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리뷰]김기영 감독·윤여정의 세번째 만남…'죽어도 좋은 경험'

등록 2021.07.02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990년작 복원…31년만 관객 만남

[서울=뉴시스] '영화 '죽어도 좋은 경험' 스틸. (사진=블루필름웍스 제공) 2021.07.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죽어도 좋은 경험' 스틸. (사진=블루필름웍스 제공) 2021.07.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고(故) 김기영 감독의 미개봉 유작이자 윤여정이 주연한 영화 '죽어도 좋은 경험:천사여 악녀가 되라'가 4K 리마스터링 복원 작업을 거쳐 제작된 지 31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한국 컬트 영화의 거장이라 명명되는 김 감독 특유의 기이한 연출 방법을 확인할 기회다. 

김 감독의 1990년 작을 복원한 '죽어도 좋은 경험:천사여 악녀가 되라'는 남편의 실수로 아들을 잃은 여정(윤여정)과 남편의 외도로 억울하게 이혼당한 명자(이탐미)가 서로의 남편을 죽이기로 공모하고 무자비한 복수를 벌이는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들은 주로 무기력하고 능력이 없는 반면 여성들은 생생한 본능과 욕망에 충직한 인물이다.

'하녀' 등 김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서는 두 여성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투쟁을 벌인다면, '죽어도 좋은 경험'에서는 무능하고 가부장적인 남성을 처단하기 위해 연대하는 여성들이 등장해 새로운 관계를 보여준다.

김 감독의 개성 있는 영화세계와 기이한 연출 방법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단 단조롭지 않는 파격적인 서사 연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스펜스 복수극에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의 파멸 과정을 심리 위주로 묘사하는 구조를 곁들인 것이 특징이다.
 
여정은 남편의 배신으로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명자를 만나 치밀한 살인 계획을 세우고, 명자는 반듯한 천사표와 탐욕적인 악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두 여성의 서늘한 욕망과 광기가 극을 둘러싸는 한편 묘한 에로티시즘이 작품 전반에 어려 있다.

다만 '화녀' '충녀' 등의 복수극에서 호평받은 정교한 미장센과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쫀쫀한 심리 스릴러는 힘이 빠진 모습이다.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고려하더라도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돼 있어 감상하는 데 조금 힘겨울 수도 있다. 

윤여정이 '화녀'(1971)와 '충녀'(1972) 이후 세 번째로 주연을 맡은 김 감독의 작품이다. 윤여정은 지난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의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데뷔작을 함께 한 김기영 감독에게 영광을 돌린 바 있다.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