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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 "제국주의 문화가 거대담론 쇠퇴하게 만들어"

등록 2020.02.24 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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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집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출간

대가들 작품 중 '정치 질타하는 문학' 다뤄

[서울=뉴시스]문학평론가 임헌영. (사진=소명출판 제공) 2020.02.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문학평론가 임헌영. (사진=소명출판 제공) 2020.02.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거대 담론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학은 거대담론과 멀어져버렸다. 조정래 작가가 '안 팔리는 소설을 써놓고 안 팔린다고 한탄한다'고 한 적이 있다. 제국주의 영향으로 거대담론이 필요없다는 데 길들여졌다. 올해만 봐도 3·1운동과 관련된 문학이 없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24일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임 소장은 "거대담론이 소설에서만 사라진 게 아니다. 평론조차도 안 하고 있다"며 "문학이 언제부턴가 사회 문제를 외면하는지 싶었다. 그런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다. 문학이 이렇게 되면 되나 싶어서 거대담론을 다룬 작가들을 뽑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문학평론가 임헌영. (사진=소명출판 제공) 2020.02.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문학평론가 임헌영. (사진=소명출판 제공) 2020.02.24. [email protected]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는 조정래(77), 남정현(87), 장용학(1921~1999), 이병주(1921~1992) 등 한국문학에 큰 획을 그은 대가들의 작품 중 '정치를 질타하는 문학'만을 다룬 평론집이다.

그는 "이번 평론집은 평론이 아니고 평론적 에세이다. 문학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게 읽을 수 있게끔 썼다. 전후 문학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는 작가들 다 포함해서 정치적인 비판, 역사의식을 다룬 사람을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 민족소설사의 최고봉은 단연 조정래이지만, 현대정치사의 실황 중계자는 이병주"라며 "이병주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혐오스럽게 평가한 건 박정희였다"고 설명했다. "장편 ''그'를 버린 여인'에서 동거 이상의 관계를 가졌던 네 여인(네 번째가 육영수) 중 두번째 여인이 주인공이다. 왜 김재규가 박정희를 총으로 쏘았는지 이유가 이 책에 나온다. 김재규가 역사적인 용단을 내렸다고 소설은 쓰고 있는데, 앞으로 누군가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 그는 "올해 최인훈은 '광장' 발표 60주년, 남정현은 '분지' 필화 55주년을 맞는다. 이 두 작가는 미·일의 신제국주의화, 러시아와 중국 견제를 위한 미·일·한 3국 동맹의 추진, 남북 갈등의 극대화 조장, 북핵문제 등을 예견하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 외에 많은 작가들도 민족과 국가의 위기를 역설하면서 정치를 질타했다"고 전했다.
임헌영 "제국주의 문화가 거대담론 쇠퇴하게 만들어"

임 소장은 중앙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66년 '현대문학'에 평론 '장용학론'과 '니힐과 반항'으로 등단했다. 중앙대 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민족문제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 근현대문학을 민족사와 문학사회사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번 평론집에서도 그러한 시각이 드러난다.

그는 "최인훈이 비판적으로 초점을 맞춘 건 두 가지다. 한국이 아직 미국 식민지라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 문제를 최인훈만큼 심각하게 다룬 작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국주의 문화가 거대담론을 쇠퇴하게 만들었다"며 "진보 성향의 지식인도 이런 것에 은연 중에 동조한다. 마치 거대담론이나 정치를 다루면 문학이 아닌 것처럼 말한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정치성만 있는 것을 다루나. 그렇지 않다. 거대담론이 사라져버린 시대가 된 것이 안타깝다. 세월이 지나면 외국 작품을 소개한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 문학을 다뤄야 문학사에 남는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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