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논란에 입연 IBK기업은행 고참들 "태업은 우리와 안 맞는 단어"

등록 2021.11.23 22:18:1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남원 전 감독이 자신에게 폭언했다는 김사니 감독대행 주장에는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이 있었다"고 힘 실어줘

[서울=뉴시스]IBK기업은행 김희진.(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서울=뉴시스]IBK기업은행 김희진.(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인천=뉴시스] 권혁진 기자 = 돌연 팀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IBK기업은행 김사니 감독대행이 서남원 전 감독의 폭언을 주된 이유로 꼽은 가운데, 베테랑 센터 김수지가 김 감독대행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김수지는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우리가 느끼기에도 조금 많이 불편한 자리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서남원 감독으로부터 모욕적인 말들을 들었다. 입에 담지 못할 폭언들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KGC인삼공사전이 끝난 뒤인 지난 13일 팀 훈련에서 마찰을 빚던 조송화가 팀을 떠나자 서 감독이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 모든 팀 구성원이 보는 가운데 부적절한 언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김수지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해당 장면을 목격했다.

김수지는 "(서 감독이 김 감독대행에게 폭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떤 말이 오갔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선수들이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건 맞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도 서 감독이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수지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동석한 김희진, 표승주도 마찬가지였다.

짧지 않은 침묵 끝에 표승주가 입을 열었다. 표승주는 "우리가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주전 세터 조송화의 이탈로 불거진 이번 사태에 IBK기업은행은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 감독은 한 시즌도 보내지 못한 채 팀을 떠났고, 사의를 표명했던 김 감독대행은 오히려 예전보다 높은 자리인 임시 사령탑에 올랐다. IBK기업은행의 어설픈 행정 처리는 조송화의 임의해지 신청건 등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됐다.

김수지는 "기분이 좋지 않다. 우리 나름대로 우리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인천=뉴시스] 고승민 기자 = 2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대 IBK기업은행 경기, 흥국생명을 3대0으로 꺾은 기업은행 김사니 임시 감독대행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1.11.23. kkssmm99@newsis.com

[인천=뉴시스] 고승민 기자 = 2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대 IBK기업은행 경기, 흥국생명을 3대0으로 꺾은 기업은행 김사니 임시 감독대행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1.11.23. [email protected]

이 중에서도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가장 바로 잡고 싶어하는 대목은 '반기'와 '태업 논란'이다. 감독과 마찰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결코 선을 넘은 적은 없다는 것이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수지는 "'작년부터 태업을 했다', '훈련에 불성실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상황은 전혀 없었다. 이런 이야기에 선수들 전체가 상처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훈련 과정과 생활 중 감독님 의견에 반대하거나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지금 남아있는 선수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하다"면서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당장 감독님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 오해"라고 보탰다.

김희진도 "굳이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라면서 태업을 입에 올렸다. "태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상처다. 태업하는 선수가 어떻게 근육이 찢어지고 아픈 채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김희진은 "오히려 아픈 선수들이 더 열심히 했다. 태업이라는 단어는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구단에 비해 IBK기업은행을 둘러싼 의혹들이 반복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김희진이 입을 열었다. 김희진은 "'개선한다', '고친다', '이건 계속 끌고 간다'는 식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프로는 프로답게, 프로팀 감독님이면 프로팀 감독님 답게 각자 위치에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는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환경과 팀을 위해 힘을 뭉쳐야 한다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만신창이로 나선 이날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0(25-21 25-18 27-25)으로 완파했다. 2승(8패)째를 거둔 IBK기업은행은 페퍼저축은행(1승8패)과 승점 5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다승에서 앞서 탈꼴찌에 성공했다.

김희진은 "이번 경기가 최고 기량이었다는 생각은 안 한다. 오늘 또한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 많았다"면서 "2~3경기 전부터 경기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좀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사령탑 데뷔 무대를 승리로 이끈 김 감독대행은 "(이겨서) 좋지만 아직 무거운 마음은 있다. 차기 감독이 오기 전까지 이 자리를 최선을 다해 이끌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