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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푼다더니…약국들 "섣부른 발표, 원망은 우리 몫"

등록 2020.02.28 16: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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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들 "정부 공급 마스크 입고 안돼"

"지금도 업체가 가져다주면 파는 것"

"일부 약국에서 제약업체 통해 구해"

시민들 "정부는 정해지면 발표해야"

"우체국·농협서 판매 발표 때도 허탕"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27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 하나로마트 신촌점 입구에 마스크 물량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2.2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 하나로마트 신촌점 입구에 마스크 물량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확정이 되면 말을 해야지 발표만 먼저 하면 어떻게 합니까."

정부가 이르면 28일부터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약국을 찾은 시민들은 여전히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부 시민들은 '말만 먼저 하는' 정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뉴시스가 서울 종로구 소재 10곳의 약국을 방문한 결과 1곳에서만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르면 28일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 A씨는 "언론을 통해 공급한다는 말은 2일 전부터 나왔다. 그런데 아직 마스크가 들어온다는 얘기는 없다"며 "공급된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약국에서도 마스크 구매가 가능한지 문의하자 "지금 입고된 물량은 전혀 없다"며 "공급업체가 갖다 주면 파는 것이고 아니면 못 파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약국에서는 KF94 마스크를 개당 2000원에 팔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약국도 정부 발표에 따라 마스크를 공급받은 것이 아니고 제약업체를 통해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마저도 1인당 2매만 구매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약국 관계자는 "약사들이 제약업체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그렇게 소량으로 들어온 물건들을 조금씩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 발표를 본 시민들은 이날 아침부터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을 찾았지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 출근길에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에 들렸다는 박모(53)씨는 "그저께(26일)부터 계속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결국 못 사고 있다"며 "정부도 확인된 다음에 발표를 해야지 바로 발표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독자 문창재 씨 제공) 2020.02.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독자 문창재 씨 제공) 2020.02.28.  [email protected]

임모(59)씨는 "근처 약국에서 마스크를 판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며 "인근 약국을 모두 돌아다녔지만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씨는 "우체국이랑 농협에서 판다고 했지만 허탕이었고, 오늘도 약국에서도 안 파는 상황이다"면서 "정부가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약국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섣부르게 발표해 우리가 시민 항의만 듣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종로구 한 약국 관계자는 "시민들이 와서 울화통을 터뜨린다"며 "사람들은 정부가 판다고 해서 왔는데 여전히 마스크가 없으니 화가 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정부는 생산업체하고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마스크를 만들어서 포장해서 전국으로 유통하는데 당연히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약사는 "정부가 책상에서 행정을 하고 현실을 모르니까 이런 일이 생긴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내일부터는 입고되는 대로 배포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단가나 물량 등에서 협조가 되지 않아 일부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은 곳이 있는데, 향후 1~2일 이내에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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