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文 "특단 대책" 이틀 뒤…정부, 코로나19 추경 태도 변화?

등록 2020.02.21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본예산 잉크도 마르기 전에…" 선 긋던 정부

文대통령 주문 뒤 "할 수 있는 모든 옵션 염두"

총선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추경 목소리 솔솔

올해까지 추경 짜면 文정부 들어 4년 연속

"재정은 이미 충분히 확대"…비판 직면할듯

文 "특단 대책" 이틀 뒤…정부, 코로나19 추경 태도 변화?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모든 옵션을 염두하겠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나선 뒤 이틀 만이다. 그간 "본예산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홍남기 경제부총리)며 선을 긋던 정부가 방향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재정혁신 태스크포스(TF) 출범식 및 지출구조개혁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경 내부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상황 진단을 좀 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특단의 대책을 말씀하셨으니 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돈이 있는 것(본예산)을 쓰고 필요하면 재정보강이나 단계적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하고 그 이후에 또 필요한 대책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이후에 또 필요한 대책'이 추경을 의미하는 것인지 취재진이 재차 묻자 구 차관은 "여러 가지 생각은 할 수 있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논의 자체를 닫아뒀던 이전까지와는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러한 해석이 나온 배경으로 문 대통령의 특별(?) 주문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가 주는 타격을 놓고 "그야말로 비상경제시국"이라고 규정한 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는 특단의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게다가 본예산 잉크가 다 마르기도 전에 추경 이야기가 나왔던 건 작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맘때에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추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재부는 "추경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추경 편성에 대해 완고한 입장이었으나 한 달 뒤 대통령의 지시에 입장을 선회, 4월말 추경안을 편성해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의 결정에 따라 추경이 아예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란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메모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0.02.20.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메모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email protected]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이미 추경에 군불을 떼고 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지역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추경 편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당 김두관, 김영춘 의원과 함께 정부와 국회가 추경 편성에 나서달라며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유성엽 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대표도 "금년도 예산 범위 내에서 이용과 전용을 통해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코로나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전염병 사태는 전례로 봤을 때 추경을 위한 명분으로 충분해 보인다. 추경 요건으로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과거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가 한국을 강타했던 2015년에도 대응 명목으로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기도 했다.

이미 국내외 여러 기관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에 줄 충격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6%로 낮췄고, 그보다 앞서 무디스는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민간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도 감염병 확산 여부에 따라 우리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수출과 긴밀히 연결된 중국 경제 둔화와 교역 감소가 나타나는 가운데 한국내 소비감소로 내수시장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 주요 기관들이 경고하는 경로다.

추경이 현실화된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 연속 추경을 짜는 셈이 된다. 이미 정부는 올해 512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까지 편성한다면 재정 건전성 우려 등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재정지출이 더 늘어나 있는 데다 상반기에 당겨쓰기로 해 실제로는 재정 규모 자체는 이미 상당부분 확대된 상태"라며 "추경을 하면 (집행까지)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나 예비비, 기금 용도변경 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신속하게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난 20일 오전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0.02.21.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난 20일 오전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