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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바른말 하는' 민간기업가 때리기

등록 2020.11.18 15: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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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앤트그룹 상장 무산에 이어 민간농업기업 회장도 체포

"중국 민간기업가, 찬바람 맞은 매미처럼 함구"

[서울=뉴시스]중국 유명 민간기업가인 쑨다우(孫大午·66) 다우(大午)농업그룹 회장. <사진출처: 바이두> 2020.11.18

[서울=뉴시스]중국 유명 민간기업가인 쑨다우(孫大午·66) 다우(大午)농업그룹 회장. <사진출처: 바이두> 2020.11.18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애국주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바른 말 하는' 민간 기업가에 대한 견제와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 중국어판은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직접 지시에 따라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데 이어 또다른 유명 민간기업가인 쑨다우(孫大午·66) 다우(大午)농업그룹 회장 등이 경찰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VOA는 “민간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강화됐고, 중국 민간기업가들은 '금약한선(噤若寒蟬 찬바람 맞은 매미,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다)'  처지가 됐다”고 했다.

앤트그룹은 마윈이 설립한 핀테크 기업으로, 당초 이달 5일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할 계획이었다.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는 세계 주식 시장 개장 이래 최대 규모인 약 345억 달러(약 39조원)를 끌어올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3일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 상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발표 직후 앤트그룹은 홍콩 상장도 연기됐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등 4개 기관이 지난 2일 마윈과 징셴둥(井賢棟) 회장, 후샤오밍(胡曉明) 총재 등을 불러 '예약 면담'을 진행했다. 예약면담은 사전 경고나 질책 성격의 조치로 알려졌다.

이번 상장이 연기된 것은 마윈이 규제 당국의 감독 정책을 비판한 데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마윈은 한 포럼에서 "위험성이 없다면 혁신도 없다"면서 "감독기관에 리스크가 없다면 경제 전반에 '발전하지 못하는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행사에는 고위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고, 마윈은 당국 면전에서 작심 비판을 한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분노에 차서 앤트그룹 상장 중단을 직접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앤트그룹 상장 중단과 비교해 볼때 '쑨다우 체포 사건'은 외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울=뉴시스]]중국 유명 농업기업 다우(大午)농업그룹이 세운 다우병원. <사진출처: 바이두> 2020.11.18

[서울=뉴시스]]중국 유명 농업기업 다우(大午)농업그룹이 세운 다우병원.  <사진출처: 바이두> 2020.11.18 

중국 언론들은 “지난 11일 허베이성 가오베이뎬(高碑店)시 공안국이 쑨 회장 등 28명을 공공장소 소란, 생산경영 파괴 혐의로 체포했고,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체포된 사람은 쑨 회장 부부, 2명의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과 다우그룹 고위 관계자들이다.

▲ 쑨다우와 다우(大午)농업그룹은

쑨다우는 1954년 허베이성 쉬수이현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까지 다닌 그는 1985년 다우농업그룹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그룹은 1000마리의 닭과 50마리의 돼지로 시작했고 10년 뒤인 1995년 그룹은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하나가 됐다.

현재 회사는 임직원 9000명, 28개 자회사와 1개 합자회사를 가진 진정한 그룹사로 성장했다. 회사의 고정자산은 20억 위안에 달하고 연간 생산액은 30억 위안이 넘는다. 

일부 업계 인사들은 “독특한 경영관을 가진 쑨 회장이 회사와 그 주변 지역을 ‘독립적인 왕국’으로 건설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체육관을 짓는가 하면 그룹 산하에 대형 병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인근 농촌 지역 주민과 그룹 직원은 매월 1위안(약 169원)을 내면 해당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쑨 회장은 또 자신의 위쳇 커뮤니티에서 민주주의 이념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숨김없이 밝혔다. 또한 2012년 뉴욕 타임스에 도시·농촌 정책과 연관된 기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다보스=신화/뉴시스】알리바바 공동창업자 겸 회장인 마윈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 발표회에서 '디지털 기술과 포괄적 성장'이라는 내용으로 연설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알리바바 그룹이 설립해 경제적 결과와 디지털 경제의 사회적 혼란을 연구하는 글로벌 연구소 뤄한 아카데미가 작성했다. 2019.01.25.

【다보스=신화/뉴시스】알리바바 공동창업자 겸 회장인 마윈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 발표회에서 '디지털 기술과 포괄적 성장'이라는 내용으로 연설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알리바바 그룹이 설립해 경제적 결과와 디지털 경제의 사회적 혼란을 연구하는 글로벌 연구소 뤄한 아카데미가 작성했다. 2019.01.25.

가장 최근 중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과 연관해 그는 언론에 “전염병 발병 사례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으면서 허베이성의 피해 상황은 당국의 공식 통계치보다 심각하다”고 과감하게 밝힌 바 있다.

2017년 7월에 별세한 중국의 인권 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는 생전인 2003년에 쓴 글에서 “쑨다우 같은 농업기업가들은 점점 더 강대해지고, 특히 그들은 양지(良智·선천적인 지능)를 갖고, 정경유착을 멸시하며 용기있게 바른 말을 한다”면서 “중국 당국이 이런 사실을 발견한다면 그들이 체제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신형 농업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국은 반드시 '모호한 법률'을 근거로 그들을 ‘정리’할 것이며 쑨다우와 그의 회사는 ‘악법치국(惡法治國)’의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일부 중국 언론에 따르면 쑨 회장과 그 회사 관계자의 체포 사건은 다우그업과 현지 국영그룹 간의 토지 분쟁과 연관된다.

다우농업그룹은 쉬수이국영농장과 토지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6월21일 두 그룹 사람들은 한 차례 충돌이 있었고, 8월4일 양측은 몸싸움까지 벌여 공안 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중문판 정치 매체인 '베이징의 봄'의 후핑(胡平) 전 편집장은 “중공 시진핑 총서기는 애국주의를 빌미로 민영자본가들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이 작가와 지식인을 탄압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에 있는 중국 학자이자 독립 시사평론가 위핑은 “중국 당국이 민영 기업가들을 탄압하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는 ‘중국 공산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 경제는 당의 통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핑은 “쑨다우는 전설적인 민영 기업가로 그는 일생 동안 많은 억압을 받았다”면서 “그의 체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후핑은 “만약 중국 당국이 마윈의 회사를 폐쇄하고 마윈을 체포한다면 외부의 반응이 얼마나 강력할지를 생각해보라”면서 “당국은 앤트그룹 상장을 중단시키는 등 다른 방식으로 마윈을 굴복시켜려 했고 내가 보기엔 그 목적이 이미 달성됐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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