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여름 영화 성수기 경쟁은 옛말…서로 끌고 당겨야 산다

등록 2021.08.18 11:00:1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코로나 사태 관객수 급감에 경쟁 불가능

올해 여름 거리 두기 4단계 최악의 상황

승자도 패자도 나올 수 없는 상황 발생

모가디슈·싱크홀 경쟁 대신 상생 쌍끌이

영화계, 황정민 주연 '인질' 흥행 기대

[초점]여름 영화 성수기 경쟁은 옛말…서로 끌고 당겨야 산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여름 극장가는 전쟁터였다. 한 해 중 가장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고, 흥행 배우가 총출동하며, 대규모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가 개봉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당초 기대와 달리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떠나는 영화도 꼭 나왔다.

◇치열했던 여름 극장가

잠시 시계를 코로나 사태 발생 직전인 2019년 여름으로 돌려보자. 당시 7~8월 개봉한 주요 한국영화는 '엑시트' '봉오동 전투' '사자'였다. 최종 승자는 942만명을 불러모은 '엑시트'였고, '봉오동 전투'(478만명)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사자'(161만명)는 혹평 속에 참패했다.

이처럼 경쟁에서 패하면 자칫 제작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시기만큼은 배우들도 "우리 영화가 더 잘됐으면 좋겠다"며 흥행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객이 사라지자 여름 성수기 극장가의 경쟁 구도도 사라졌다. 이제 영화계는 한 편이라도 잘 되는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 예전처럼 극장에 오는 게 일상이 선행돼야 흥행과 경쟁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경쟁할 만한 관객수가 나오질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경쟁은 옛말

2019년 전체 관객수는 2억2660만명이었다. 7~8월 관객수는 약 4680만명이었다. 총 관객의 21.5%가 여름에 몰렸다. 지난해엔 전체 관객수가 5950만명이었다. 2019년 같았으면 6~8월 석 달 간 채우고도 남는 관객이 극장에 왔다. 올해는 8월17일 현재 전체 관객수가 3173만명이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된 상태에서 여름을 시작한 올해 극장가는 최악의 상황을 견디고 있다. 방역 지침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 운영을 멈춰야 하기 때문에 타격은 더 크다. 이제 경쟁은 옛말이 됐다. 대신 여름 성수기 영화들이 서로 끌고 당기는 과거에 볼 수 없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점]여름 영화 성수기 경쟁은 옛말…서로 끌고 당겨야 산다

현재 상영 중인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딱 그런 상황이다. 업계는 '모가디슈'에 대한 호평이 '싱크홀'의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무거운 '모가디슈'의 흥행 동력이 떨어질 때쯤 코믹한 '싱크홀'이 개봉해 '모가디슈'를 끌어당겼다고도 본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모가디슈'의 높은 완성도가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높였고, 그게 '싱크홀'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싱크홀'의 연출 방식이 한국어로 된 영화에 대한 향수를 건드렸고, 사람들을 극장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경쟁 대신 끌고 당긴다

실제로 '모가디슈'는 지난달 28일 개봉 이후 상영 3주차에 접어들면서 점차 흥행 동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50%대를 유지하던 매출액 점유율은 지난 11일 '싱크홀' 개봉 후엔  21.9%로 대폭 하락했다. 하지만 '싱크홀'과 '모가디슈'가 함께 극장가를 이끌기 시작하자 '모가디슈' 매출액 점유율은 점차 오르기 시작해 지난 17일엔 28.3%까지 상승했다. 그 사이 '싱크홀'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개봉 첫 주 최다 관객을 불러모았고, 최단 기간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현재 영화판에 이기고 지는 경쟁은 없다"며 "남이 잘돼야 나도 잘되는 독특한 협업·상생 관계가 자리잡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제 관심은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인질'에 쏠려있다. '인질'은 18일부터 관객을 만난다. 영화계에선 개봉 전부터 '인질'이 올해 여름 극장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만큼 흥행력을 갖춘 작품이라는 의미다. 배급사 관계자는 "'인질'이 흥행에 성공하게 되면 '싱크홀'이나 '모가디슈'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생겨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다가올 가을과 겨울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