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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사건' 다시 재판...대법 "친딸 맞지만, 바꿔치기 안 했을 가능성"

등록 2022.06.16 11:20:32수정 2022.06.16 11: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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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바꿔치기 입증 직접증거 없다"

원심 깨고 다시 대구지법으로 보내

[김천=뉴시스]이무열 기자 =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씨가 지난해 6월17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리는 3차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1.06.17. lmy@newsis.com

[김천=뉴시스]이무열 기자 =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씨가 지난해 6월17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리는 3차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1.06.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자신의 출산 사실을 숨기려 친딸이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미 3세 여아 사건'의 핵심 인물인 50대 여성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유전자검사 결과는 해당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아이의 친모라는 사실만 증명하는 것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신의 딸이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를 했다는 정황을 뒷받침 할 증거는 부족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약취,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50)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석씨는 지난 2018년 3월31일 자신의 딸 김모씨가 낳은 아이를 유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2월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인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양의 친모로 알려진 김씨가 아이를 방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결과 김씨와 숨진 A양은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씨가 친모로 파악됐다. 석씨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거듭된 대검찰청 DNA 검사결과에서 A양의 친모는 석씨로 나타났다.

이에 석씨에게는 자신이 A양을 출산한 사실을 숨기려 친딸 김씨가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한 혐의가 적용됐다. 실제 김씨가 출산한 아이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았다.

또 석씨는 숨진 A양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종이박스에 담으려 한 혐의도 있다. 딸 김씨가 처벌받거나 큰딸의 결혼식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숨기려 했으나, 범행에 대한 두려움과 A양을 보고 느낀 연민 등으로 미수에 그쳤다는 게 수사결과다.

1심과 2심은 당시 출산 직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해당 산부인과에선 신생아실에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고 마음만 먹으면 아이를 바꿔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뿐만 아니라 출생 직후 A양의 발목에 채워져 있던 아이가 바뀌는 것을 방지하는 식별띠가 이틀 뒤 빠져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기도 했다.

1심은 "석씨가 자신이 출산한 A양을 어떻게 산부인과까지 데리고 가 바꿔치기 할 수 있었는지, 그 후 피해 아동을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자료가 부족해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남편에게 불륜사실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바꿔치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도 석씨가 큰 옷을 사거나 명치에 통증을 느꼈다는 진료내역이 있는 점, 평소 가던 대중목욕탕을 이용하지 않은 시기가 있었던 점 등 임신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 등을 근거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석씨가 왜 자신이 낳은 아이와 친딸이 출산한 자녀를 바꿔치기 했는지 더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석씨와 A양이 친자관계라는 사실만 증명할 뿐, 바꿔치기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아니라는 취지다.

검찰은 석씨가 지난 2018년 3월31일 오후 5시께부터 4월1일 오전 8시께 사이에 A양을 바꿔치기 했을 것으로 의심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석씨가 A양을 바꿔치기 하는 것을 본 목격자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3월26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숨진 아이와 사라진 아이를 산부인과 의원에서 채혈 검사 전 바꿔치기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해 3월26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숨진 아이와 사라진 아이를 산부인과 의원에서 채혈 검사 전 바꿔치기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부는 1심과 2심에서 인정한 간접 증거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1·2심은 아이의 몸무게가 3월31일에는 3.460㎏인 반면, 4월1일에는 3.21㎏가 됐다는 이유로 바꿔치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신생아 체중은 출생 후 3~4일 동안 태변과 수분을 배출해 4일째부터는 최저 몸무게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신생아의 식별띠가 가끔씩 분리되는 경우가 있어 테이프로 붙여 놓기도 한다', '신생아를 데리고 가려면 산모가 직접 가야 한다. 오후 8시 이후는 영아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다른 간호사들 진술에도 주목했다.

그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석씨가 자신의 출산 사실을 감추려 바꿔치기를 했다는 말로는 범행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바꿔치기된 것으로 의심되는 아이들 모두 석씨의 딸과 손녀인데 둘을 바꿀 정도로 애정의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며, 석씨가 사실상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만약 바꿔치기를 했더라도 친권자인 딸 김씨 부부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면 약취 범행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석씨의 실제 목적과 의도, 당시 피해 유아의 상황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즉 재판부는 아이의 출생 직후 몸무게 변화가 이례적인 것인지, 식별띠가 어떻게 분리된 것인지,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 할 동기가 무엇인지, 피해 유아의 상태는 어땠는지 등을 추가로 심리하도록 했다.

이 밖에 재판부는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에 촬영된 아이의 사진을 봤을 때 왼쪽 귓바퀴 윗 부분이 접혀 있는 특징 등 생김새 차이가 없으므로, 전문가 판독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석씨가 A양을 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점 하루 10시간씩 연장근무를 했는데 그동안 누가 A양을 돌봤는지도 심리하라고 했다.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건 임신이 아닌 회사 측 사정 때문이 아닌지, 출산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재입사를 왜 했는지 등도 추가 심리 대상이다.

한편 A양을 자기가 낳은 아이로 여겨 기르다가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지난해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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