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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족 상속분' 정해둔 민법 조항에 위헌심판 제청

등록 2020.02.21 18: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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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아내에 증여…아들 "내 몫 달라" 소송

"유류분 제도, 여성보호 목적…반대로 활용"

공익재단 기부한 재산도 청구 가능해 한계

법원, '가족 상속분' 정해둔 민법 조항에 위헌심판 제청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법원이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상속 몫을 정한 현행 상속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20일 유류분 관련 민법 1112조, 1113조, 1118조 등에 대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민법 1112조는 상속인의 유류분을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경우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1로 한다고 돼 있다. 피상속인의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1로 규정돼 있다. 같은 법 1113조와 1118조는 유류분의 산정과 준용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앞서 아들 김모씨는 부친이 사망 전 모친과 누나에게 아파트와 토지, 금융자산 등을 증여해 자신이 상속받을 몫이 침해됐다며 모친과 누나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상속인의 유류분 등을 규정한 해당 민법 조항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의 재산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유류분제도는 과거 농경사회와 가부장제를 전제로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이 전부 남편 명의로 돼 있거나, 부인과 딸은 배제된 채 아들에게만 상속이 이뤄지는 특수한 상황에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즉 여성 권리 보호를 위해 부인과 딸에게 법정상속분의 절반이라도 보장하기 위한 제도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성평등이 확대되면서 부인에게 재산 대부분을 상속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오히려 자녀들이 모친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해 입법 취지와는 반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증가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자녀들이나 형제자매가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고, 평균수명 연장으로 부모 사망시 자녀들이 대부분 40~50대로 독립적 경제생활을 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또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유류분 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으로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해당 법 조항이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해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패륜적인 상속인에게도 제한 없이 유류분 반환 청구권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반환 청구권을 인정하는데, 이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이나 증여를 받는 사람의 재산권보다 우월할 수 없다고 봤다. 이와 함께 유류분을 산정할 때의 기초재산도 지나치게 확대해 계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재판부는 공익재단에 증여된 재산도 유류분 반환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익 목적의 증여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경우 회사 및 개인 사업을 승계하는 경우 유류분 반환 청구의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도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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