차장에 고씨를 태운 호송차가 도착하자 고성을 외치고 있다. 2020.02.20. ktk2807@newsis.com

[제주=뉴시스]강경태 기자 = 전 남편·의붓아들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7·구속기소) 선고 공판 방청객들이 20일 오후 제주지방검찰청 후문 주차장에 고씨를 태운 호송차가 도착하자 고성을 외치고 있다. 2020.02.20. [email protected]


고씨는 지난해 3월2일 충북 청주의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 A(당시 4세)군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전 남편 살인 사건과 병합됐다.

 그는 지난해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당시 36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바다와 쓰레기 처리시설 등에 버린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의 의붓아들 사망사건을 담당한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해 9월30일 6개월간의 장기간 수사 끝에 고씨를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범행 도구 등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다수의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지목했다.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현 남편 B(38)씨는 '혐의없음' 결론을 냈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물 감정 결과와 범행 전후 고씨의 행적,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의 수사자료 분석, 전문가 의견 등이었다.

당시 다수의 프로파일러와 전문가는 고씨가 의붓아들과 전 남편을 새 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차례로 살해한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 살해 수법과 유사하게 카레나 차 등의 음식에 수면제 성분을 넣은 뒤 B씨가 잠든 틈을 타 침대에서 엎드려 잠을 자던 A군의 얼굴을 눌러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A군이 10분 넘는 외부 압착에 의해 숨졌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경찰은 옆에서 잠을 자던 B씨의 다리에 A군이 눌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나 B씨 체모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을 토대로 수사의 축을 고씨로 틀었다.

경찰은 고씨의 휴대전화에서 A군이 숨진 시각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3월2일 오전 5시께 고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고씨는 A군이 숨지기 전인 2018년 11월과 2019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B씨에게 '잠을 자면서 몸으로 (옆 사람을) 누르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고씨는 또 B군이 숨지기 8일 전 자택 PC로 '질식사'를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는 이를 통해 '베개 질식살해' 관련 기사를 봤다. 경찰이 여러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판단한 이유다.

다만, 범행 도구 등의 직접 증거(스모킹건)가 없어 재판 과정에서의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상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도 고씨를 피의자로 지목해 재판에 넘겼다"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3심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재판을 뒤집을만한 뚜렷한 증거가 다시 나오기 전까지 재수사를 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A군은 지난해 2월28일 청주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A군을 고씨의 친아들(6)과 함께 청주에서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B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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