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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생에 근원물가 0%대 초반 하락

등록 2020.11.1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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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코로나19 대체로 부정적 수요 충격으로 작용"

"수요 위축, 상품보다 서비스 품목에 뚜렷하게 나타나"

코로나 발생에 근원물가 0%대 초반 하락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우리나라의 근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이 올해 1~2월 중 0%대 중후반 수준을 나타내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0%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국제유가·농산물값 등 공급요인을 제외한 수요 측면의 기조적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근원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소비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10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코로나19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박상우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 강달현·남현우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조사역 작성)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사회적 거리두기 및 대면접촉 기피는 총 수요를 감소시킴으로써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이동제한조치가 생산 차질을 초래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에 영향을 줄 정도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던 반면, 감염병 확산의 영향으로 여행·숙박·외식 등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가 근원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근원물가를 코로나 충격에 대한 반응을 기준으로 코로나 민감·비민감 물가 및 수요민감·공급민감 물가로 분류한 후 이를 활용해 코로나가 주로 어떠한 경로를 통해 근원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봤다.

올해 중 코로나 확산 이전 기간(1~2월) 대비 이후 기간(3~4월)의 가격 및 구매량 변화를 과거(2015~2019년) 동일기간 중의 평균적인 변화와 비교해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를 검정했다. 검정 결과, 가격과 구매량 변화 중 어느 하나라도 과거의 평균적인 변화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경우 코로나 민감품목으로 분류했으며, 가격과 구매량 변화가 모두 유의하지 않는 경우 코로나 비민감품목으로 분류했다.

코로나 민감품목으로 분류된 품목을 대상으로 가격과 구매량 변화 중 하나만 유의한 경우 모호 품목으로 분류했으며, 가격과 구매량 변화가 모두 유의한 경우 코로나19 충격에 대한 반응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다시 수요민감 품목과 공급민감 품목으로 구분했다. 가격과 구매량의 변화 방향이 동일한 경우 수요민감 품목으로, 변화 방향이 상이한 경우 공급민감 품목으로 분류했다.

이상의 분류기준을 근원물가 세부품목에 적용한 결과, 전체 근원물가 품목의 70%(가중치 기준)가 코로나 민감품목으로, 30%는 비민감 품목으로 분류됐다. 코로나 민감품목 경우 절반 이상(근원물가 품목의 37.1%)이 수요민감 품목으로 분류되었으며, 일부(근원물가 품목의 4.1%)만이 공급민감 품목으로 분류됐다.

근원물가 세부품목별 분류결과를 보면, 코로나 충격의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대면 서비스 관련 품목(여행·숙박·외식 등), 의류·신발 등이 수요민감 품목으로 분류됐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은 상품보다 서비스 품목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로나 확산 이후 예년에 비해 가격이 오르고 구매량이 줄어든 피아노·시계 등은 공급 민감 품목으로 분류됐다. 국산 승용차도 공급민감 품목으로 분류됐는데, 이는 코로나 대응 정부정책(개소세 인하)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가격이 하락하고 구매량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 발생에 근원물가 0%대 초반 하락

근원인플레이션에 대한 코로나 민감물가 및 비민감물가의 기여도를 살펴보면, 코로나 확산 이후의 근원인플레이션 하락은 대부분 코로나 민감물가의 상승률 둔화에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코로나 민감물가의 기여도는 올해 1월 0.5%p, 2월 0.2%p에서 4월 -0.3%p로 빠르게 감소했다가 5월 이후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다. 반면 코로나 비민감물가의 기여도는 코로나 확산 이후에도 0.3~0.4%p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박상우 한은 조사국 과장은 "코로나는 대체로 부정적 수요 충격으로 작용하면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 확산 이후 근원인플레이션 하락은 대부분 코로나 민감물가, 특히수요민감물가의 상승률 둔화에 기인했다. 이러한 수요민감물가의 상승률 둔화는 상품보다는 서비스 품목에서 뚜렷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면 코로나 비민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 확산 이후에도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며 "수요민감 물가가 코로나19의 물가에 대한 영향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박 과장은 "수요민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 확산 이후 빠르게 둔화되었다가 5월 이후 감염병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향후 코로나 전개 양상에 따라 코로나19의 물가에 대한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요민감물가를 활용해 코로나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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