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여야 대표, 文대통령에 코로나 책임 성토…선언적 수준 발표만

등록 2020.02.28 20:07:4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합의문 대신 공동발표문 …'초당적 협력' 선언적 수준 문구

황교안 "대통령 사과, 박능후 경질"…대응 실패 책임론 압박

유성엽 "초기 대응 명백히 실패…안일한 판단이 사태 키워"

총선 후 본격 협치 시사한 文대통령…야당과 인식차만 확인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대표와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2.2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대표와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2.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지만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는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

문 대통령이 모두에 당부한 '임시국회 내 추경 처리'라는 가시적 합의 대신 야당 대표들의 코로나19 대응 책임론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표 회동이 이례적으로 큰 마찰 없이 성사되면서 가졌던 협치 가능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기대감은 오히려 어려움만을 재확인한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후 3시부터 4시40분까지 약 100분 동안 국회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들과 회동을 갖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등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공동발표문에는 코로나19 상황의 엄중함을 같이 인식하고, 초당적으로 국가 역량을 모아 총력 대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내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에 협력하며,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추경 편성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합의문이 아닌 공동발표문 형식으로 발표된 점, 추경 처리의 구체적인 시한을 명시적으로 담지 못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이날 발표문이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문 대통령의 추경 처리 당부에 야당 대표들이 정부 책임론으로 맞서면서 전향적인 결과가 발표될 수 없던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대 정의당 대변인이 회동 분위기에 관해 "화기애애 했다기보다는 드라이 했다"고 전한 대목에서 비공개 전환 뒤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열린 이날 여야 4당 대표 회동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청와대가 아닌 국회에서 회동을 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열린 5차례 여야 대표 회동은 모두 청와대에서 열렸다. 국회의 협조 없이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이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이 문 대통령의 첫 국회 방문에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모친상 조문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마련했던 지난해 11월 여야 5당 대표 초청 만찬을 제외하면 앞서 가진 4차례 회동 모두 성사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물론 황교안 대표까지 회동 참가 자격(원내교섭단체 기준)을 문제삼으며 별도의 단독 회동을 요구하면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4당 대표 회동에 머문 적도 적지 않다.

청와대가 이번 회동의 공식 명칭을 '여야 정당 대표 대화'로 정한 것도 회동 참석 주체 논란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모두 발언 첫마디로 "코로나 19사태로 국민안전과 경제 모두 아주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다. 초당적 협력을 구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왔다"고 말한 것에서 절실함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피해 지역과 업종에 대해 전례 없는 대책을 강구하고,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세제와 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대구·경북 지역이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대표와의 대화'에 참석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02.2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대표와의 대화'에 참석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02.28.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여러 가지 필요한 지원을 예산으로 충분히 뒷받침하기 위해 긴급 추경을 편성하여 최대한 빨리 국회에 제출하겠다. 핵심은 속도라고 생각한다"며 "비상상황인 만큼 신속히 논의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편성 중인 추경안의 중심이 대구·경북 지역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쓰일 예정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늦어도 오는 3월17일까지 예정된 임시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돼야 추경이 효용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제가 야당 대표로서 추경을 먼저 제안하고, 또 신속히 통과시킨 경험이 있다"며 5년 전 경험을 상기시킨 것도 정부의 신속 처리 방침에 미래통합당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임시국회 내 추경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임시국회 (폐회) 이전에 하는 것을 목표로 바쁘게 움직일 것 같다"며 "국회에서도 협력을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를 비롯한 야당 대표들은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황 대표는 특히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경질을 주장했다.

황 대표는 "오늘 대통령께서는 깊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그것이 대한민국 국정 수반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의 피해자인 국민을 갑자기 가해자로 둔갑시켜서 책임을 씌운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전세계 주요 국가가 우리 국민의 입국을 막고 부당한 격리조치를 당하고 있는 데도 속수무책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유성엽 민생당 대표는 "안타깝게도 정부의 코로나 초기 대응은 명백히 실패했다. 좀 더 긴장했어야 한다. 좀 더 철저했어야 한다"며 "안전 불감증에 빠진 정부의 안일한 판단과 대처가 결국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워버렸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4월 총선 이후 개각 과정에서 야당과 본격적인 협치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대응 추경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여야 대표 회동을 통해 추후 협치 가능성도 함께 가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이번 회동 결과에서 확인했듯 코로나19 국면에서 협치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게 됐다는 평가와 협치 여부는 추경 처리와는 별도로 총선 결과에 따라 국회 지형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대표와의 대화'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2020.02.2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대표와의 대화'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2020.02.28.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이날 쏟아진 코로19 대응 책임론에 관해 "책임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후에 복기하면서 다시 검토하자"며 우선 협력을 당부했다. 조건 없는 협력을 기대했던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에게 정작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인식 차만 확인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비상경제 시국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방역 문제라든지 현재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코로나19 상황 후 하나하나 뒤집어보자는 것이지, 지금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