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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길어지자 공무원들 외출자제, 구내식당서 '한 끼'

등록 2021.08.24 15:32:04수정 2021.08.24 15: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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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이 몰고온 경기도청 등 공무원들 점심 풍속도

외부 식당 이용했다가 혹시나 '확진' 되면…몸사리기

구내식당파, 배달족파, 도시락파...주변 식당들은 '울상'

[용인=뉴시스]신정훈 기자=용인시청 공무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

[용인=뉴시스]신정훈 기자=용인시청 공무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

[용인 수원=뉴시스] 신정훈 이병희 기자 = 코로나19가 평온한 일상을 빼앗은 지 벌써 1년 8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동안 4차례 대유행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공무원들의 점심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상황 이전만 해도 시청, 도청 등 관공서 인근 식당은 '(영업)불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더이상 이같은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방역지침이 아니더라도 공무원들 스스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한데다 일선 지자체장들이 지속적으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해 점심시간 외출은커녕 식구들과도 외식조차 엄두를 내지 못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 사이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구내식당파, 배달족파, 도시락파로 각각 나눠진 지 오래다.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당연하게도 구내식당이다. 최근에는 식당 입구에 길게 줄을 서는 것은 늘 있는 일이고,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용인시청의 경우 점심시간대 직원들이 몰릴 것에 대비해 각 부서별로 시간을 정해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24일 오전 11시50분부터 용인시 구내식당을 이용하려는 직원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식당에 마련된 280여 개 자리는 10분 정도 지나자 가득 차버렸다. 대기줄이 길게 이어지자 먼저 식사를 시작한 이들은 눈치를 보며 서둘러 식사를 마쳤다. 일부 직원은 기다리다 지쳐 결국 되돌아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한 공무원은 "5일 중 보통 이틀 정도는 밖에서 식사를 했는데 지금은 점심의 대부분을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며 "코로나 이전인 2년 전에는 외식의 날도 있고 해서 부서 별로 점심에 회식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구내식당이 늘 붐빈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이병희 기자=경기도청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줄서 있는 공무원들

[수원=뉴시스]이병희 기자=경기도청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줄서 있는 공무원들

같은 시각 경기도청도 상황은 비슷했다.

제2별관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에는 오전 11시20분부터 계단과 복도를 거쳐 지상 1층 현관까지 줄이 길게 생겼다. 경기도는 구내식당 이용 쏠림을 막기 위해 오전 11시20분, 11시40분, 낮 12시, 12시10분, 12시20분 등 실국별로 시간을 두고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식당 안에는 각 자리마다 아크릴판이 설치돼 있었다.

한 공무원은 "줄을 오래 서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괜히 외부로 나가서 식사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된다"면서 "부서 직원들하고 나눠서 가는 것도 애매해서 사무실에서 배달을 시키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1~2년 전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공무원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도청 정문 앞의 식당들은 본격적인 점심시간인 낮 12시가 다 돼갔지만 대부분 한산했다. 점심시간이면 공무원들로 늘 북적거렸지만 그건 벌써 옛날 얘기다.

 한 식당 직원은 "항상 점심시간이면 자리가 없던 곳인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심 장사도 잘 안 된다. 그나마 우리 식당은 단골이 좀 있어서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나마 기대하던 저녁 장사도 9시까지면 닫아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다"고 한숨지었다.

구내식당 다음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배달음식은 그동안 행사나 관공서 자체 세미나 같은 특별한 경우에 점심을  해결해왔으나 코로나19이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 관공서 중 가장 규모가 큰 경기도청은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건물 현관으로 배달오토바이가 속속 도착한다. 부서 별로 많게는 30~40인분을 배달하는 곳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9월 5일까지 2주 동안 연장 시행되다보니 외부로 나가서 식사를 하기보단 부서 별로 배달을 시켜먹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한식 백반 40인분을 꺼내놓던 배달원 A(57)씨는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배달이 부쩍 늘었다. 우리 식당 배달 직원이 6명인데 거의 대부분 점심시간에는 도청으로 투입된다"라고 말한 뒤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소수이지만 직접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동료들과 함께 먹는 공무원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자녀가 있는 공무원들이었다.

도시락을 먹고 있던 한 공무원은 "우리애들 도시락을 싸는 김에 같이 했다"면서 "야외에서 먹든, 구내식당에서 먹든, 어차피 사람들 북적거리는 건 똑같다. 조금 귀찮더라도 친한 동료 몇몇과 도시락으로 먹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세가 늘어나면서 경기도내 지자체마다 어느덧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현재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다음 달 5일 자정까지 2주 연장됐다. 수도권은 7월12일부터 3번째 연장으로, 8주 동안 4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근처 식당은 식당대로 한숨짓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코로나19가 하루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아 보였다.
 

[용인=뉴시스]신정훈 기자=점심시간때 밖으로 나갈려는 직원들로 북적거리던 용인시청 현관앞이 지금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용인=뉴시스]신정훈 기자=점심시간때 밖으로 나갈려는 직원들로 북적거리던 용인시청 현관앞이 지금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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