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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에 액체·생명체 있다 가설은 잘못…"존재한 적 없다"

등록 2021.10.14 10: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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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년 전 태양열 약해 지구에 물 없었다는 기존 가설

스위스 과학자들이 최신 대기모델 적용해 뒤집어

금성과 달리 태양에서 떨어져 있는 지구

식으면서 바다 형성돼 생명체 살 수 있게 돼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더운 날씨를 보인 12일 오후 제주도 서쪽 하늘에 초승달과 금성, 화성이 나란히 위치하는 작은 우주쇼가 펼쳐지고 있다. 2021.07.12.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더운 날씨를 보인 12일 오후 제주도 서쪽 하늘에 초승달과 금성, 화성이 나란히 위치하는 작은 우주쇼가 펼쳐지고 있다. 2021.07.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과학자들은 대기온도가 매우 높아 모든 표면이 황무지인 금성에 한 때 바다가 형성돼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왔으나, 최근 연구 결과 금성에 바다가 있었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CNN이 13일(현지시간)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지구도 금성처럼 현재 형성돼 있는 바다가 사라져 생명체가 살 수 없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연구결과는 그런 가설이 잘못됐음을 밝히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태양계 혹성인 금성은 크기와 비중이 지구와 흡사해 지구의 쌍둥이로 불려왔지만 실제로는 두 혹성이 크게 다르다.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반면 금성의 대기는 지구보다 90배나 짙은 이산화탄소와 황산 구름, 섭씨 462도에 달하는 대기 온도 등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두 혹성에 이런 차이가 발생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지구가 태동한 45억년 전의 모습을 시물레이션을 통해 추정했다.

이들은 현재 기후변화를 추정하는 대기 모델과 유사한 모델을 사용해 초기 금성과 지구의 대기 상황을 추정했다.

40억년보다 더 전에 지구와 금성은 몹시 뜨거웠으며 용암으로 덮여 있었다.

바다가 형성되려면 기온이 낮아져 수증기가 물로 응축돼 몇 천년 동안 비가 내려야 하는데 지구에서는 수백만년에 걸쳐 그런 일이 벌어졌지만 금성은 온도가 식지 않았다.

40억년전 태양은 현재보다 25% 가량 덜 밝았지만 금성은 태양에 너무 가까워 식을 수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금성이 식지 않은 것이 대기 농도가 짙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이 사용한 대기모델에 따르면 금성의 대기가 태양과 반대쪽에 몰려 있으면서 금성이 태양에서 받은 열기가 식는 것을 방해했다. 금성은 자전주기가 극도로 느리기 때문에 한쪽 면이 항상 태양을 향하고 있다.

태양의 반대쪽에 몰려 있는 금성의 대기는 태양의 열기를 막기는 커녕 오히려 온실효과를 내면서 대기에 갇힌 열기가 식는 것을 방해했고, 이 때문에 금성에서는 수증기가 물로 응축돼 비가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수분은 항상 대기중 수증기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책임자인 마르탱 투르베 제네바대학교 천문학 및 과학부 연구원 겸 스위스 국립 연구경쟁력 센터 연구원은 성명에서 "고온의 대기 때문에 모든 수분은 거대한 압력솥의 내부처럼 증기로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만일 지구가 현재보다 태양에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또 태양이 지금처럼 더 밝았더라면 지구에서도 금성에서 일어난 것과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수십억년전에는 태양이 약했기 때문에 용융상태의 지구가 식어서 물이 생성되면서 바다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흐릿한 초기 태양이 "지구에 바다가 생길 수 있게 한 첫번째 요인은 사실 흐릿했던 초기 태양"이라고 투르베 연구원이 밝혔다.

공동연구자인 에멜린 볼몽 제네바대학교 교수는 "이같은 결론은 '흐릿한 초기 태양 패러독스'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던 인식과는 정반대"라면서 "초기 태양이 흐릿한 점이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오래도록 여겨졌지만 초기의 뜨거웠던 지구는 흐릿한 태양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과학자들이 수십억년전 태양의 열복사가 더 약했다면 지구가 얼음덩이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반대였던 것이다.

새롭게 밝혀진 이런 가설에 따라 태양계에는 암석으로 뒤덮인 혹성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지구의 바다는 40억년 전에 형성됐다. 화성에도 35억년~38억년전에 강과 호수가 있었던 흔적이 있다. 그러나 금성의 경우는 표면에 액체 수분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없었다.

새 연구결과를 태양계 밖의 혹성에도 적용할 수 있다.

투르베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태양계 밖 혹성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 새 가설에 따르면 바다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돼온 수많은 태양계 밖 혹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수분 응축이 일어나지 않아 바다가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미항공우주국(NASA)와 유럽우주국(ESA)가 12월에 발사할 예정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표적인 태양계 밖 TRAPPIST-1 저질량 행성과 같은 곳에도 이 가설이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르베 연구원은 "우리 연구결과는 이론 모델에 근거한 것으로 관찰을 통한 실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EnVision, VERITAS, DAVINCI+와 같은 우주탐사계획으로 최종 확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NASA와 ESA가 추진중이 이들 탐사계획은 향후 10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으로 금성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의 표면에 "액체가 존재한 흔적이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에 대한 증거를 수집함으로써" 과학자들의 이해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투르베 연구원은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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