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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뿔났는데…마스크 업체는 '기부천사'로 둔갑?

등록 2020.02.20 17: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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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A업체, 회천농협과 납품 약속 어기고 전량 다른 구매자에 팔아

마스크 못 받은 조합원 울리고 기업은 기부천사로 둔갑

양주시 A업체가 마스크 구매와 관련 회천농협 하나로마트에 발행한 전자세금계산서.

양주시 A업체가 마스크 구매와 관련 회천농협 하나로마트에 발행한 전자세금계산서. 

[양주=뉴시스]송주현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말 조합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마스크 구매 계약을 맺었는데, 마스크 납품날짜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도록 납품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 속이 터집니다"
   
"방송과 신문 등 각종 매체에서 마스크 기부천사로 홍보된 곳이 바로 우리 농협에 마스크를 납품하기로 한 회사라니 기가 찹니다. 조합원들은 울고 있는데, 회사는 기부천사로 버젓이 홍보가 되다니 말이 안나옵니다"

경기도 양주 회천농협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양주시의 한 마스크 제조업체가 당초 회천농협에 납품하기로 했던 마스크를 다른 구매자에게 억대의 현금을 받고 판매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던 지난 설 연휴기간 창고에 쌓아둔 농협 납품 마스크 수만 장을 다른 구매자에게 전부 팔아 기업 양심을 버려놓고도 기부천사로 포장돼 비난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양주 회천농협 등에 따르면 회천농협 하나로마트는 지난 12월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겪는 미세먼지 피해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양주시 A업체와 7만 5000장의 마스크 납품 계약을 맺었다.

장당 300원씩 계약을 맺고 세금계산서까지 발행된 상태로 해당 업체는 지난 1월 10일 마스크 7만 5000장에 대한 생산을 완료했다.

회천농협은 마스크를 납품받으면 2월 초 조합원들과 직원 등 1500여 명에게 나눠주기로 결정하고, A업체로부터 설 연휴기간이 끝나는 대로 배송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천농협이 주문해 생산이 완료된 마스크는 설 연휴기간 엉뚱하게도 다른 주인에게 돌아갔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 A업체가 1억 2000만원을 입금한 다른 구매자에게 농협에 납품 예정이던 마스크 전부를 포함해 20만장을 팔아버렸다.

회천농협은 이 때문에 약속 날짜에 마스크를 받지 못했고, 결국 농민들이 다수인 조합원들과 직원들에게도 사과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주문한 마스크를 받지 못해 한쪽에서는 울분을 토로하고 있는 사이, A업체는 기부천사로 둔갑이 됐다.

지난 4일 양주시에 매달 마스크 5만장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방송과 신문 등 각종 매체에 소개가 된 것이다.

회천농협은 최근에서야 간신히 3만 8000장의 마스크를 A업체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주문량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회천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지역의 신생 기업도 도와주고 우리 조합원들과 직원들의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구매 계약을 맺었고 더 나아가 하나로마트 납품도 도와주기로 했었다"며 "그럼에도 기업이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이윤을 남기려고 양심 없는 일을 벌여 피해를 입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잘못은 했지만 설 연휴 직원들을 챙길 수 없을 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어 현금을 갖고 찾아온 구매자에게 판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국가비상사태라고 생각해 양주시에 기증을 하게 됐고 농협에도 절반은 납품하고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도 추후 납품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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