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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화성·대전 왜 빠졌냐"…안양 만안·의왕 형평성 '불만'

등록 2020.02.21 17:15:53수정 2020.02.21 17: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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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대책 규제 경기 서남부 지역 민심 '부글부글'

집값 잠시 '주춤' 후 개발 호재로 다시 상승 반복

"총선 의식했나"…조정대상 지역 선정 기준 모호

인근 군포 산본·인천 풍선효과 조만간 나타날 것

[서울=뉴시스] 경기 안양 만안구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단지 모습.

[서울=뉴시스] 경기 안양 만안구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단지 모습.


[안양·의왕=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집값이 더 많이 오른 화성이나 대전을 빼고 만안구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주민들이 많아요. 총선 때문에 애꿎은 만안구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어요."

정부가 수원 3개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2·20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날인 21일. 만안구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에는 조정대상지역 선정 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동안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만안구 집값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며 "만안구 주민들은 규제지역 선정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양 만안구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률이 훨씬 높은 다른 지역이 규제를 비켜가면서 이번 대책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전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를 열고 집값이 급등한 수원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 등 경기 남부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새로 지정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16대책 발표 이후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안양 만안구는 2.43%, 의왕시는 1.9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기 화성과 대전은 2.56% 올랐지만, 이번 규제 지역에서 제외됐다. 특히 대전 유성구와 서구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들어 각각 3.04%와 2.25% 올라 의왕 0.98%과 안양 만안구 1.67%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상승률이 더 높은 지역을 제외하고 엉뚱한 곳만 규제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 화성과 대전은 조정대상 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넘어섰다. 조정대상 지역 지정은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하고,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하면 가능하다.

조정대상지역이 지나치게 넓다는 불만도 나왔다. 만안구 석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만안구 집값 상승은 안양 7동과 석수동의 신축·재건축 일부 단지에서만 나타났는데 만안구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다"며 "집값이 훨씬 급등한 서울 지역은 동(洞) 단위로 지정해 놓고 만안구는 전체를 지정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만안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더라도 각종 개발 호재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안양3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규제로 단기간 집값이 주춤하겠지만, 한번 오른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양에는 노후주택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해 월판선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개발호재가 많다"고 전했다.

만안구는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다. 부동산114 자료(2019년 8월 기준)에 따르면 만안구에 입주한 아파트는 총 4만3473가구로, 이 가운데 입주 10년 초과 노후 아파트는 전체의 82%(3만5717가구)다. 입주 5년 이하 새 아파트는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안양1동 진흥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해 냉천지구, 소곡지구 등 27개 지역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예정돼 있다. 또 월판선(월곶-판교) 복선전철 건설과 GTX-C노선 등 교통 호재도 있다.

재개발·재건축, 도시정비 사업들과 주거 환경 개선, 광역 교통망 확충의 호재가 예정된 의왕 지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의왕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이라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의왕 내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인다고 해도 각종 개발 호재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권 출퇴근이 유리하고 수요도 꾸준하기 때문에 수요 억제 대책만으로는 의왕 지역의 집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왕시는 도시 전면적의 약 85%가 그린벨트 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돼왔지만, 최근 ▲내손 가 ▲내손 다 ▲내손 라 ▲오전 나 ▲오전 다 ▲고천 나 ▲부곡 가 등 7개 구역에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 경기 남부 지역의 남-동을 가로지르는 인덕원~수원 복선전철이 개통될 예정이고, 의왕역에 GTX 정차가 추진 중이다.

이번 규제 대책에 따라 다른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번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내손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들의 집값 급등세가 잠시 주춤하겠지만, 비규제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며 "인근 지역인 군포, 산본이나 광명, 오산 등 비규제지역에서 풍선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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