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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반도체 지문' 만들어 해킹·도청 원천 차단한다

등록 2020.10.20 13: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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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하며 직진하는 빛의 특성 이용해 근적외선 광트랜지스터 개발

빛으로 '반도체 지문' 만들어 해킹·도청 원천 차단한다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스마트폰과 가전, 드론, 무인자동차 등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이용자와 자산의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더욱 강력한 보안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해킹에 노출되기 쉬운 소프트웨어 기반의 키 방식을 보완할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PUF)’이 주목받고 있다.

하드웨어 기반의 PUF 반도체 칩은 인간의 홍채나 지문처럼 고유의 물리적 코드를 갖고 있다. 제조공정에서 생성되는 미세구조의 편차를 키 값으로 갖기 때문에 PUF로 생성되는 보안 키는 랜덤하게 생성돼 고유성을 지니며 복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위해 키가 생성되는 조합의 수를 늘리려면 하드웨어의 구조도 바꿔야 하는 한계가 노출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전소재연구단 임정아, 주현수 박사팀은 부산대학교 고분자공학과 안석균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하드웨어 구조 변경 없이도 빛의 회전(편광) 특성을 이용해 PUF의 보안성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암호화 소자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빛이 전파될 때는 전후좌우 다양한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나아가게 되는데, 연구진은 원을 그리며 나선형으로 나아가는 빛인 원편광을 암호화에 활용했다. 원편광을 활용하기 위해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소자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조절되는 콜레스테릭 액정 필름을 근적외선을 감지하는 성능이 우수한 유기 광트랜지스터에 결합했다.

결합된 광트랜지스터는 액정 나선구조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빛은 반사시키고, 반대 방향의 빛은 투과시켜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는 빛의 회전 방향을 구분해서 감지할 수 있다. 그 결과, 소자의 물리적 크기를 바꾸지 않고도 암호화 키 생성에 사용되는 조합의 수를 증가시켜 해킹과 도·감청 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PUF 소자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한 소자는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고분자반도체의 높은 흡광도와 트랜지스터에 의한 신호 증폭, 그리고 콜레스테릭 액정 필름의 적층으로 인해 생긴 광학적 간섭효과로 인해 기존의 나노패터닝 기반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광트랜지스터보다 최소 30배 이상 우수한 고감도를 보였다.

또한, 기존 가시광선 원편광만을 감지할 수 있던 유기 광트랜지스터 소자들과는 달리 연구진이 개발한 광트랜지스터는 광통신,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광전소자에 사용되는 근적외선 영역의 원편광을 감지할 수 있어 향후 적용 범위가 넓을 것으로 보인다.

KIST 임정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원편광 감응 반도체 소자를 이용하여 보안성능이 강화된 암호화 소자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복잡한 나노패터닝 공정없이 간단한 용액공정으로 고감도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소자의 제작이 가능함을 보였고, 근적외선을 활용했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차세대 광전소자 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부산대학교 안석균 교수는 “이번 결과는 콜레스테릭 액정 고분자 고유의 카이랄 성을 암호화 보안기술에 접목시킨 최초의 연구성과로 액정 고분자의 새로운 응용분야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아래 KIST 주요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전략과제, 개인기초과제 및 소재융합혁신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소재 분야의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16.836, JCR 분야 상위 4.678%) 최신 호에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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