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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어떻게 '여성 댄서' 아닌 'K댄서 신드롬' 일으켰나(종합)

등록 2021.10.29 18: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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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제이·모니카·노제, 종영 기념 간담회

"댄서 경력, 터닝포인트"…시즌10까지 이어졌으면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왼쪽부터 가비(라치카), 모니카(프라우드먼), 리헤이(코카N버터), 효진초이(원트), 허니제이(홀리뱅), 노제(웨이비), 아이키(훅), 리정(YGX)이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왼쪽부터 가비(라치카), 모니카(프라우드먼), 리헤이(코카N버터), 효진초이(원트), 허니제이(홀리뱅), 노제(웨이비), 아이키(훅), 리정(YGX)이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시즌2를 노리는 댄서들이 벌써 많다고 들었어요. 시즌 10까지 이어져서, 더 많은 댄서들이 사랑 받고 조명됐으면 해요."('라치카' 리더 가비)

센 언니들의 열풍은 이제 시작이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에 출연한 여덟 댄스 크루들은 '스우파'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며 이렇게 입을 모아 바랐다.

'스우파' 초대 우승팀인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는 29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종영 기념 간담회에서 "'스우파'로 여성 댄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며 이 같이 긍정했다.

허니제이는 "일반적으로 과거엔 '여성 댄서'라고 하면 쇼적인 부분이나 볼거리, 가벼운 느낌의 뉘앙스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스우파'를 통해 리더십·열정·의리·우정을 보여주면서 '진정성'이 생겼죠. 그런 점을 많은 분들이 멋있게 봐주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26일 홀리뱅의 최종 우승으로 9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스트리트 댄스' 열풍을 일으키며 신드롬이 됐다. 춤이라면 순수무용(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등을 대체로 지칭)과 대중무용만 있다고 생각한 대중에게 '스트리트 댄스'의 전문성과 그 안에서도 왁킹, 보깅 등 세부 장르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예술성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홀리뱅 허니제이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홀리뱅 허니제이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출연 크루부터 쟁쟁했다. 허니제이가 이끄는 홀리뱅을 비롯 카이의 댄서이자 화려한 외모로 팬덤을 보유한 노제가 리더로 있는 '웨이비', 트와이스·있지(ITZY) 등 핫한 걸그룹 안무가 리정이 속한 'YGX', 청하의 안무가 가비가 속한 '라치카', 미국 댄스 경연 프로그램 '월드 오브 댄스(World Of Dance)' 시즌3에서 제니퍼 로페즈의 극찬을 아이키의 '훅', 구독자 244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원밀리언 댄서 효진초이의 '원트', 걸스 힙합 댄서의 자존심인 리헤이의 '코카N버터', 댄서들의 춤선생님 모니카와 레전드 왁커 립제이의 '프라우드먼' 등 50여명의 댄서가 함께 했다.

지난 8월24일 1회는 시청률 0.8%로 출발했지만, 지난 26일 9회 방송 시청률은 2.5%까지 치솟았다. 엠넷 TV 공식 유튜브 채널 계정을 통해 게재된 관련 영상 누적 조회수는 약 3억4000만 뷰(10월23일 기준)를 기록했다.

여성 댄서들이 예술적 욕망과 끼를 거침 없이 드러내며 주목 받았다. 무엇보다 '여성 댄서'가 아닌 그냥 '댄서'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허니제이는 "대중 분들이 여성 댄서에 대해 '예쁘다' '섹시하다'는 느낌을 받기 보다는 '멋있다'라는 느낌을 받으신 거 같다"고 여겼다. 최정남 PD는 프로그램 시작 전 "댄서에게도 팬덤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코카N버터 리헤이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코카N버터 리헤이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허니제이는 합류 당시 '그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다. "반신반의하면서 우리가 재밌게 하고, 즐기면서, 좋은 추억 쌓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열풍이 됐고, 어느 순간 책임감이 생기더라"고 돌아봤다.

"정말 멋있는 댄서가 많는데 저희에게만 관심이 오는 게 맞는지 선배님들이랑 친구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댄스 신(scene)을 대표하는 크루가 됐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후반부로 가면서 더 집중했죠. 예민해지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무탈하게 끝나 모두에게 감사해요."

'스우파'와 댄서들이 큰 인기를 얻은 이유에 대해 허니제이는 "저희는 잃을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연예인분들은 이미지에 타격이 가지 않을까, 한마디 할 때도 조심스럽게 하시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잃어버릴 게 없으니 가식을 부릴 게 없었죠. 그렇다보니 말도 세게 하고, 행동도 세게 하니 시청자분들이 신선하게 느껴주신 거 같아요. 초반에 저희 말에 '삐삐'도 많이 처리 됐으니, 진짜 필터링이 없었던 거죠. 하하."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라우드먼 모니카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라우드먼 모니카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저희가 일반인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동질감을 느끼셨죠. 그리고 저희 신이 오래 돼 보니 각자 이야기나 춤이 진짜가 됐고 그런 부분에 대해 진정성을 느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니제이 말처럼 스트리트 댄스 판이 오래돼 보니, '스우파' 시작부터 이야기가 자연스레 쌓여 있었다. 특히 허니제이와 '코카N버터'의 리헤이의 드라마는 영화 이상이었다. 허니제이와 리헤이, 코카N버터의 다른 멤버 제트썬 등은 댄스 크루 '퍼플로우'로 7년간 동고동락했다. 하지만 불화로 허니제이를 제외한 멤버들이 팀을 나왔고 5년간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다.

첫 배틀에서 허니제이는 리헤이에게 약자로 지목 받았다. 승부에서도 져 쓴 맛은 더 컸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마치 합을 맞춘 듯 똑같은 안무를 선보인 두 사람의 몸엔 같은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허니제이는 양 팔을 번쩍 들어 리헤이와 포옹했다. 허니제이는 리헤이에게 "멋있어졌는데?"라며 미소 지었다. 최종회에선 리헤이가 우승한 허니제이를 먼저 안았다. 그렇게 마음은 몸보다 먼저 반응한다.

이런 모습에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리헤이는 "솔직히 저희를 섭외한 건, 제작진이 그림 큰 그림"이라면서 "초반엔 혹시나 (허니제이를 만날까) 했는데, 이렇게 섭외된 것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흡족해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웨이비 노제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웨이비 노제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허니제이는 자신의 유행어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관련 뒷이야기도 전했다. 지난달 7일 방송된 '스우파' 3회에서 허니제이는 모니카의 지목을 받아, 리더 계급 워스트 지목 배틀을 펼쳤다. "배틀 때문에 속상해서 우는 친구들도 있었죠. 그런데 이 배틀이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졌다고) 세상이 다 끝나는 것도 아닌데 다들 힘들어해서 '얘들아 좀 즐겨'라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스우파'는 경쟁이 아닌 축제가 됐고, 리더들에게도 분기점이 됐다. 모니카는 "패자들의 모습이 처절하지 그려지지 않고, 아름답게 묘사돼 응원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앞서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내가 인플루언서인가'라는 생각도 했다는 아이키는 '스우파'를 통해 "제가 댄서라는 사실을 확실히 정리했다"고 만족해했다. 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온 리헤이는 "부모님들이 내키지 않아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스우파'로 싹 정리가 됐어요. '정말 멋있다'는 것이 인식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고마워했다.

최종 순위와 상관 없이 출연한 여덟 크루가 모두 주목 받고 모두 승자가 되는 이례적인 상황도 연출됐다. 예컨대 제일 먼저 탈락한 웨이비의 리더 노제는 계급 미션의 미션곡 '헤이 마마(Hey Mama)' 안무로 세계적인 '댄스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며,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 받는 댄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권영찬CP와 최정남PD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권영찬CP와 최정남PD가 29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라인 종영간담회에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ENM 제공) 2021.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최정남 PD는 "댄서들이 '스포츠 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에서 성숙했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이제 시청자분들도 일등이나 우승자에만 주목하는 게 아니라 과정도 봐주시는 거 같다"고 여겼다.

권영찬 CP는 "댄스와 K팝 아티스트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에요. 댄서들이 주인공인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파이널 음원 미션이 차별화가 됐다"면서 "이 음원의 수익 일부분을 댄서 분들이 가져가는 구조를 이례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고 전했다.

한류의 선구자인 보아, 그룹 '블랙비트' 출신 황상훈, 인기 K팝 그룹 'NCT' 멤버 태용이 심사위원(파이트 저지)으로 나선 점도 주목 받았다. 권 CP는 "대한민국 최고의 댄서들을 평가하는 자리에, 어떤 분이 오시더라도 힘들었을 거예요. 함께 해주신 세 분게에 정말 감사드려요. 특히 보아 씨는 댄서들, 제작진이 모두가 존경하는 저지였다"고 전했다.

'스우파'는 열풍에 힘 입어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오는 11월부터 여덟 크루가 모두 나오는 전국 투어 콘서트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 더 스테이지(ON THE STAGE)'를 여는데 서울 공연이 1분만에 전석 매진됐다.

연말에는 여덟 크루의 리더들이 직접 여고생 크루를 선발하는 스핀 오프 '스트릿 걸스 파이터' 방송이 예정됐다. JTBC '아는 형님', SBS '런닝맨 등' 타사 프로그램의 여덟 크루 리더들에 대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다른 방송사들도 댄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권 CP는 "댄스 판이 넓어지면 좋으니, 댄스 프로그램이 생기는 건 환영한다"면서 "저희는 '오리지널의 힘을 계속 보여줄 생각입니다. 시즌2를 한다면, '스맨파'(스트릿 맨 파이터)로 열려 있어요. 여성 댄서들과는 다른 남성 댄서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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