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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이렇게 버는 건가요"…잦은 가격 인상에 '루테크'까지

등록 2021.10.03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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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올해 다섯 번째 인상…최대 33% 기습 인상

코로나19 보복 소비 확산…샤넬, 롤렉스 등 오픈런 지속

잦은 가격 인상에 리셀 시장도 주목…'배짱 장사' 비판도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명품브랜드 샤넬이 오는 7월부터 가격을 인상한다고 알려진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백화점 오픈시간 전부터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06.3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명품브랜드 샤넬이 오는 7월부터 가격을 인상한다고 알려진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백화점 오픈시간 전부터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06.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샤테크(샤넬+재테크)하더니 이제는 루테크(루이비통+재테크)다. 명품은 오늘 사는 게 제일 싸다는 걸 뼈져리게 느낀다."

지난 1일 루이비통이 주요 핸드백 가격을 기습 인상을 단행하자 인터넷 카페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올해 들어 다섯 번째 인상인 데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른바 '인기템'을 중심으로 가격이 최대 33%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잦은 가격 인상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재테크의 일환으로 명품백 구매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3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지난 1일 0시를 기해 주요 핸드백 제품 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알마BB는 182만원에서 201만원으로, 알마PM은 204만원에서 226만원으로 각각 10.4%, 10.7% 올랐다. 2019년 출시 후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멀티 포쉐트 악세수아는 260만원에서 293만원으로 12.7% 인상됐다.

노에BB는 164만원에서 181만원으로 10.4%, 포쉐트 액세서리는 98만원에서 131만원 33.7% 인상됐다. 스피디25는 141만원에서 167만원으로, 트위스트NM은 482만원에서 546만원 13.3% 올랐다. 프리미엄 핸드백인 카퓌신 NM은 666만원에서 763만원으로 13% 올랐다. LV 퐁 뇌프 소프트 PM은 446만 원에서 468만원으로 4.9% 올랐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가격 인상 전후 가격을 공유하면서 "이자가 15% 정도 되는 루테크다", "웬만한 주식보다 성공한 투자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진짜 루테크다. 너무 자주 오른다" "심지어 단종된 것도 가격이 올랐다"며 루이비통의 가격 인상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통상 샤넬이나 에르메스가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가격을 조정한다. 반면 루이비통은 그간 한국에서만 인상을 단행해 소비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아 왔다. 루이비통은 올해 들어 매달 소량 품목의 가격 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대부분 핸드백 가격을 인상했으며 글로벌 차원의 인상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명품 브랜드의 가격 횡포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프라다를 비롯해 디올, 버버리, 까르띠에, 셀린느 등 유명 브랜드는 올해 1~5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샤넬은 2월과 7월, 9월 세 차례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샤넬이 다음 달 초 지갑류 등 일부 제품을 또 한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 이유로 제작비와 원재료 가격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한 가격 조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명품의 가격 인상 주기가 지나치게 짧아지고 있어 '배짱 장사'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지만 식을 줄 모르는 명품 인기에 힘입어 한국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 1조455억원과 비교하면 53% 성장한 수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명품 시장이 위축된 것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매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과 롤렉스의 경우 백화점 개점 전에 대기했다가 오픈과 동시에 매장으로 들어가는 '오픈 런'(open run) 없이는 구매할 수 없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개점 전부터 줄을 대신 서주는 '줄서기 알바' 일자리까지 만들어질 정도다. 샤넬은 오늘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정도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희소성이 있고 인기 있는 제품을 구매해 프리미엄을 붙여 다시 되파는 이른바 '리셀'(re-sell) 시장에서도 명품의 인기는 여전하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거나 한정판 제품이 풀리는 날에는 밤을 새워서라도 제품을 구매한 뒤 되팔면 쏠쏠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명품 선호 현상은 시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백화점 개점 전부터 줄을 서서 샤넬이나 롤렉스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줄지 않고 있다"며 "명품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가격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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