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가을, 구례의 구름바다에 빠져볼 일이다

등록 2021.10.11 15:06: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사성암·노고단·연기암의 신비로운 운해

해발 530m 사성암, 우뚝솟은 절벽과 눈 아래 비경

수해 딛고 일어선 구례, 인간미 넘치는 관광지 조성

전남 구례군 오산 사성암 운해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구례군 오산 사성암 운해 *재판매 및 DB 금지


[구례=뉴시스]김석훈 기자 = 코로나19로 2년간 멈췄던 전남 구례군의 관광산업이 가을철 짙게 낀 운해와 함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안고 있는 구례는 10월로 접어들면서 한낮에는 덥다. 하지만 내리쬐는 가을 햇살로 지리산 계곡마다 단풍 익는 소리로 여행자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큰 수해가 휩쓸고 간 구례 들녘을 피해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올라 사성암을 향했던 소들의 평화로운 모습처럼, 지리산과 섬진강, 산속 깊이 자리 잡은 고찰들이 10월의 구례에 포근함을 더해 준다.

운해의 계절 가을, 구례에서 구름 위를 오르다

운해(雲海)는 산꼭대기나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구름의 모습이 바다처럼 펼쳐진 멋진 광경을 말한다.

전남 구례군 오산 사성암 활공장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구례군 오산 사성암 활공장 *재판매 및 DB 금지


일교차가 큰 초가을은 운해를 보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지리산 노고단 자락에 자리잡은 구례는 높은 산이 있어 운해를 보기 좋고, 섬진강의 풍부한 물이 아침 안개를 짙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운해가 가장 넓게 펼쳐지는 곳은 오산 사성암으로 한번 본 운해의 장관이 절대로 잊히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산 사성암은 기암괴석 위에 세워진 유리광전 법당으로 알려져 있다. 544년 연기조사가 처음 건립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원효·도선국사·진각·의상 4명의 고승이 수도했다고 해서 사성암이라고 부르고 있다.
전남 구례군 오산 사성암 유리광전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구례군 오산 사성암 유리광전 *재판매 및 DB 금지


사성암은 영험한 기도처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여름 섬진강이 범람할 당시 10여마리의 소떼가 유리광전 앞마당으로 몰려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산은 해발 530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구례 들판과 지리산,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승지로 국가 명승 제111호로 지정돼 있다. 암자 뒤편으로 돌아서면 전개되는 우뚝 솟은 절벽과 사성암 입구와 연결된 활공장에서 바라보는 비경이 빼어나다.

오산 사성암은 가장 넓게 펼쳐진 운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리산과 견두산이 섬진강 운해를 품는다. 기온이 올라가면 운해가 갈라지고 황금빛 구례 들판이 나타나는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지리산 노고단, 가벼운 트레킹 코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지난해보다 3일가량 늦어지면서 전남지역 단풍은 10월 하순께 절정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리산이 20일께 가장 먼저 절정으로 치닫는다. 넓은 잎의 나무들이 주로 자라고 있는 노고단 등산로의 단풍은 울긋불긋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전남 구례군 지리산 노고단 가는길. 임세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구례군 지리산 노고단 가는길. 임세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고단 탐방로는 성삼재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 비교적 쉬운 코스에 속한다. 성삼재에서 2시간 정도 가벼운 산책 코스를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구례 일대를 덮은 구름바다와 산맥의 조화가 일품이다. 청명하면 무등산까지 보인다. 높이 1507m의 노고단 정상에서 지리산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도 조망할 수 있다.

노고단 전망대 탐방은 환경보전을 위해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전남 구례군 지리산 노고단 운해. 임세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구례군 지리산 노고단 운해. 임세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년 만에 개방된 사사사삼층석탑, 천년고찰 화엄사

신라시대 창건된 화엄사는 19교구 본사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 5대 사찰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목조건물인 화엄사 각황전(국보 제67호)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형(異形) 석탑으로 다보탑과 쌍벽을 이루는 사사자 삼층석탑(국보 제35호)이 최근 보수공사를 마치고 대중에게 개방됐다.
전남 구례군 화엄사 각황전과 석등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구례군 화엄사 각황전과 석등 *재판매 및 DB 금지


각황전 앞 석등(국보 제12호)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석등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불교 전성기의 특징이 나타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지난 6월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17세기 불교 사상과 미술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으며 국보 제350호로 승격됐다.

화엄사에서 연기암으로 연결되는 산책로는 '치유의 숲길'로 유명하다. 계곡물에서 방출되는 음이온과 숲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가 풍부해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이곳을 따라 2㎞를 걸으면 국내 최대 규모의 마니차(불교 경전을 넣어둔 원통형의 신앙도구)가 자랑거리인 연기암이 나온다. 연기암에서 보는 운해는 사성암, 노고단 운해와 함께 구례 3대 운해로 손꼽힌다.

운해는 기상여건과 시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보기 어렵지 않지만, 쉽지도 않다. 하늘길에 오르는 일은 조금 어렵기에 각별하다.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재판매 및 DB 금지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재판매 및 DB 금지


관광산업 기지개 켜는 구례군

지리산과 섬진강 등 명품 관광지를 품고 사는 구례군은 환경과 치유를 고려한 관광산업 추진에 행정력을 쏟고 있다. 개발로 어수선하고 인파가 몰렸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관광지가 아닌 4계절 내내 자연과 함께 공존하고 자연 속의 한 점으로서 사람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곳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 연기암 운해.임세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구례군 연기암 운해.임세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성암에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의 도도한 흐름과 강변, 강 주위의 야생화 등을 제대로 살리고, 운해와 산사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동선을 그리고 있다.

우선 섬진강 강변 둔치에 차량을 이용한 오토캠핑장이나 가족 단위 야영장 구축을 계획 중이며, 최근 명승지정 7년 만에 범위를 축소해 개발 잠재력을 갖게 된 사성암을 기점으로 집라인과 케이블카 등 즐길 거리도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멈췄던 벚꽃축제, 산수유 축제 등 축제가 활성화되고 섬진강 변 대나무숲과 야생 갓꽃 식재 확대, 천년 고찰 인근 산책길 조성, 송만갑 판소리 대회 등 각종 문화·예술 대회 개최를 가미하면 그동안 주춤했던 구례 관광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구례군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노고단 케이블카 설치 사업 및 노고단 횡단로 폐쇄를 비롯해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성삼재 주차장 폐쇄 등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드론으로 본 전남 구례군 오산 사성암 *재판매 및 DB 금지

드론으로 본 전남 구례군 오산 사성암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수해로 인한 군민 보상도 기다리고 있지만,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군민들의 힘도 점점 빠지고 있어 갈길 바쁜 구례로서는 애가 탈 일이 되고 있다. 인구수가 줄고 있는 데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구례군은 자연과 생태, 환경을 최대한 접목한 시설 투자로 누구든지 찾고 다녀갈 수 있는 힐링의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김순호 구례군수를 포함한 600여 공무원들이 국비 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순호 군수는 "가을철 운해가 장관인 사성암 인근의 아름다운 풍광을 치유와 친환경으로 연결시키고 어떤 모습으로 관광객에게 비치면 좋을까 고민이 많다"면서 "우선 최소한의 개발을 위해 국비 확보를 서두르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정부의 관심을 끌어내는 방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례군은 관광산업이 지역경제의 주된 산업이지만 지난해 큰 수해와 함께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군민 모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구례를 찾아온 관광객이 안심하고 푸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관광지라는 찬사를 보내고, 또다시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