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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또 피겨에서 성범죄…빙상계 '허탈·한숨'

등록 2022.09.07 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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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이규현 코치, 미성년 제자 성폭행으로 구속 기소

2019년 조재범 전 코치의 성범죄 불거진 이후 3년 만에 또 '물의'

"인권 교육 매년 실시하는데" 허탈한 빙상연맹

인권 교육 등 제도 실효성 살펴봐야

[서울=뉴시스] 대한빙상경기연맹 로고. (사진 =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대한빙상경기연맹 로고. (사진 =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심석희 사태' 이후 3년 만에 또 성범죄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국 빙상이 한숨을 쉬고 있다. 이번에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현(42) 코치가 10대 제자를 성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 1부(부장검사 손정숙)는 지난달 중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이규현 피겨스케이팅 코치를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코치는 올해 초 10대 여성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검찰은 구속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이 코치는 1998년 나가노·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그는 2003년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이 코치의 집안은 '빙상 집안'으로 유명하다. 이 코치는 스피드스케이팅 '레전드' 이규혁 IHQ 빙상단 감독의 동생이다. 아버지 이익환씨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이고, '피겨 대모'로 불린 이인숙씨는 전국 스케이팅연합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도자로 오랫동안 일해 온 이 코치의 성범죄는 전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심석희 사태' 이후 불과 3년 만에 벌어진 일이라 빙상계에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직전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심석희 폭행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고, 이듬해 1월 심석희가 조 전 코치로부터 미성년 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폭로하면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조 전 코치는 지난해 12월 징역 13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연맹에 지도자로 등록하려면 지도자 강습회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강습회에는 인권 교육이 들어가 있다"며 "매년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수시로 주의를 줬다. 지난달 중순에도 피겨·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 등 3개 종목 지도자를 대상으로 교양 교육을 실시하며 인권 교육을 했다"고 전했다.

빙상계 뿐 아니라 체육계 전반에서 지도자, 선수 대상 인권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성범죄 사건은 잊을만 하면 불거진다. 인권 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이 달리는 이유다.

선수들이 나서서 신고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한다면 지도자들도 한층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테지만, 현재 구조상 쉽지 않다.

체육계에서 지도자가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피겨처럼 선수가 특정 코치에 소속돼 일대일 지도를 받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실상 코치가 선수에 대한 전권을 쥐는 경우가 많다.

조 전 코치의 성폭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등은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이 코치는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강간, 유사강간과 이에 준하는 성폭력을 저지른 지도자는 영구 제명 대상이다. 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되지 않아도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는 징계가 이뤄진다.

빙상연맹은 체육계 인권 침해와 비리 사건에 대해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스포츠윤리센터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이 코치 징계 수위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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