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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기획]보니 글레이저 "미·중 경쟁 신냉전…한·미·일 공동 접근법 개발해야"

등록 2022.10.03 07:00:00수정 2022.10.03 07: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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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먼마셜펀드 보니 글레이저, 뉴시스 창사기획 인터뷰서 밝혀

"한·일 근본적 이해는 미국과 일치…협력으로 中 납득시켜야"

"美목표는 中 '억누르기' 아냐…전략적 기술 지배 방지하는 것"

"시진핑, 여전히 평화적 대만 통일 선호…침공 결정 안 내려"

"바이든 행정부 대만 메시지 혼란이 억지력 약화"

[창사기획]보니 글레이저 "미·중 경쟁 신냉전…한·미·일 공동 접근법 개발해야"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중국 간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이를 두고 신냉전(new Cold War)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지금 당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가장 위험한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버튼을 누르기 직전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이라는 문제만큼 심각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실제로 중국이 대만 침공까지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미국과 중국 간 경쟁 및 신냉전적 측면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 일본이 공동의 접근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워싱턴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GMF)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2일(현지시간)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중 경쟁 국면에서 주변국 대응과 관련, "한국과 일본 모두 그들 이해관계가 미국 쪽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미·중 관계 신냉전 측면…한·일, 이익은 미국 쪽에"

글레이저 국장은 일단 "우리가 만약 중국과의 신냉전 국면에 있다면, 이는 미국과 소련 간에 존재했던 신냉전과 매우 다르리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전제했다. 옛 냉전과 달리 현재 미·중 양국이 무역 관계로 묶여 있고, 세계 각국도 양국 간 선택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관계에는 소련과 치렀던 일종의 냉전 경쟁적 측면도 있다"라며 "중국은 단지 역내 야망만이 아니라 일부 세계적 야망도 품었으며, 국제 질서를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조성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간 경쟁에는 미국과 소련이 겪었던 것과 어떤 면에서 유사한 이념적 요소도 있다"라며 "시진핑은 자신이 사회주의가 어떻게 자본주의를 이길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는 신냉전처럼 들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등 역내 민주주의 국가의 경우 미국과 이해관계가 더 맞는다는 것이다. 글레이저 국장은 "(한국과 일본 중) 어떤 국가에서도 그들 이익이 미국 쪽에 있다는 점에 관해 의문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일부 접근법이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한·미·일) 세 국가가 모두 어떤 곳에서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공동의 접근법을 마련하고 가능한 분야에서 그들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中, 한·미·일 협력 원치 않아…美, 中 억누르려는 것 아냐"

글레이저 국장은 "중국은 미국 동맹국 사이의 협력 강화를 가장 우려한다"라며 "우리는 이를 쿼드(Quad·미국·호주·인도·일본 비공식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외교·안보 협력체)에서 지켜봤다"라고 했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과 일본, 한국의 협력을 정말 원치 않는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중국의 향후 정책에 영향을 주고자 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협력하고 조정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협력 목적이 중국 견제가 아니라 공동의 이익 보호라는 사실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는 "동맹 간 더 긴밀히 협력해 현재 중국의 일부 정책 방향이 자국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납득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최근 미국의 해외 공급망 의존도 축소 등 움직임이 중국을 억누르고 신냉전 구도를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미국의 목표는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우리 이익을 보호하며, 중국이 21세기 정말 전략적인 기술을 지배하는 일을 방지하려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는 정말로 중국을 억누르려는 목적이 아니다. 그 부상을 막으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민주주의 국가가 기술의 정말 핵심적인 분야에서 계속 선두를 지킬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 경쟁을 언급한 뒤 "미국은 자국 우위를 유지하고, 선두 자리를 지키거나 되찾으려는 것"이라며 "전략적 영역에서 중국에 자리를 넘겨 준다면 이는 앞으로 우리 이익을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美 대만 메시지 혼선, 억지력 약화…전쟁의 가능성 키우는 것"

미국과 중국 간 꾸준한 갈등 요소이자 최근 긴장 격화의 원인인 대만과 관련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메시지 혼선을 지적했다. 대만 정책이 그대로라는 게 미국 정부 공식 입장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종종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무력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지난 5월 중국의 침공 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게 우리가 한 약속"이라고 했었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침공할 경우 미국 병력이 대만을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글레이저 국장은 그럼에도 "(대만에 대한) 미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대만을 방위하는 오랜 약속을 보유했다'라고 말하는 건 미국 정책을 잘못 설명한 것"이라며 "미국은 1979년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파기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혼선을 주는 발언이 억지력을 약화했다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억지력의 중요한 요소는 보증(reassurance)"라고 강조했다. 대만관계법에 따른 고유의 정책을 지킨다는 점을 중국에 확실히 안심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글레이저 국장은 "(대만 정책에는) 단지 대만을 향해서만이 아니라 중국을 향한 보증도 있어야 한다"라며 "혼란스러운 메시지는 실제로 전쟁의 가능성을 줄이는 게 아니라 키웠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3일 제77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지난 7월 발리 회담 이후 2개월 만이자,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첫 외교장관 회담이다.

회담에서 왕 부장은 현재 미·중 관계가 "심각한 충격"을 받았고 현재 "중대한 기로"에 있다며 미국이 이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양국이 공동 이익 외에 심각한 이견도 보유했다며 자국 억제를 중단하라고도 했다.

글레이저 국장은 "중국은 미국이 (대중국) 정책을 수정하고, 또한 미·중 경쟁 격화를 우려하는 다른 국가도 미국에 정책 수정을 촉구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의 관계 개선 의지는 미국이 대만 등에 대한 기조를 바꾸느냐에 달렸다"라고 분석했다.

"中, 아직 '대만 평화 통일' 포기 안 해…독립 저지가 최우선순위"

글레이저 국장은 실제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 특히 꾸준히 제기되는 2027년 침공 가능성을 두고는 "시진핑으로부터도, 중국의 그 누구로부터도 그 시점이 데드라인임을 시사하는 권한 있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중국이 '평화로운 재통일은 불가능하다'라는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본다. (통일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만 "이는 향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달렸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침공 가능성은 향후 중국·대만·미국의 상호 역학에 달렸다는 것이다. 특히 "만약 대만이 독립을 선언한다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꽤 크다", "미국이 대만의 독립 국가 인정을 선언하면 시진핑에게는 침공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대만이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다면, 시진핑은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지 않는 편을 선호할 것"이라며 "(중국의) 최우선순위는 대만 독립을 막는 것이고, 통일은 장기 프로젝트"라고 했다.

글레이저 국장은 "시진핑의 '평화롭게'라는 정의는 확실히 강압을 포함하지만, (그럼에도) 시진핑은 여전히 (대만 통일을) 평화롭게 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러 '우크라 침공' 이후 中 대만 침공 가능성 심각하게 인식"

한편 최근 몇 년 꾸준히 지적된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적 긴장에 더해, 올해 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향후 대만 침공 가능성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는 시각도 상당히 많다.

글레이저 국장은 일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대만 침공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간접적이지 직접적이지는 않다"라며 "당연히 대만은 우크라이나가 아니고, 중국은 러시아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이들이 유럽에서 주요 강대국이 다른 자주 국가를 침공하는 또 다른 지상전을 보리라 생각지 않았다"라며 실제 침공이 놀라움을 일으켰고, "사람들이 중국의 실제 대만 침공 가능성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만 시민이 (중국의 침공) 위협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만의 방위 투자, 침공에 대비한 시민 교육, 나아가 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 훈련 등을 증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글레이저 국장은 이런 취지로 "대만이 우크라이나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면 이는 매우 중대할 것"이라며 "이는 (대만의) 억지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목표"라고 했다.

글레이저 국장은 "우리는 중국이 대만 장악 및 통제를 쉽지 않다고 여기기를 바란다"라며 "만약 그들(중국)이 수월하게 대만 해변에 상륙하고 섬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그들의 무력 사용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육로 국경에 쉽게 탱크를 투입할 수 있었음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100마일 수역을 넘어야 하는 인민해방군(PLA)은 (대만 점령이) 훨씬 어려울 것"이라며 이 점을 중국도 이해하리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중국 가장 중요 파트너…美 약화하고 독재 규범 주입 원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려와 의문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밀착 행보를 보인 중국과 러시아 간 균열 징후로도 해석됐다.

글레이저 국장은 그러나 "전반적인 중·러 관계, 푸틴과 시진핑의 관계를 전쟁 자체에 대한 시진핑의 불편함과 헛갈려서는 안 된다"라며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에서 미국 영향력을 약화하고 아시아·유럽 모두에서 미국 동맹을 약화한다는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라고 지적했다.

양국이 국제 질서를 약화하고 보다 독재적인 규범을 주입하려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글레이저 국장은 "중국은 그런 목표와 관련해 많은 파트너를 보유하지 못했고, 러시아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이번 일이 중·러 관계를 파열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레이저 국장은 30년 이상 아시아·태평양 지정학과 미국 정책을 연구했다.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 등 다양한 정부 기관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지난 2008~2015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석좌를 지냈다. 미국 상·하원 군사위 등 주요 청문회에도 수차례 출석해 증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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