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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소비 9년여만에 최대 폭 감소…"코로나19 쇼크 이제 시작"

등록 2020.02.28 10: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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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 3.1% 줄어…2011년 2월 이후 최대 폭 감소

면세점 판매 급감…대형마트·슈퍼·백화점 등에서도↓

여행업 생산 -16.6%…도소매업 -0.8% 운수업 -0.5%

"코로나19 영향, 2월부터 본격 반영…경기 회복 제약"

"최소 3월까지 지속…수출·투자 등에 영향 확산될 것"

[남해=뉴시스]차용현 기자 = 28일 오전 경남 남해군의 유일한 상설시장인 남해전통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2.28.  con@newsis.com

[남해=뉴시스]차용현 기자 = 28일 오전 경남 남해군의 유일한 상설시장인 남해전통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2.2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지난달 국내 소비 실적이 9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후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일부 경제 지표에서 그 타격이 본격적으로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9월 이후 2년 넘게 하강 곡선을 그려 왔던 경기가 연초들어 개선되는 듯했지만, 전염병 확산이라는 대형 악재가 브레이크를 거는 모양새다. 경제 당국과 민간 전문가들은 당장 다음 달부터 코로나19의 파급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제약될 것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통계청이 28일 공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지수는 112.6(2015년=100)으로, 전월(116.2) 대비 3.1% 감소했다. 구제역과 한파가 겹쳤던 2011년 2월(-7.0%) 이후 8년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점 판매가 무려 17.3% 급감했다. 이런 이유로 화장품을 포함한 비내구재 소비가 0.7% 감소했다. 면세점과 함께 대형마트(-3.9%), 슈퍼마켓·잡화점(-1.6%), 백화점(-0.2%) 판매가 모두 줄었다. 승용차와 연료 소매점 판매도 10.2%나 감소하면서 내구재 판매가 -8.5% 쪼그라들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지난해 12월 종료된 탓에 기저효과가 일부 있었다. 이밖에 신발, 가방 등 준내구재도 -2.2%의 감소율을 보였다.

생산에도 일부 타격이 있었다. 지난달 전(全) 산업 생산지수는 전월(110.8) 대비 0.1% 상승한 110.9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일부 서비스업에서 여파가 감지됐다. 중국인 여행객이 줄어든 탓에 여행업 생산 실적이 –16.6% 뒷걸음질했다.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12.4%), 소매업(-0.9%) 등이 부진하면서 도소매업 생산도 -0.8% 감소했다. 운수·창고업 생산 역시 -0.5% 감소했는데, 수상운송업(-1.6%) 창고·운송 관련업(-2.5%) 등 생산이 전월 대비 모두 빠졌다.

[서울=뉴시스]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3.1%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3.1%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국내 첫 확진자가 지난달 20일 나온 만큼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통계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일부 지표에서 영향이 나타났지만, 1월에는 설 명절도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발라내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 내 생산 공장 폐쇄에 따른 부품 수급 애로나 중국 수요에 따른 수출 감소 등은 대부분 이번 달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본격적인 영향은 2월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5로, 전월(100.2)보다 0.3포인트(p)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건설기성액(2.7%)과 광공업생산지수(0.9%) 등이 기여했다. 향후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월(100.2)보다 0.1p 오른 100.3을 기록하면서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달에 이어 현재와 미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가 두 달째 함께 오르고 있는 것이다. 두 달 연속 동반 상승은 2017년 1월 이후 3년 만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이 같은 경기 회복세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국장은 "경기 지표만 보면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지만, 1월 기준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전체 수치에 반영되진 않았던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2월에는 코로나19가 경기 회복 흐름을 제약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본래의 회복 흐름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태가 종식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있었던 2015년 당시에도 전염병 확산은 서비스업에 타격을 줬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있기 직전 3개월과 발생 후 3개월간 평균 생산 지수가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여가업, 도·소매업에서 각각 -3.6p, -2.6p, -1.3p씩 하락했었다. 메르스와 함께 대표적인 전염병 사태로 꼽히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카드 사태와 겹친 탓에 경제 여파를 명확히 추출해 내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1.5%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02.0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 (뉴시스DB)

안 국장은 "첫 확진자 발생(5월20일)에서 마지막 확진자 발생(7월5일)까지 45일 정도였던 점을 고려해 메르스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 사태 후 3달까지 지속됐다고 판단했다"며 "사태 발생 후 영향이 즉각적으로 포착됐고, 어느 정도 사태가 해결된 후에는 곧바로 반등했던 것도 관찰됐다"고 언급했다.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역시 이날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코로나19가 1월 말부터 확산됐기 때문에 일부 지표를 제외하면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월부터는 생산, 소비 등 지표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은 이제 시작"이라며 "4월 이후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3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주 실장은 "소비에서 충격이 가장 클 것이고 생산, 수출, 투자 등 다른 지표에까지 영향이 확산될 것"이라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넘어) 주요 대기업 투자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달에는 투자 지표 역시 좋지 않았다. 설비투자지수는 107.3으로 전월(114.9)보다 6.6% 떨어졌다. 감소폭은 지난해 2월(-7.5%)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삼성,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 계획이 설 명절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던 데다 개소세 인하에 따른 자동차 출하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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